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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10.24 15:17

[공소리 칼럼] 사랑과 책임의 관계는 거짓말이다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결혼 속에서 책임이란 한국과 다른 문화권인 서양 등은 차이가 있다. 한국 부모는 아이의 건설적인 미래를 설정하기 위해 아이를 유학 보내고, 아버지는 기러기아빠가 되는 책임을 다한다. 서양의 방식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과 배우자가 결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혼전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가족과 보낼 여가를 중요시한다.

▲ 출처: 픽사베이

한국과 서양의 사랑도 차이가 있다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 속 캐릭터들을 보면 열정적이고 복잡한 설명 없이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고 이룰 수 있는 문화가 삶에 전제돼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랑은 열정과 욕구의 실현과 거리가 멀다. 연민과 측은지심이 섞여 있는데 즉, 욕구의 실현보다 상대방을 통해 자아 욕구를 채우고만 싶어 한다. 결국, 상대방에게 욕구실현이 불가하다고 깨닫고 동양 사상적 방법으로 위로한다. ‘관계는 희생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많은 부분을 포기하므로 상대방과 관계를 돌보고 채워준다고 착각한다.

나는 나, 너는 너. 공집합이 관계다

사랑하는 사람을 객체로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자아 욕구를 물려주고,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삶을 돌보는 것은 독립적인 존재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거다. 상대방에게 도움이 필연적이거나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 돌보는 것이 사랑과 책임의 몫이다.

동양은 공동체 사상이 발달했다. 서양과는 철학과 문화에 깔린 근본부터 다르다. 하지만 행복을 방해하는 사랑과 책임의 방식을 동양사상쯤으로 치부하는 건 몹시 무지하고 우습다.

“가족이 무슨 남이야, 우리 사이에 남은 무슨 우리지”라는 말은 많이 사용된다. ‘정’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전제로 나와 심리적으로 먼 상태는 ‘남’으로 정의하고, 나와 가까우면(정을 나누면) 남이 아니다. ‘정’이라는 개념은 다른 문화권에서 생소한 개념이다. 비슷한 감정으로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고유의 정을 내세우며 타인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지하지 않는 건, 사랑보다는 소유의 감정과 더 가깝다.

“우리가 얼마나 친한데, 너는 내 편이어야지”라는 말도 익숙하다. 정과 친근감이라는 미소로 상대방에게 존중과 인정을 협박해 얻어내려는 폭력적인 모습이다. 정작 존중을 요구하는 쪽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면서 말이다.

사랑과 책임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면서 우리라는 이름의 교집합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지, 스스로나 상대방을 부분집합으로 밀어 넣을 수 없다. 우리는 나와 다른 존재를 친근감이라는 이유로 나와 같은 것으로 묶어버리고 사는 게 아닌지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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