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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11.06 09:40

[김윤석의 드라마톡]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4회 "허구에서 현실로 줌업! 도현우의 고민에 빠지다"

통제하지 못하는 분노와 좌절, 절대 냉정할 수 없는 현실

▲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포스터 ⓒJT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한순간에 드라마의 허구가 현실의 이야기로 급전직하 줌업된다. 혹시나 오해는 아니었을까. 혼자서 터무니없이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결국 한바탕 헤프닝으로 끝날지 모른다. 딱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즐기기에 적당한 남의 이야기다. 괜한 동정과 어설픈 조언과 무엇보다 무심한 비웃음으로 흘려보내기 좋은 딱 남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것이 호텔에서 아내 정수연(송지효 분)과 만난 순간부터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로 바뀌고 만다.

진지해진다. 무거워진다. 그동안 어떻게든 더이상 드라마에 이입하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잡아끌어 주의를 돌리더니만 이제는 아예 제대로 들으라고 정자세로 꿇어 앉히기까지 한다. 더이상 웃을 수 없다. 더이상 남의 이야기로만 여길 수 없다. 찰라의 순간에 주인공 도현우(이선균 분)가 겪는 현실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실감을 가지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만일 자신이 도현우와 같은 처지였다면? 도현우가 되어 지금 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그러면 자신은 어떻게 했을까?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보았고 그럼에도 끝까지 냉정한 태도까지 확인했다. 물론 시청자는 도현우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현우는 과연 지금 상황에 어떤 선택과 결단을 내리겠는가.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해쳐나가겠는가.

원래 사람의 감정이란 이성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감정이다. 사람의 충동이란 역시 감정으로 얽매거나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자기가 하는 행동을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정해진 수순처럼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려 해서 빠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그렇겠다고 미리 마음먹고서 미워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보니 누군가를 원망하고, 문득 돌이켜보니 누군가에 화를 내고 있다. 갑자기 밀려드는 감정에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대로 휘둘리고 마는 도현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냉정을 잃지 않고 침착할 수 있는 정수연과의 차이가 여기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객관화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쩌지 못하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버려둔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현실과 분리한다. 지금의 가정을 버리고 싶지 않다. 남편과도 계속 부부로 함께 살고 싶다. 그러나 한 편으로 지금 자신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이끌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동기도 원인도 다른 두 사실을 하나로 엮을 필요도 없고 그를 이유로 어느 한 쪽을 포기해야 하는 당위도 없다. 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다면 그에 대해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신이 지금 왜 이러는지도 모르는 채 본능에 이끌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경우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일 것이다. 일단 자기가 먼저 왜 화가 났고 그래서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아야 제대로 된 대화도 가능한 것이다. 목적도 계획도 없이 감정과 충동만 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현우가 옳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믿었던 배우자의 부정을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도현우처럼 행동하게 될 것이다. 말했듯 감정은 이성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충동 역시 감정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자신이 무언가에 화가 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마음으로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된 것에 화가 났고, 그럼에도 냉정한 아내의 태도에 더 화가 났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화가 나서 뛰쳐 나오는 자신을 따라와 잡아주기를 바랐다. 정확히는 실망이다. 배신감이다. 아내라면 그렇게 했어야 했다. 부부라면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

솔직하게 감정을 따라간다. 답답할 정도로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데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민하며 따라다니게 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오만 계획과 구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그러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무언가를 해보려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전혀 멋있지 않다. 오히려 당당하기는 아내 정수연이 더 당당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결국 인지상정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충분히 설득하며 자신의 상황에 이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내가 바람을 핀다면. 바람을 핀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현장을 덮치게 되었다면. 그런데도 아내가 태연하고 당황하다면.

결국 남편의 말에 상처받고 거꾸로 남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내던진다. 자신의 감정은 객관화할 줄 안다. 그러나 정작 남편의 감정에 대해서는 정수연 역시 마찬가지로 무심하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에게 이성으로 이끌린 것이 어쩔 수 없는 감정에 의한 것이었자면 지금 남편이 자신을 다그치는 것도 남편으로서 당연하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의 표현인 것이다. 남편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결국 남편의 말에 상처입고 다시 남편을 상처주는 말을 하고야 만다. 마치 자기만 피해자인 것처럼. 어느새 그들은 그렇게까지 서로 벌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서로 서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았어도 결국 별개의 인격체다. 서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향 역시 모두 다르다. 결정적인 순간 그같은 모순들이 결정적으로 두사람을 파국으로 몰고간다. 오히려 서로를 잘 알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오만이 더 큰 오해를 빚어내고 만다. 바로잡을 최소한의 기회조차 없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만다. 서로 상처입고 상처주며 헤어지는 그 순간이야 말로 부부인 두 사람 사이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결국 오해였다. 그래서 더 얄궂다. 작가 권보영(보아 분)이 다른 회사와 계약할지 모른다 지레 판단하고 뒤쫖은 결과 선보는 자리만 망치고 말았다.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오해는 이미 진실이었다. 권보영의 중요한 약속을 직접 확인하기까지 모두에게 권보영의 이적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정수연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필 호텔에서 만났고 변명조차 없었다. 도현우가 가장 바랐던 결과이기도 했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터무니없는 혼자만의 착각이고 망상이었다. 말도안되는 오해였다. 만일 복선이라면 아직 남은 것이 있을까.

사랑은 되돌릴 수 있을지 몰라도 한 번 깨어지기 시작한 신뢰를 다시 되돌리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발버둥치는 것이다. 아직 깨지지 않았다. 아직 멀쩡하다.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정해야 한다. 사랑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도현우도 지금보다 더 냉정해질 수 있어야 한다. 정수연처럼 자신의 감정을, 현실을 객관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지금보다 덜 사랑하고 그만큼 덜 실망하며 덜 분노한다. 아니면 더 힘들고 어려운 과정들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있었다. 혹시 댓글의 주인이 권보영일 것이다 확신까지 하게 되었던 것도 그만큼 그 조언이 진실하게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트워크에는 거리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개인은 딱 댓글과 댓글 사이의 거리만큼만 떨어져 존재한다. 인터넷의 한계이며 가능성이다. 무심한 가운데 진실한 몇몇이 그런 모두를 이어준다. 아직 도현우는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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