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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24 10:59

빛과 그림자 "일본에서 기계로 된 신을 타고 돌아온 강기태, 드라마가 실종되다."

어느새 알게된 이정혜의 진실, 차수혁과의 본격적 충돌이 예고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실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드라마란 갈등이다. 긴장이다. 사건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빛과 그림자>에 있어 그같은 갈등과 긴장이 남은 것이 무엇이 있던가? 기껏해야 강기태(안재욱 분)와 차수혁(이필모 분)과 이정혜(남상미 분) 사이의 삼각관계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강기태가 뜻한대로 다 이루어진다.

강기태가 일본으로 밀항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더구나 운좋게 일본에서 성공한 재일동포 사업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양아들처럼 그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막대한 자본을 끌어다쓰며 그의 이름까지 빌려 일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 뭐든 가능하다. 조태수(김뢰하 분)는 금고도 직접 열고, 강기태는 어지간한 건달들과 붙어도 지지 않는데, 이제 돈의 힘까지 빌리며 거의 무소불위의 경지에 이르렀다. 저 대단하던 장철환(전광렬 분)마저 꼼짝없이 속아넘어간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끝장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가 장철환과 차수혁이 가진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그 사이 삼청교육대가 사건이 되거 드라마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었다. 적어도 그런 정도의 저항은 있어주어야 한다. 강기태가 위기에 몰리고 그래서 시청자가 함께 긴장하며 대책을 고민할 때 재미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지금 남은 것이라고는 도대체 강기태가 무엇을 꾸미고 있는가? 장철환과 차수혁은 강기태가 의도한 대로 넘어가 줄 것인가? 그조차도 평면적으로 대사 몇 마디로 넘어가고 만다.

시대가 담겨져 있지 않다. 시대물인데 전혀 시대와 동떨어져 전개된다. 그 시대와 맞물려 좌절과 실패를 맛보며 마침내 자기 힘으로 성공을 거둔다. 차라리 일찌감치 일본으로 건너가서 힘을 손에 넣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시대와 부딪히는 것만 못했다. 있는대로 시대와 부딪히고 산화한 뒤 일본으로 사거 기계로 된 신을 타고 다시 내려왔다. 삼청교육대조차 말 몇 마디로 지나고, 굳이 80년대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싶게 그저 모든 것이 몇몇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렇다고 그 몇몇 인물들의 갈등이란 현실감이 있는가?

그나마 유일하게 흥미를 끄는 것이 이정혜와 강기태의 관계일 것이다. 이정혜는 강기태를 지금도 사랑한다. 하지만 강기태를 배신했다는 미안함과 차수혁에 대한 미안함과 애증이 있다. 강기태에게는 돌아갈 수 없다. 차수혁에게 다 갚지 못한 마음의 빚이 있다. 차수혁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안 뒤에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차수혁에게 매달린다. 아주 고전적인 드라마의 여자주인공이다. 강기태가 모든 진실을 알고 이정혜를 되찾으려 할 때 과연 이정혜는 다시 순순히 강기태에게 돌아가겠는가? 그것은 이정혜의 자기부정이나 다를 바 없다. 결국 비극은 예정되어 있다. 차수혁에게 주어진 마지막 모든 것이 이정혜이기 쉽다. 이정혜란 끝까지 독해질 수 없는 여자다. 그런 이정혜에게 목숨의 빚까지 지며 강기태의 동기만 더욱 강해진다.

어느 정도 강기태가 무슨 일을 꾸미는가 대략의 윤곽이 드러났다. 김재욱(김병기 분)이 장철환을 상대하고 장철환으로 차수혁을 상대한다. 장철환이 강기태에게 같이 손잡고 차수혁을 상대할 것을 제안해 왔지만 권력의 심장부에서 실세로 있는 차수혁을 상대할 방법이란 강기태에게도 없었다. 그것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다. 삼청교육대의 일을 계기로 강기태는 장철환과 손을 잡고 차수혁을 쓰러뜨릴 힘을 얻는다. 장철환은 김재욱이 알아서 함정에 빠뜨릴 것이다.

홍수봉(손진영 분)의 바람이 뜬금없다. 억지로라도 분량을 챙겨주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그동안 홍수봉에게 따로 비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복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후의 전개에 있어서도 홍수봉의 바람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만 신정구(성지루 분)와 노상택(안길강 분)이 모여 노닥거릴 빌미는 되어 줄 수 있다. 의미없는 장면들이 많이 늘었다.

어쨌거나 이제는 원로로 분류해야 할 대배우 안성기의 신인시절 이름이 나왔다. <바람불어 좋은 날>이라는 영화의 제목도 언급된다. 바로 이런 재미였을 텐데. 기왕에 7, 80년대의 쇼비즈니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잡아낼 필요가 있겠다. 극중영화 <복수혈투>는 쓸데없는 고퀄리티였다. 무리한 기대였을까? 아쉽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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