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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15 09:31

넝쿨째 굴러온 당신 "너무 가까운 시어머니와 며느리, 완벽남편 방귀남이 부담스럽다."

고부갈등의 원인, 그 원흉 말숙과 차윤희와의 관계역전을 기대한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사람은 모두가 타인이다. 서로 완전히 아는 것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것은 무모한 욕심이다. 미련한 바람이다. 그러나 그 바람을 버리지 못한다. 사람의 정이다. 오히려 사람의 정이 있어 사람의 사이가 멀어진다. 다투고 갈라서고 서로 미워한다. 정이 있어 미움도 생긴다.

아들이다. 며느리다. 어머니다. 시어머니다. 당연히 챙겨주고 싶어한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위해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도 당사자만의 삶이라는 것이 있다. 아들이기 이전에 방귀남(유준상 분)이라는 한 개인이고, 며느리이기 이전에 차윤희(김남주 분)라고 하는 이름을 갖는 한 인간이다. 하기는 엄청애(윤여정 분)이기 이전에 어멈이고 어머니였을 것이다.

모든 갈등은 바로 그로부터 비롯된다. 전혀 알지못하는데 안다고 착각한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아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기대는 일방적인 실망으로 이어진다. 실망은 분노가 된다. 원망이 되고 증오가 된다. 그런데도 그래야 한다는 의무가 다시 강요로 나타난다. 시누이라고 하는 것이 권력이 되어 막내시누이 말숙(오연서 분)이 한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차윤희에게 오히려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차윤희에게는 차윤희의 사정이 있다. 차윤희에게는 차윤희의 방식이 있다. 방귀남과 차윤희의 집을 찾았다 무심코 거실에 굴러다니는 화장품병을 밟고 크게 넘어진 엄청애의 모습은 그것을 보여준다. 차윤희에게 어쩌면 그것은 일상이겠지만 엄청애에게 그것은 예기치못한 재앙이 된다. 그녀는 방귀남과 차윤희가 사는 방식을 알지 못한다. 예전에야 시어머니이기에 어쩔 수 없이 차윤희가 따라야 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여기저기 지뢰가 놓여 있다. 갈등의 소지란 도처에 널려 있다.

과연 방귀남이란 최고의 남편이다. 시집살이라고 하는 최악의 현실을 보여주는 가운데 가장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판타지가 되어준다. 새언니를 시집살이시키려는 막내의 의도를 며느리보다 딸이 더 낫지 않겠느냐며 미연에 차단한다. 둘째 작은어머니 장양실(나영희 분)까지 가세하여 할머니에게 차윤희의 험담을 하는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더니 아예 자기가 제사준비를 하겠다며 누이들의 일까지 빼앗아 도맡아 한다. 하기는 그토록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조차 자신을 걱정하던 할아버지인데 손자인 방귀남이 제사준비를 돕는 것이 옳다. 전혀 모르는 손주며느리보다야 마음에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 방귀남의 정성이 더 반가울 것이다. 당황스럽고 놀랍지만 막내작은어머니 고옥(심이영 분)은 그것이 그리도 좋다.

캐릭터의 묘사도 매우 탁월하다. 그냥 좋은 남자여서는 곤란하다. 아주 바보같을 정도로 좋은 남자여야 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남자여야 한다. 병원에서 직속상사임에도 속엣말을 감추지 못하고 일단 내뱉고 본다. 천연기념물이다. 타협하는 법 없이 올곧게 자기가 믿는 바를 실천한다. 오랜만에 찾은 작은아버지 앞에서도 자기 아내 험담을 하지 말아달라 당당히 말하는 남자다. 결혼기념일과 제사가 겹치니 아내를 위해서 차라리 어른들께 양해를 구해보자 한다. 그래서 차윤희는 한국에 남았다. 그토록 꺼려하던 시집살이를 견뎌낼 수 있다.

차윤희도 참으로 여우다. 수단이 좋다. 그토록 할 말 못할 말 다 쏟아내고 안좋게 헤어졌음에도 어느새 작가며 감독이며 다시 설득해 함께 일을 해나간다. 토끼같다면 일방적으로 휘둘릴 뿐이다. 곰같다면 우직하게 부딪힐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속으로는 불만을 삭이면서도 앞에서는 얼마든지 웃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 십분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정작 집현관 비밀번호를 가르쳐달라는 제안에는 단호히 거절한다. 선을 지킬 줄 안다.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 사이의 경계를 안다. 그래서 그녀는 주인공이다. 사건을 만들고 그것을 지혜롭게 해결해간다. 굳이 사건을 만들고 부딪히며 그럼에도 원만하게 해결하며 타협점을 찾는다. 김남주의 연기는 놀랍다. 얄미울 정도의 계산과 어수룩한 진심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막내시누이 말숙과 차윤희의 관계도 그런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말숙이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가 차윤희의 남동생 차세광(강민혁 분)이다. 차윤희는 차세광에게 차라리 공포의 대상이다. 말숙이 차세광과 계속 사귀는 이상 차윤희가 다시 그녀의 시누이가 된다. 그래서 겹사돈은 맺는 것이 아니다. 시누이가 올케가 되고, 시어머니가 친정어머니가 된다. 입장이 바뀐다. 그러나 역지사지할 수 있다면 헤프닝은 있겠지만 답은 빨라질 수 있겠다. 말숙은 차윤희를 시누이로서 받아들이려 할까? 하지만 이미 그녀는 차세광에게 제대로 꽂혀 있다.

윤빈(김원준 분)의 수난은 여전히 쉽게 끝나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그나마 서던 무대마저 끊기고 말았다. 전화요금을 내지 못해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 왕년의 스타지만 그러나 지금은 오갈 데 없는 백수신세다. 과거의 영광만을 먹고 살기에는 현실이 너무 고달프다. 과거의 윤빈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는 일숙(양정아 분)의 존재는 더욱 그를 몰아세운다. 스타노릇하기가 무척 버겁다. 윤빈이 과연 당당히 일숙을 대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막내작은아버지 방정배(김상호 분)와 고옥과의 러브스토리가 나온다. 자살까지 결심한 기댈 곳 없는 절망에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이가 바로 방정배였다. 손을 내밀어 붙잡아준 이가 바로 남편 방정배였다. 고옥에게 방정배는 신앙이다. 바보같을 정도로 맹목적으로 그를 사랑한다. 바보같을 정도로 그녀는 순수하다. 이기적이고 계산이 빠른 것 같지 않지만 방정배도 사는 것이 서툴다.

천재용(이희준 분)에게 첫사랑이자 옛과외선생 차윤희의 존재는 재앙이었을 것이다. 차윤희를 도우려다가 그만 홍보실장의 자리에서 내쫓겨 새로운 레스토랑체인의 담당자로 밀려나게 된다. 그런데 시누이를 하나라도 정리해보고자 차윤희는 그에게 악연까지 깊은 손아랫시누이 이숙(조윤희 분)을 떠밀려 한다. 그럼에도 허허거리며 당해주는 것을 보면 첫사랑의 감정이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창너머로 자신을 보는 천재용에게 웃음마저 지어 보이는 차윤희는 악마 그 자체다. 천재용과 이숙,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의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양희경(엄순애 역)이 언니 양희은의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름까지 바꿔서 엄지라는 이름으로, 더구나 자신을 마냥 사랑해주던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려주던 말 그대로 자신을 소개하며. 자매라 그런지 목소리까지 닮아 있다. 배경음악처럼 엄순애의 노래가 흐르며 잔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코 잔잔하지 않은 이야기다.

해결의 열쇠는 역시 방귀남이다. 여자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아무것도 모르기에 그는 천연덕스럽게 끼어들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대개는 그의 올곧음과 성실에서 비롯된 대안이다. 남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방귀남처럼 되기란 무척 어렵다. 차윤희처럼 대하기도 어렵다. 적당히 이기적이며 적당히 이타적이다. 가끔은 그로 인해 곤란도 겪는다.

적반하장이다. 가짜명품핸드백으로 인해 차윤희가 곤란해졌다. 그런데 정작 어머니까지 속이고 그녀에게 가짜핸드백을 선물한 말숙이 오히려 차윤희에게 큰소리를 친다. 기본이 안되어 있다고. 그래도 일단 들어가려 이야기를 뒤로 미루는 차윤희를 붙잡아 세워가며. 어떻게 될까?

남자와 여자가 보는 눈이 다르다. 확실히 고부갈등이란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그다지 깊이 와닿는 소재가 아니다. 방귀남은 부담스럽다. 차윤희는 귀엽다. 시어머니 엄청애와 세 시누이 - 특히 말숙이 얄밉기도 하다. 장양실의 숨은 속내가 궁금해진다. 할머니는 할머니였다. 재미있다. 보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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