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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23 09:35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상적인 남편 방귀남의 정답, 함께 있을 때 야단을 쳐주세요."

고부갈등이 부부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로 발전하는 이유, 그 답을 제시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방귀남(유준상 분)이 옳다. 물론 부모된 입장에서 서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며느리인데 시어머니로서 불러다 야단조차 마음대로 못치는가? 하지만 며느리이기 이전에 아들의 아내 아니던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보다 어쩌면 더 우선하는 것이 아들과 며느리의 부부사이일 것이다. 어차피 서로 헤어지고 나면 아무리 사이가 좋던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도 결국 남이 되고 만다.

타인이었다. 남이었다. 그래서 혼수를 해올 때는 될 수 있는 한 많이 해오는 쪽이 좋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아들의 아내다. 아들의 살림이다. 같은 선물이라도 그 돈이 나오는 주머니가 다르다. 아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좋은 세탁기를 선물받고도 엄청애(윤여정 분)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아들이 힘들게 번 돈을 가져다 사업한다고 날린 사돈이나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은 시어머니인 엄청애에게 있어서도 며느리란 아들에 딸린 존재다.

며느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차윤희(김남주 분)가 그토록 꺼려했으면서도 결국 시집살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까닭이 무엇이던가? 남편 방귀남 때문이었다. 남편 방귀남에 대한 사랑이 30년만에 찾은 방귀남의 가족들마저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만든 것이다. 방귀남이 아니었다면 시어머니 엄청애나 시누이 일숙(양정아 분)과 이숙(조윤희 분), 말숙(오연서 분)이나, 모두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불편한 이웃에 불과하다. 남편이 있기에 그들에 대해 신경도 쓰고 조심도 한다. 그런데 그런 시집식구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한다. 그 감정이 누구에게로 향할까?

그런데도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전혀 그 사실을 모른다. 자기가 모르는 곳에서 모든 갈등과 충돌이 빚어진다. 아들이다. 남편이다. 자신이 이유가 되었는데 결국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판단을 내리고 결론을 지어야 한다. 오해가 불거진다. 고부갈등이 부부갈등으로 번지는 이유다. 거꾸로 고부갈등으로 인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그 사이에 있는 아들이며 남편에게로 향하고 만다. 당장 방귀남만 하더라도 자신이 모르는 가운데 일어난 일들에 대해 단지 차윤희의 표정과 행동 등을 통해서만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지 않던가 말이다. 차윤희는 최대한 좋게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하지만 실제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는 방귀남 자신도 모른다.

반대로 어머니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차윤희에 대한 서운함을 읽었다. 혹은 어머니에게서 직접 그에 대한 말을 들었다. 그렇다고 마냥 어머니가 하는 말만을 믿고 아내를 대한다면 아내를 서운케 할 뿐이다. 애써 무시한다면 그것은 어머니를 서운하게 만든다. 그때 바로 판단을 내렸으면 모를까 이미 일은 벌어지고 감정까지 불거진 상황에 중립이라는 것도 쉽지 않다. 내 아내다. 그리고 내 어머니다. 결국 당사자로서 남자가 중심에 서는 수밖에 없다. 어머니와 아내의 입장을 모두 듣고 최대한 모두를 배려해서 객관적으로 보고 듣고 판단한다. 오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더구나 시집식구라는 말 그대로 시집은 모두가 한 가족이다. 기본적으로 혈연으로 이루어진 같은 편이다. 그에 비해 며느리는 혼자다. 남편이라도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면 시집식구 전부와의 갈등과 대립을 모두 혼자서 감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째서 차윤희의 친정어머니 한만희(김영란 분)는 굳이 시어머니로부터 눈치를 받고 있다 여긴 딸을 위해 그 집에 당분간 함께 머물 것을 결심하고 있었겠는가? 자기라도 편이 되어준다. 친정어머니인 자기라도 편이 되어 시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 않도록 돌봐준다. 시집식구들로부터 자칫 부당한 대우라도 받게 되면 그 억울함이란 불리한 처지만큼이나 몇 배나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또한 분쟁의 원인이 된다.

아들 차세중(김용희 분)를 야단치는 한만희에게 며느리 민지영(진경 분)이 나서서 그 앞을 가로막는다. 내 남편이다. 야단을 쳐도 내가 내고 혼을 내도 내가 낸다. 역시 하나로 이어진다. 단순히 어머니의 아들만이 아니고 시어머니의 며느리만이 아니다. 며느리에게 있어 남편이며, 남편에게 있어 아내다. 그렇게 관계는 분화된다. 그것을 이해하는데에 해답이 있다.

며느리는 가장이기도 한 남편을 지키고, 남편은 자기 사람은 아내를 보호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야단을 듣는 자리에 함께 함으로써 그 책임을 나누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 애쓴다. 내 아내다. 내 어머니다. 그래서 방귀남도 함께 혼내라 하면서 어머니가 자신을 어려워하지 않는가 묻고 있던 것 아닌가. 어머니가 옳다면 함께 야단을 듣는다. 혹시라도 아내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옆에서 자신이 지켜준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지만 결국 모두가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는 길이다.

드라마의 미덕이다. 현실을 보여주면서 또한 대안도 함께 보여준다. 과도한 혼수문화나 딸과 며느리에 대한 입장이 전혀 다른 모순된 현실을 비판하면서, 또한 방귀남과 차윤희라고 하는 이상적인 주인공들을 통해 그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다. 어쩌면 방귀남이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캐릭터로 여겨지는 것도 그래서다. 차윤희 앞에 놓인 것이 보통의 현실이라면 방귀남은 그 현실을 부수고자 하는 차윤희의 대안이다. 그는 가장 바른 답을 찾아 직접 몸으로 실천한다. 그러나 결국 그같은 올곧음이 자신의 가족과도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차윤희의 옛과외제자 천재용(이희준 분)과 둘째시누이 이숙과의 관계가 심상치않다. 아직까지는 천재용의 짝사랑이다. 짝사랑조차 아니다. 단지 호감이 있다. 이숙이 10년째 짝사랑하는 상대가 누구인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괜히 신경쓰인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들이 자꾸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이게 만든다. 이숙에게도 천재용은 특별한 사람이 될까? 남자 몇 사람의 몫을 하는 만능일꾼이며 10년째 짝사랑중인 순정녀 이숙의 존재와 큰소리만 쳤지 속은 여리기 이를 데 없는 소심남 천재용과의 관계가 또 하나 드라마 안에서 완결된 로맨틱코미디를 만든다. 따로 떼어도 재미있겠다.

차윤희의 동생 차세광(강민혁 분)과 말숙의 사이 또한 미묘하다. 처음에는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것이었다. 친구를 등쳐먹은 못된 여자를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골탕먹이려 들었다. 유혹하고 가지고 논 뒤 비참하게 차버려 복수하려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의도한대로 고스란히 넘어가주는 그 어수룩한 모습이 귀엽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있는대로 자기에게 휘둘리고 마는 순진함이 신경쓰인다. 착해지고 싶다는 반성과 고백 앞에 약해지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을까? 예로부터 여자의 눈물과 고백은 가장 치명적인 무기인 법이다. 급속한 진정을 이룬다.

왕년의 인기가수 윤빈(김원준 분)과도 일숙의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이룬다.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물간 가수이고 그런 가수의 팬이지만 그들 사이에 일숙의 딸 민지가 있다. 윤빈이 민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 한다. 빵집하는 방씨집안 딸들에게도 이제 봄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설마 합동결혼식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라지만 공교롭다. 하필 모두가 이 무렵인가.

까메오는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다. 극중 차윤희의 남편 방귀남이 까메오로 출연한 홍은희의 남편 유준상이다. 홍은희는 차윤희를 연기하는 김남주 앞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유준상은 차윤희의 남편이 되어 홍은희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남긴다. 남편이 불쌍하다. 남편이 남편을 동정하는 글을 올린다. 그 아이러니가 웃음을 자아낸다. 시쳇말로 터진다. 놀랍다.

극중 작가가 아이디어를 낸 '고소의 여왕'의 시놉시스가 흥미를 잡아끈다. 재미있을 것 같다. 평소 습관처럼 고소를 일삼던 주인공이 자신과 헤어진 옛연인을 고소하게 된다. 법정에서 서로 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다투는 사이에 점차 그동안의 문제들과 잊고 있던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일깨우게 된다. 결말은 서로의 변호사와 이어지는 것으로 하면 재미있을 듯하다. 미니시리즈는 그렇고 단편 정도라면 상당히 괜찮지 않을까? 이대로 지나치기에는 상당히 아이디어가 좋다.

결국은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기 하나 보고 시집살이까지 감수하려던 아내다. 자기를 사랑하기에 그토록 주눅들기 싫어하는 여자가 시집식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녀에게도 지키고 싶은 자기의 삶이 있을 것이다. 남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침범당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가장 편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은 남편인 자신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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