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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23 08:47

남자의 자격 "어느새 관성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 안주하려는 남자들에게..."

사람은 항상 실패를 경험하는 그 순간까지 성공속에 갇혀 산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불혹'이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더 이상 미혹됨이 없다.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만큼 변화의 여지도 적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여유 또한 부족하다. 단단해지는 대신 경직된다. 올곧은 대신 완고해진다. 한 마디로 '꼰대'가 된다. 이경규가 말한 '껍질'의 의미일 것이다.

"사람은 실패를 경험하는 그 순간까지 성공한 기억 속에 갇혀 산다."

당연한 것이다. 더 멀리 돌아가야 하는 험한 길이 있다. 반대로 보다 빠르게 갈 수 있는 편한 길이 있다. 전자는 이미 가봤던 길이다. 후자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사람들은 어느 길을 선택하게 될까? 처음 가는 더 빠르고 편한 그 길이 이미 한 번 지나갔던 더 멀고 험한 길보다 더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알지 못한다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없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막 세상에 나와 모든 것이 신기하고 당황스럽기만 한 김국진처럼.

그래서 익숙한 길을 택한다. 늘 다녔던 길만을 다니려 한다. 습관이 된다. 관성이 된다. 나중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항상 다니던 그 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어느새 사람은 본능에 의해 익숙한 길을 찾아 머물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전혀 기억에도 없는데 아침이 되어 눈을 떠 보면 익숙한 풍경과 목소리가 자신을 반긴다. 굳이 더 빠르고 편한 길을 찾으려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왜 그래야 하는데?"

전현무도 샤이니의 '셜록'의 안무를 따라추다가 지친 나머지 하소연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 한 사람 쯤 진정성 없이 살아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어차피 자기가 아니더라도 진정성있는 사람은 많다. 그 가운데 전현무 한 사람 더 더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설득력있게 들리지만 한 마디로 피곤하다는 것이다. 성가시다는 것이다. 불편하다. 이제까지 하던대로 하는 것이 편하다. 쉽다. 그러니 이제까지처럼 그대로 살도록 그만 좀 내버려둬달라.

어째서 이경규는 '욱'하는가? 말한다. 자기 위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최고참이다. 나이에 있어서나 커리어에 있어 감히 이경규와 비교될 만한 사람조차 더 이상 현역으로 남아 있는 이가 드물다. 그것은 권위가 된다. 성공에 대한 기억이 있다. 동년배는 커녕 한참 후배들조차 어느새 도태되어 사라져버리는 연예계에서 그는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오고 있다. 아니 지금도 그는 현재진행형이다. 살아남았다. 그것도 여전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승자다. 성공한 사람이다. 감히 누가 있어 이경규의 앞에서 지적을 하고 요구를 해오겠는가.

이경규가 변하기 시작한 것도 2008년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난 뒤부터였다. 친정이던 MBC에서조차 밀려나 터줏대감으로 있던 '일밤'마저 관두고 KBS에 새로운 둥지를 틀어야 했던 무렵이었다. 아마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지금껏 해오던대로 해서는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변화가 필요하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 보여지는 이경규는 여전히 이경규지만 그러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경규였다. 솔선수범하고 곧잘 동생들에게 당해준다. 진정성있는 모습도 많이 보여준다. 기믹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랑'과 '배려'란 그의 새로운 무기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한 치 앞도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바꾸고 도전해가는 도중인 것이다. 그런 그이기에 알을 깬다는 말이 진정성있게 들린다.

평생을 음악만 하며 살아왔다. 예능출연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유독 음악인 가운데서도 까탈스러울 정도로 완고하게 음악만 파던 사람이었다. 그런 김태원이 처음 예능에 출연한다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가? 최근 다시금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그룹 '부활'의 인기는 김태원이 이제까지의 그를 가두고 있던 틀을 깸으로써 가능해졌다. 이제는 더 이상 전처럼 최소한의 운동능력조차 결여된 IQ81의 상식결핍만으로는 웃길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김태원의 달라진 모습이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끈다. 양준혁이 희생양이 되어 주었다. 양준혁 역시 앞으로 새로운 예능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양신'시절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이다. 야구장 밖은 야구장과 전혀 다른 세계다. 김태원보다도 오히려 더 야구만 했다. 존경스러울 정도다.

윤형빈은 아직도 '왕비호'를 대신할만한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왕비호가 크기는 컸다. 그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왕비호가 아니다. 수명을 다하고 개그콘서트의 무대에서도 왕비호는 사라진지 오래다. 하기는 과연 <남자의 자격> 초창기 왕비호의 인기를 등에 업고 고정멤버로 발탁되었을 때 왕비호의 캐릭터에만 기대려 했다면 그는 이미 오래전에 사람들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처음 검색어에 오르고자 사람들에게 사정하는 모습은 지루했지만 과연 민망함도 무릎쓰고 사람들 앞에서 서슴없이 옷을 벗을 때는 과연 연예인이구나 했었다. 옷을 벗듯이 지금 그를 가리고 있는 완고한 껍질도 벗을 수 있었으면. 그는 확실히 예능인이었다. 다만 재미가 없다.

이윤석은 그런 점에서 참 신기하다. 항상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이윤석에게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한결같은데 그러면서도 가장 많이 바뀌고 있다. 가장 많이 바뀌고 있음에도 돌아보면 항상 그자리에 그 모습으로 서 있다. 그런 것을 두고 성실하다고 말한다. 소심한 것이 아니라 성실한 것이다. 자신에 성실하고 주위에 성실하다. 프로그램에도 성실하다. 그래서 비록 분량은 크지 않지만 그는 항상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어떤 미션에서든 최소한은 보여준다. <남자의 자격>에서 가장 감동적이던 장면들은 대부분 이윤석과 관련이 있었다.

전현무 역시 이미 한 번 껍질을 깬 경우가 아니었을까? 아나운서에서 밉상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에도 예능인으로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아나운서 출신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현무는 그 가운데서도 매우 특별했다. 아직은 진정성보다는 그 진정성을 가지고 놀려먹는 재미일 것이다. 아나운서와 밉상의 괴리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 사람들이 전현무에게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런 모습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전현무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런 모습들일 것이다. 하지만 준비는 필요하다. 의외로 이미지는 빠르게 소모된다. 그럼에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가운데 웃음이 터지고 마는 그 모순된 모습이 그의 매력이다. 웃는다. 어찌되었거나 웃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미션은 김국진을 위한 미션이기도 했을 것이다. 소개팅을 앞두고 김국진을 리빌딩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자폐적으로 자기 안에 갇혀 있던 김국진을 세상으로 끌고 나온다. 지하철도 타게 하고, 쇼핑도 하게 한다. 이제껏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들이 그를 당황스럽게 하고 놀라게 만든다. 그러나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그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 어린아이 같았달까? 하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경우는 다르지만 그와 같은 아이같은 어른들이 너무 많다. 역시 이미 자기가 만든 세상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일부러 다른 경험을 할 필요가 없기에 지금 그대로의 모습에 머물려 한다. 하지만 그래서야 앞으로가 지겹고 지루하지 않겠는가. 보다 인생을 즐기며 산다.

모두를 위한 메시지다. 이경규나, 김태원이나, 양준혁이나, 이윤석이나, 윤형빈이나, 전현무나 모두, 김국진 자신은 물론 시청자 모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다. 다만 아쉽다면 도대체 어째서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얻어지는 성과에 대한 설득력있는 묘사도 없었다. 그냥 시키니까 하고, 시키는대로 미션을 완수하고 나서 정형화된 전혀 내용과는 상관없는 멘트를 던질 뿐이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모두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유기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하고 있었다. 부분부분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인상에 남지 않았던 이유였다. 어째서 지금 굳이 단점고치기와 같은 미션을 수행하는가?

차라리 각자 멤버마다 단점을 적시하고 그것을 다른 멤버들이 합심해 고쳐주는 내용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나머지 여섯 멤버가 각자의 지식과 경험으로, 그리고 개성과 캐릭터로 다른 멤버의 일상에 개입하여 그의 단점들을 바로잡아준다. 시행착오도 있고 멋지게 들어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역시 <남자의 자격>에서 일곱 명의 멤버를 두고 있는 이유는 이와 같은 여러 다양한 개성들의 공존에 따른 시너지를 노리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있어야 재미있다. 모두가 함께 있을 때 캐릭터도 분명해지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내용들도 많았다. 이전의 다른 따로 나뉘어 수행하던 미션에서조차 일반인의 출연을 통해 그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너무 성의없이 만들었다.

의도도 좋고, 주제도 좋다. 장면들 역시 멤버들의 개성과 어울려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너무 여백이 많았다. 빈틈이 많았다. 파업의 여파였을까? 그저 말로 때우려 할 뿐 그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이야기란 보이지 않았다. 감동을 반감시키는 요인이었다. 조금은 멤버 전체가 참여하는 스케일있는 미션울 추구해 보아도 좋다. 미션이 아닌 연출의 세심함이다. 굳이 나누기보다는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김태원과 양준혁의 대화도 그들끼리만이라 허전했다.

필자도 도미노는 세우지 못한다. 퍼즐도 열불나서 끝까지 맞추지 못한다. 욱하는 성격은 아닌데 그다지 인내심도 강하지 못하다. 이경규의 눈물에 공감한다. 화가 날 것이다. 어째서 굳이 책을 통해 상식을 배워야 하는가? 일반상식책에 나오는 대용은 상식이라기에는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세계칠대불가사의의 경우는 과연 모두가 알 필요가 있을까? 상식이란 보편의 지식이다. 누구나 공유하는 그 사회의 저변의 지식과 경험이다. 상식조차 강제하여 가르치고 배운다.김국진 만큼은 아니지만 선물사기가 꽤나 어렵다.

재미있었다. 보다 스케일있게 유기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멤버들의 개성도 살았다. 단점고치기라는 미션이 더욱 대조적으로 멤버들의 예능인으로서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냈다. 충분히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욕심이 조금 많다. 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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