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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25 11:08

사랑비 "도를 넘어선 백혜정의 악의, 동화에 먹구름이 끼다."

아름다운 것만으로는 부족한 사랑의 장애물, 불필요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굳이 백혜정(유혜리 분)의 과거를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백혜정이 김윤희(이미숙 분)가 죽었다고 말했다. 백혜정으로 인해 서인하(정진영 분)를 비롯한 모두가 김윤희가 이미 죽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백혜정과 서인하가 결혼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김윤희와 만나려는 서인하를 백혜정이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 백혜정이 악역이 된다. 해맑던 동화가 음침한 모험물이 된다.

백혜정의 악의가 지독스럽다. 사랑으로부터 배반당한 여인의 한 정도가 아니다. 충분히 그녀는 동정의 여지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결혼까지 하고 자식까지 낳았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여전히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녀만을 생각하고 있다. 바로 옆에 지키고 있는 것은 아내인 자신인데 정작 남편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여기에 없는 다른 누군가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면 그 한이 지독할만도 하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 왜 없을까? 남편의 첫사랑에 대한 미움이 왜 없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모든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백혜정 자신이라고 한다. 김윤희의 죽음을 알린 것도, 그것을 빌미로 서인하와 관계를 가진 것도, 서인하와 결혼을 하게 된 것도 서준(장극석 분)을 가지게 되면서라고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도 백혜정은 바람까지 피우고 있었다. 그것도 상대는 아내까지 있는 유부남이었다. 아무리 서인하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자기를 돌아봐주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 그리 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분명 바람이다.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서인하에게 모든 책임이 있으니 마냥 백혜정을 동정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 또한 사랑이다. 사랑이란 항상 밝지만은 않다. 아름답지만도 않다. 서인하를 사랑했기에 당시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서인하를 자기의 남자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서인하가 돌아봐주지 않는다. 일부러 그에게 상처를 입힌다. 서인하게에 상처입히며 자기에게도 상처입힌다. 이제와 다시 결합하자고 말한다. 서인하가 김윤희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서인하를 흔들고 김윤희를 밀어낸다. 백혜정이 서인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결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동화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려 한다.

벌써부터 선과 악이 나뉜다. 서인하와 김윤희의 커플과 백혜정이 흑과 백으로 분명히 나뉘게 된다. 서인하와 김윤희의 때늦은 사랑의 감정을 쫓기보다 백혜정의 악의를 먼저 인식한다. 그를 비워하고 증오한다. 원망하기도 할 것이다. 악은 응징되어야 한다. 부정한 것을 바로잡아져야 한다. 이대로 서인하와 김윤희의 감정을 쫓는 것만으로는 안되는 것일까? 이대로 백혜정의 악의가 깊어간다면 서준과 정하나(윤아 분)의 커플사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독약과 같다. 당장인 짜릿하니 자극적인 맛이 좋아도 결국은 드라마를 망치고 만다.

하기는 서준과 정하나 사이에 사랑이라고 할 만한 필연이 없다. 절박함이 없다. 그렇다고 감각적인 충동도 없다. 고전적인 순정만화풍의 대사와 장면들이 반복될 뿐이다. 이런 걸 클리셰라 하는 모양이다. 우연과 오해, 그리고 갈등, 그리고 출생의 비밀. 계속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전혀 심각해지는 법이 없다. 논리도 개연성도 없이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흘러간다. 긴장을 부여하기에는 백혜정과 정하나의 첫사랑인 한태성(김영광 분) 정도는 끼어들어줘야 할 것이다. 내적 묘사로 한계가 있으니 외적요인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그것이 거꾸로 드라마의 원래 맛을 해친다.

어쩌면 유혜리가 너무 연기를 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섬뜩하다. 사랑에 상처입은 여인의 내면의 광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출연분량은 많지 않은데 워낙 드라마가 잔잔하다 보니 유독 그녀의 모습만 눈에 띈다. 그녀의 동기조차 모두 묻어버릴 정도로 탁월한 존재감이다. 연기가 너무 좋아도 안좋다. 차라리 백혜정은 동정을 받아 마땅한 캐릭터였을 텐데. 지금은 동정보다는 무섭다. 차라리 서인하와 김윤희를 동정하게 된다. 의도한 것이라면 성공했다.

교통사고가 뜬금없다. 김윤희의 병만큼이나 진부한 클리셰다. 하필 거기에서 김윤희는 앞을 보지 않고 걷고, 서인하는 그것을 용케도 발견하고 대신해서 차에 치인다. 백혜정으로 인해 흔들리려는 두 사람의 감정을 다잡으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다. 김윤희는 예나 지금이나 먼저 나서서 고백할 타입이 아니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라 하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많다.

일단 교통정리부터 필요하다. 백혜정을 응징하려 하는가? 아니면 갱생시키려 하는가? 아니면 단지 사랑이야기 그 자체가 목적인가? 그라마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사랑의 허무함? 아니면 사랑의 아름다움? 영상만큼 이야기가 그다지 예쁘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사실적이지도 않다. 직믐으로서는 너무 난잡하게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다. 재미없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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