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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16 08:58

남자의 자격 "일곱 남자의 도전, 자신을 바꾸라!"

김태원이 위대한 멘토인 이유를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오랜만에 웃겼다. 바로 이 맛이었다. 리얼버라이어티를 보는 재미다. 자연스럽게 쌓인 이야기속에 익숙한 웃음이 있다. 이경규가 있고, 김국진이 있고, 김태원이 있고, 양준혁과 이윤석과 전현무와 윤형빈이 있다. 수다가 즐겁다. 한바탕 왁자하게 꾸미지 않은 수다가 지나간다.

사실 그동안 <남자의 자격>이 재미라고 하는 버라이어티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침체해 있던 이유였다. <남자의 자격>이 갖는 태생적 한계였다.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멤버가 없다. 이경규와 의외로 김태원이 유일하다. 그것이 <남자의 자격>이 내세우는 진정성의 이유이기도 했다. 꾸미지 않는 것이 아니라 꾸밀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리얼리티가 덧씌워진다. 성공하면 공감이고, 실패하면 다큐이고 지루함이다.

뭔가 일부러 만들려 해서 만들 수 있는 멤버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본이 주어지면 그대로 충실하게 따라서 연기할 수 있는 멤버들도 아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남자의 자격>에 기대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니다. 결국은 연기가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굳이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만들기를 필요로 하는 그런 내용이고 방식이어야 한다. 무엇이 있을까? 바로 이번에 보여진 그대로다. 자신의 이야기다. 보편의 이야기거나, 아니면 개인의 이야기거나, 굳이 연기를 하거나 예능을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질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여야 한다.

멤버들에게서 보통의 남자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그것이 공감이 된다. 그러면서도 남들과 다른 그들 자신만의 개성이 재미가 된다. 그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남의 이야기다. 내 일처럼 공감하고, 남의 이야기를 살짝 엿본다. 그것은 스케일 작은 '트루먼쇼'일 것이다.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그들을 본다. 보고 즐긴다. 그들은 남자이며 그들 자신이다.

매우 사실적인 모습이었다. 사실 자신의 단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아직 어릴 때나 그러는 것이다. 불혹이라는 말은 굳이 더 이상의 다른 고민이나 반성따위 필요없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얼마나 현역으로 남아있을지 알지 못하는데 이제와서 새삼스레 단점을 찾아 그것을 고친다는 것은 의미없어 보인다. 그냥 살던대로 살련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경규와 김국진, 김태원이 보이는 초연함과 양준혁 이하에서 보이는 조급함이 그것을 보여준다. 아직 그들은 젊다.

다른 사람이 보는 자신을 신경쓴다. 그것을 어떻게든 고치려고도 노력해본다.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어차피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새삼 바꾸고 싶은 마음도 없다. 굳이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귀찮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의 자기에게 너무나 만족하는 것도 있다. 세부미션 또한 서로의 단점에 대해 상당히 짓궂게 짜여진 것이라 예능으로서의 재미도 기대할 수 있겠다. 같은 남자로서 멤버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각자의 개성과 어우러지며 관음적인 쾌감마저 준다. 그들은 단지 자신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웃게 된다.

이경규는 이윤석과 함께하며 욱해서는 안된다. 이윤석은 이경규와 함께하면서 주눅들어해서는 안된다. 김국진은 이제까지의 자폐적인 생활에서 보통사람의 일상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마치 어린아이 심부름보내는 것 같다. 김태원과 양준혁은 같은 음악과 야구만을 아는 바보로서 함께 절차탁마해야 한다. 얼마나 상식적인 김태원과 양준혁이 될 수 있을까? 전현무에게 진정성이라는 말 자체가 우습게 들리고, 윤형빈은 한 번 쯤 검색어 상위에서 유명세를 누렸으면 좋겠다. 현실적인 세부미션들이다. 그리고 각 멤버에 대한 기억과 이해가 기대를 만든다. 웃는다.

과연 김태원이 어째서 위대한 멘토인가를 알 수 있었다. 전현무는 아나운서였다. 아무리 비호감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해도 그의 원래 직업은 다름아닌 아나운서였을 터였다. 그토록 표정관리가 안되더니만 뉴스진행을 하라 하니까 진지한 표정이 된다. 그것을 단번에 알아채고 조언까지 한 김태원에게서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보컬들을 발굴하고 키워냈던 밴드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로서의 모습을 보게 된다. 샤이니의 온유가 입을 벌리고 만 이유가 있다. 단 몇 마디의 조언만으로 비록 동작은 어설퍼도 표정만큼은 진짜가 되었다. 새삼 감탄했다. 아이돌의 노래나 더구나 춤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일 터임에도. 샤이니라고 하는 팀에 대해서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새삼 감탄하고 만다.

아무튼 그래서 보면서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차라리 이것을 장기미션으로 두면 어떨까? 각각의 단점을 다른 멤버들이 찾아내어 지적해주고 함께 바로잡아도준다. 자폐적인 성격의 김국진에게는 각각의 멤버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의 통로를 열어준다. 인기가 없는 윤형빈에게는 각각의 다른 멤버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해준다. 이경규가 욱하지 않도록 조언을 해줄 것인가? 아니면 인내심을 기르도록 단련시켜줄 것인가? 개성이 드러난다. 그것이 친구라는 것이다. 형제라는 것이다. 제작진이 아닌 멤버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다.

김국진의 소개팅이 이제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신화의 팬이었음에도 김국진을 꿋꿋하게 이상형으로 꼽는 최희 아나운서도 있다. 이상형월드컵등을 통해 김국진이 원하는 스타일의 여성을 공개수배하는 방법도 있겠다. 생각을 굴려본다. 뭐가 더 재미있을까?

욱사마 이경규의 인내심을 기대해본다. 소심한 이윤석의 배짱도 기대해본다. 김태원의 무식함은 이제는 차라리 매력이다. 아직 양준혁은 그다지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내 본 적이 없다. 윤형빈의 굴욕과 노력, 김국진의 당황, 전현무의 이율배반. 나의 단점은 무엇일까? 만족하며 산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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