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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성미 기자
  • 사회
  • 입력 2011.04.22 12:30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내면분석 글 화제

"글쓰며 후회한 뒤 결국은 미화"

20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한 유영철의 내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경기대 문예창장과에서 시창작과 평론을 가르치고 있는 시인 권성훈씨는 최근 '한국범죄심리연구'에 '유영철 글쓰기에 나타난 사이코패스 성격 연구'라는 글을 게재했다.

권씨는 월간조선 이은영 객원기자가 2004년 8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수감중인 유영철로부터 받은 편지를 모아 출간한 '살인중독'(2005)에 나온 편지글을 통해 유영철의 성장과 좌절, 그리고 살인동기를 추적했다.

권씨는 유영철의 불운했던 어린시절이 그의 무의식에 투영되면서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등 정체성 형성에 악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글 안에서 유영철은 자신의 살인에 대해 "학창시절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한 제가 희대의 살인마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유영철의 중학교 동창들은 그가 중학교 때에도 고등학교 깡패조직과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발견하면 선배라도 무릎을 꿇렸다고 증언했다.

또 유영철은 청소년기 자신의 첫 범죄로 기록된 절도 사실을 부인하는 등 스스로의 망각에 빠져들기도 했고, 혁명가 체 게바라의 혁명여행을 본떠 제주도 일대를 여행하는 등 영웅에 대한 동경을 품기도 했다.

권씨는 이 같은 점으로 미뤄볼때, "유영철의 행동발달 심리를 보면 '피상적 매력'과 '과도한 자존감'이 충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내와의 이혼으로 파탄의 길에 서게된 유영철은 모든 탓을 아내에게 돌리고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살인행각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는 싸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줬다.

"제가 이번 만행을 저지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아세요? 머리카락이 쭈뼛이 섰을 정도로 놀랐던 순간은, 잘린 머리가 수건걸이에서 떨어졌던 순간도 아니고 머리 없는 몸뚱아리가 내게 달려들었던 순간도 아니고 개복한 임신부의 뱃속에서 움직이는 태아를 보았던 순간보다 더 긴장하게 했던 일. 남이 들으면 오히려 이해 안 가는 일이지만, 그건 사체를 토막 내는 와중에 아들 녀석에게 전화가 온 순간이었어요. 전화 벨 소리에 놀란 게 아니라 당황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감기 아직 안 나았어 아빠?"하며 물어보는 말이 "아빠, 난 다 알고 있어. 그러지 마" 그러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 했었어요."

이 글 속에서 권씨는 유영철이 일시적으로나마 죄책감을 느낀 것 같았지만 곧바로 지우는 행태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아들의 전화에 긴장한 나머지 사체정리도 하지 못하고 밥을 해 먹었다는 내용의 글은 밥을 먹는 행위로 죄책감을 지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권씨는 유영철이 자신에게 희생당한 여성들을 회상하며 쓴 시를 분석한 결과, 살인마는 끝내 자신의 범죄를 미화시키고 참회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마지막/ 끝을 보았다./ 눈물을 보았고/ 슬픔을 보았고/ 공포를 보았고/ 이별을 보았고/ 운명을 보았다./ 그들의 마지막을 보았다"

권씨는 이 시에 대해 "시에 사용된 눈물, 슬픔, 공포, 운명 등 연차적인 확장 시어를 통해 결국 '마지막'과 '끝'을 강조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살인을 극화하고 미화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권씨는 한신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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