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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12 09:08

적도의 남자 "김선우의 위기, 더 큰 복수를 위한 마지막 시련이 시작되려 하다."

김선우가 돌아올 곳, 한지원에게서 위태로운 복수의 끝에 머물 따뜻함이 준비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짓하면 뉴욕에서는 폭풍이 몰아친다.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사소한 행동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만다. 무심코 내린 선택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만다. 전문용어로 민폐라 부른다. 폭풍이 몰아친다.

단지 돈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물론 호기심도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왜 죽인 것일까?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김선우(엄태웅 분)의 아버지 김경필을 죽인 것일까? 이장일(이준혁 분)의 아버지 이용배(이원종 분)가 김경필을 죽이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는 했다. 하지만 죽은 김경필과 이용배 사이에는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다. 이용배가 굳이 김경필을 죽여야 할 동기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장의 궁핍과 무엇보다 딸 최수미(임정은 분)를 위해서라도 그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용배에게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본 것과 알고 있느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과 바꿀 댓가에 대해서도. 하지만 그것은 최광춘(이재용 분)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노식(김영철 분)과 이용배의 공포를 건드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김선우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사실 진노식은 망설이고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아들이었다.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을 옛약혼녀의 아들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아들일지도 몰랐다. 혹시 김선우가 모든 것을 알고 협박편지를 보낸 것이 아닐까 의심이 생기는 순간 그는 주저없이 일말의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위해 김선우를 제거할 것을 지시한다. 원래 오래전에 끝마쳤어야 했을 절차였다. 그러나 그 자신도 모르는 아주 작은 미련과 망설임이 지금까지 김선우를 방치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때가 되었다. 아주 오래전 이 모든 일들의 시작이었을 그때처럼 그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는 약하다. 설사 자신의 친아들을 죽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자기가 상처입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서 그는 친형제와도 같은 아우들과 목숨보다 사랑하던 약혼녀를 한 번 버렸었다.

이용배는 두렵다. 그는 본래 그다지 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무지했다. 그리고 맹목적이었다. 가난과 무지는 그에게서 양심과 염치를 빼앗아가 버렸다.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죄에 대한 두려움마저 잊도록 만들었다. 아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죄를 지었다. 아들의 성공을 위해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시 같은 일을 하라면 못한다. 그동안도 그는 죄책감에 몸을 떨며 후회하고 두려워했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자신의 죄가 드러날 지 모른다는, 무엇보다 자신의 아들 이장일에게까지 영향이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더 큰 두려움이 또 한 번 그의 등을 떠밀게 된다. 다시 한 번 아들을 위해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외로 돌리지 않으면 안된다.

필요한 과정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죽었다. 살인자들에 의해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그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마저 철저히 은폐되어 있다. 진실을 밝히고 살인자들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정도라면 직접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보다 지금 김선우가 하고 있는 그대로 공인된 절차와 수단을 통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이제까지 경찰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범인들을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들에 비추어 그가 개인적인 복수로 방향을 선회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계기가 필요하다. 가슴에 더 큰 분노를 품고 원수들에게 더욱 처절한 증오를 내보일 계기가. 그것은 필연 김선우 자신에 대한 것이기 쉽다.

이미 이장일로 인해 그는 한 번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앞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죽음에 더해 김선우 자신의 원한이 더해진다. 아버지의 죽음에 비해 보다 직접적인 자신과 관련한 원한이다. 그조차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과는 달리 김선우는 이장일을 보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직은 미련이 있다. 여유도 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복수를 해야겠다는 절박한 다짐도 없다. 사랑도 한다. 아직 그에게 복수는 전부가 아니다. 복수가 전부가 되기까지 그를 몰아붙여야 한다. 수 년의 시간을 건너뛰더라도 여전히 복수에 대한 의지가 남아 전해질 수 있도록. 김선우 자신이 그 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어쩌면 지금의 시간들은 그때를 대비한 준비기간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선물이다. 그가 돌아가야 할 지점이다. 마침내 모든 복수를 끝마치고 났을 때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이었다. 아버지가 죽기 전, 그러나 그곳에는 이장일이 있다. 이장일조차 없는 그가 돌아가 마음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려 한다. 최수미조차 없어야 한다. 온전히 사랑만이 있다. 오로지 행복만이 있다. 위안을 얻고 휴식을 얻는다. 버티고 기댈 수 있는 힘이다. 한지원과의 기억들은.

연주회장에서 두 사람은 서로 엇갈린다. 김선우가 먼저 도착했다. 한지원이 잠시 늦는데 사고가 났다는 소리가 들린다. 김선우는 한지원을 찾으려 하고, 한지원은 그런 김선우를 다시 찾아 나선다. 앞을 보지 못하는 김선우와 다급한 한지원이 서로 모른 채 지나치는데,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간절함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한다. 그 어떤 무엇도 두렵지 않은 서로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만난다. 사랑한다. 그들이 마침내 돌아오게 될 장소다. 그들은 언제고 서로 엇갈릴 테지만 다시 돌아와 서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한지원과 김선우의 사랑이 아름답다.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소한 장애따위 한지원의 올곧음과 순수 앞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김선우의 자격지심도 한지원을 걱정하는 그의 진심을 이기지는 못한다. 다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때도 물론 김선우는 다쳐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올 곳이다. 최수미에게 이장일이 돌아가고 싶은 장소인 것처럼. 고단한 현실을 잊는다.

문태주(정호빈 분)가 마침내 김선우의 가까이에 도착했다. 진노식의 악의가 김선우를 가리키는 순간이다. 절망이 희망이 된다. 또 한 번의 위기가 기회가 된다. 더 깊은 분노와 증오 속에 복수를 위한 필연적 당위는 확고해져간다. 반드시 복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를 대비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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