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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26 10:05

옥탑방 왕세자 "박하의 절규, 왜 하필 내 옥탑방에 떨어졌어!"

운명이 서로 사랑하게 만들고 사랑하지 못하게 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람이 사랑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 가는대로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람을 얽매는 것이 너무 많다.

"왜 이 넓은 서울땅 중에 하필 너 내 옥탑방에 떨어졌어?"

진정 박하(한지민 분)이 원망하는 것은 이각(박유천 분)이 하필 자기 앞에 나타난 자체가 아닐 것이다. 이미 이각을 좋아하게 된 자기 자신의 감정이다. 왜 하필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왜 하필 그를 좋아하게끔 그는 자신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어차피 처음부터 예견된 비련이었다. 혹시 왕세자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닐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현대에 남아 보통의 남자로서 사랑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러기에는 왕세자의 세 신하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심상치 않다. 이각은 몰라도 송만보(이민호 분)와 도치산(최우식 분)과 우용술(정석원 분)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꿈꾸고 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각은 과거의 조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중데 다시 현대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이각이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찌하는가? 한 나라의 왕세자다. 그리고 세 신하의 주군이다. 그에게도 반드시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 장차 왕위에 오를 지고한 신분으로서 그는 그같은 자기가 짊어져야 할 것들에 매우 익숙하다. 그것이 왕이다. 아무리 박하에게 마음이 있고, 세자빈과 닮은 홍세나(정유미 분)에게 미련이 있더라도 그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그의 길인 것이다. 그러면 남는 사람은 어찌하라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이각은 확실히 왕세자다. 왕이 될 이다. 그가 홍세나와 결혼하려는 것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물론 세자빈과 닮은 홍세나에 대한 호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가 조선으로 돌아가면 홍세나는 현대에 혼자 남게 될 테지만, 그러나 혼자 남게 될 홍세나의 처지보다는 돌아가야 하는 왕세자와 그의 신하들의 입장을 우선한다. 왕이 되어야 할 자신을 위해 누군가 희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미리 경고를 하고 거리를 두는 것은 이각의 박하에 대한 진심이 아니겠는가.

하여튼 모든 사랑이야기의 시작일 것이다.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서로 사랑만 하지 못하게 만드는 외적 요인이 있다. 집안이라든가, 신분이라든가, 다른 이성이라든가, 혹은 드라마에서처럼 어떤 운명적인 이유에서든가. 그래서 줄리엣도 로미오에게 묻는다. 어째서 당신은 로미오인가고. 가문이라는 굴레는 너무나 크고 단단한데 하필 그녀 앞에 나타난 운명의 사랑이 로미오였다. 그런 장애와 시련이 없다면 로맨스란 단지 지루한 사랑이야기일 뿐이다. 장애와 시련이 있기에 사랑은 불타오르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만족을 얻는다.

드라마에서 그같은 장애와 시련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다름아닌 시공의 거리인 것이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이다.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운명처럼 만났지만 다시 운명에 의해 이각은 원래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았던 부대낌이나 갈등은 없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헤어짐이 예정되어 있다. 헤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각에게는 그의 운명이 시키는 또다른 상대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한다. 사랑이란 그 자체가 운명이다. 왁자한 코미디 가운데 비련의 애잔함이 맴돌아 흐른다.

홍세나의 처지가 불쌍하다. 악녀라고는 하지만 워낙 놓인 모든 상황이 그녀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간다. 용태무(이태성 분)의 아버지 용동만(안재환 분)은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기는 커녕 그녀를 살고 있던 집에서까지 내몰고 만다. 이대로 초라하게 끝낼 수는 없기에 용태용을 붙잡았는데 그 역시 단지 홍세나를 이용하려고만 할 뿐이다. 용태용을 붙잡더라도 그는 떠나게 될 것이다. 용태용이 떠나고 나면 그녀는 혼자 남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용태무마저 용태용과 결혼하려 하는 그녀를 원망하여 적의를 드러내고 있으니. 순탄하지 않은 앞날이 예고된다. 과거 300년 전 그녀가 지은 죄에 대한 댓가였을까?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그래도 그녀에게는 낳아준 어머니가 있다. 다행히 낳아준 어머니 장회장(나영희 분)은 그녀가 꿈꾸던 홍콩의 자산가였다. 어머니가 같은 동복누이도 있다. 자매인 것을 부정할 때는 그렇게 자매이기를 고집하더니만, 이제 더 이상 자매가 아니라 하니 서로 자매인 것이 드러난다. 박하와의 관계 또한 그녀가 해결해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생긴 피도 이어지지 않은 동생이 아닌 진짜 같은 어머니를 둔 동생이다. 길러준 어머니 공만옥(송옥숙 분) 역시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다. 심지어 자기를 감추고 부정하려는 홍세나의 의도마저 이해하고 받아들여준다. 그녀는 자기에게 주어진 이같은 행운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정으로 주어진 행복들을 누릴 수 있게 될까?

용태무가 치르게 될 결말이 무척 궁금하다. 그거 저지른 살인은 실수로 처리될 것인가? 아니면 그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사람을 죽인 죄의 댓가를 받게 될 것인가? 캐릭터가 애매하다. 악역이라기에는 선하고 성실하다. 하지만 홍세나와 이각이 서로 결혼한다고 했을 때 용태무의 감춰두고 있던 악의가 겉으로 드러나고 만다. 자신의 죄를 들추려는 이각에 대해서도 서슬퍼런 악의를 드러낸다. 후자가 두려움이고 불안이라면 전자는 그에 따른 열등감이며 자격지심이다. 비로소 제대로 된 악역이 되어 갈 것 같다. 악이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가 악을 만든다.

왕세자의 신하 3인장의 캐릭터가 아깝다. 한 번 보면 바로 외워버리는 천재였을 것이다. 여장에 능하고 여자의 심리를 잘 이해한다. 무술의 고수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자신들의 장점을 제대로 드라마에서 발휘해 본 적이 있는가? 드라마가 오로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이각을 중심으로 한 멜로에 치중하게 되면서 나타나게 된 부작용이다. 나름대로 캐릭터에 따른 역할도 주어져 있었을 테지만 이제는 비글 3인방이라는 말 그대로 사고뭉치에 단편적인 헤프닝만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아예 이각은 회사일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이각이 회사일을 않고 있으니 이들 3인방이 이각의 일을 도울 일도 없다. 캐릭터에 들인 공이 너무 아깝다. 의미없이 소진된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왕세자가 박하를 구하려 한다.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결혼하려는 약혼녀마저 남겨두고 그는 불속의 박하를 구하러 간다. 누전으로 불이 나는 장면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창고관리를 하면서 점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박하의 위기는 이각의 박하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그럼에도 이각은 홍세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각이 현대로 오게 된 이유란 무엇일까? 현대에서 그가 해결해야 할 사명이란 또한 무엇일까? 이각과 그의 일행이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선행되어야 할까? 그리고 이각의 앞을 막아설 용태무의 악의를 걱정한다. 남겨질 홍세나와 박하의 사정과. 깊어진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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