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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16 18:33

김구라 정신대 막말의 의도, 정신대보다 인간에 대한 기본의 문제였다.

여전한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비하와 조롱에서 새삼 김구라를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예능인 김구라의 또다른 과거의 행적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상당히 심각한 것이 그 대상이 우리사회에 있어 금기라 할 수 있는 정신대 - 정확히 일본군성노예에 대한 비하라는 점일 것이다. 마치 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을 성매매여성과 동급으로 싸잡아 매도는 것 같았다.

"창녀들이 버스를 탄 것은 정신대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정확히 당시 김구라가 하고 싶었던 말의 요지는 이것이었을 것이다.

"창녀 - 즉 성매매여성들이 마치 자기들이 정신대피해자라도 되는 줄 안다."

보다 정확히 그것은 일본군노예피해자들에 대한 비하라기보다는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비하였다. 당시 정부의 성매매단속에 항의하여 버스를 타고 모이던 성매매여성들에 대해 그같이 조롱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테니 말이다. 도대체 뭐 대단하게 잘한 게 있다고 버스씩이나 타고 모이는가?

표현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일본군성노예에 대해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성매매여성을 갖다붙였느냐? 아니면 성매매여성들을 비하하기 위해 일본군성노예를 끌어다붙이고 있었는가?

사실 그래서 김구라의 저 발언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성매매여성 또한 주류남성에 의한 주변부여성에 대한 성적착취로서 일본군성노예와 유사하게 판단할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성매매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인, 혹은 물리적인 강제와 강요가 있었고, 그로 인해 남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성적인 대상으로서 소비되어지고 있다.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그것도 특정 민족에 대해 강요된 동원이라는 점에서 보다 악랄한 의도가 드러나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성을 성적인 대상이자 수단으로 삼는 기제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물론 김구라가 실제 그렇게 판단해서 저와 같은 말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성매매여성들이 버스까지 대절해서 모이는 자체가 우스웠을 것이다. 성매매를 하는 주제들 따위가 마치 무슨 대단한 피해자라도 되는 양 버스까지 대절해서 모여 시위를 한다. 거기에서 더 고약스런 의도가 묻어나는 것이다.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또한 피해갈 수 없는 아주 저열한 의도다.

성매매란 추악한 것이다. 도덕적으로 더러운 것이다. 성매매를 한다는 자체가 이미 자격을 잃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판례도 있지 않던가? 법은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정조만을 보호한다. 법은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권리만을 보호한다. 그래서 과거 성매매여성들은 역사의 사각에 놓여 있었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들을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민족의 수치였다. 아주 최근에서야 그분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일본에 대해 적대적인 민족감정이 더해지며 나타나게 되었었다.

아마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주 최근까지도,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피해여성들이 차마 피해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음지에 숨어 있다. 과연 일본군성노예피해자들이 지금 밝혀진 그 정도에 그치고 있었을까? 자식들과 주위의 눈이 무서워서 차마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이들이 어쩌면 더 많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처지에 놓여 있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과 권리를 무시하고 조롱한다. 그런 와중에 일본군성노예까지 끌어다붙이고 있었다. 상당부분 오해가 섞여 있지만 자업자득이라 할 만한 부분이다. 그가 그토록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비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와 같은 말이 나올 이유도 없다.

더 고약스러운 것은 그럼에도 당시 김구라의 발언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어째서 필자는 김구라의 발언에서 저와 같은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는가? 실제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많은 여론들이 저와 같은 요지의 주장을 담고 있었다. 성매매여성따위가 자기권리를 주장한다. 당시 김구라의 막말은 그같은 네티즌의 보편적 정서에 편승한 것이었다. 당시 김구라의 막말이 음지에서 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였다. 이제와서 모른 척하는 것은 비겁하다.

그 본질을 보려 한다. 그는 과연 정신대 - 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을 비하하려 했는가? 아니면 성매매종사자라고 하는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자격에 대해 비하하고 조롱하려 했는가? 일본군성노예를 성매매와 동일시하는 것은 일견 있을 수 있는 견해이기도 하다.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그것을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같은 비교에서 나타는 인간에 대한 멸시와 조롱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받게 되는 모멸감이다.

물론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과연 새삼 과거의 김구라의 발언이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아마 김구라 자신도 당시 자기가 했던 모든 말들에 대해 기억하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예전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이 김구라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을 대 김구라 자신도 말하고 있었다. 워낙 욕을 많이 해서 누구를 욕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김구라가 갖는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다. 그것이 김구라가 갖는 롤이다. 사람들이 김구라를 좋아하는 이유다. 다만 그럼에도 필자 또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자격이란 무엇인가? 김구라 자신에 대해서도.

입맛이 쓰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때문이다. 일본군성노예도 서글프지만,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과 시도가 비하될 수 있다고 하는 현실이 더 쓰리다. 지금도 일본군성노예와 비교된다는 자체로 문제삼지 그들을 비하하고자 한 의도를 지적하는 의견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인간에 대한 연민의 문제다. 기본의 문제다. 안타깝다.

정확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일본군성노예 - 정신대를 성매매와 같은 것으로 놓고 비교한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것이 특정 직군에 대한 비하와 모욕의 의도에서 쓰여진 것이 문제인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새삼 떠올리고 만다. 당시 성매매여성들에게 쏟아지던 말들에 대해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성매매여성과 비교한 것만 탓하지 성매매여성들에게 향하던 경멸과 악의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것이 김구라였다. 당시의 김구라였다. 씁쓸하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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