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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10.02 08:50

[김윤석의 드라마톡] 판타스틱 10회 "죽음을 위한 준비, 마치 우연한 사고처럼"

이소혜의 시한부와 류해성의 사고, 삶과 죽음을 대하는 방식

▲ 판타스틱 ⓒJT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판타스틱. 다시 이소혜(김현주 분)가 자신의 병에 대해 알고 절망했을 때 홍준기(김태훈 분)가 위로 겸 들려주었던 조언으로 돌아가게 된다.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일지 어떻게일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우연한 사고처럼 아무런 준비도 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을 맞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미리 알 수 있는 자신들은 얼마나 큰 행운아들인가. 충분히 죽음을 준비하고 대비할 기회가 주어진다.

"가까운 시일 안에 해성씨 주위의 누군가가 죽을 거에요."

류해성(주상욱 분)이 카페주인으로부터 들은 타로트점괘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고 있었다. 당장 류해성 주위에 암환자만 이소혜와 홍준기 두 사람이다. 그것도 언제 어떻게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말기암환자들이다. 그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하필 매니저 오창석(조재윤 분)과의 추억이 있다며 앞서의 점괘까지 얼마나 카페주인의 타로트점이 정확한가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점괘대로라면 두 사람 가운데 누군가, 아니면 둘 모두 얼마 안 있어 예정된 죽음을 맞게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작가는 그같은 시청자의 안이한 예측을 통렬하게 비웃고 있었다. 과연 예정된 죽음이란 것이 있는가.

전혀 뜻밖에 류해성이 사고를 당하고 있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대역이 필요할 정도면 그만큼 사고의 가능성도 높다는 뜻일 터였다. 심심하면 들리는 것이 영화나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서 누군가 다쳤다는 안타까운 뉴스다. 하지만 어쩌면 거의 대부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홍준기는 처음부터 자신 역시 암으로 투병중인 환자라 이소혜에게 털어놓은 바 있었다. 이번주 드라마가 시작되고 잠시 링거를 맞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렇더라도 바로 조금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류해성과 어울리며 이소혜의 투병을 돕던 모습들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당황스럽기만 하다. 설마... 설마... 오히려 그 순간 울면서 전화를 받는 것은 말기암을 앓는 시한부의 이소혜였다.

죽음을 준비한다. 장차 자기가 죽고 난 이후를 미리부터 준비한다. 유언장을 쓴다. 삶의 마지막에 정리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나간다. 하고 싶던 일들을 마저 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을 조금씩 해나간다. 보조작가 홍상화(윤지원 분)를 만나고 먼저 들여보낸 뒤 혼자 남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모습은 무척이나 먹먹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마치 무심한 바람이 스쳐지나듯 수많은 표정이 이소혜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 사라지고 있었다. 오히려 연기력보다는 배우 김현주의 살아온 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만큼이나 인간의 깊은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이해하고 말았다. 슬픔과 안타까움과 체념과 후련함이 수없이 다양한 색으로 겸치며 지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시간들을 정리했다. 그런 순간에 류해성의 사고소식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지독한 아이러니인가.

인연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찾아오게 된다. 다시는 보지 않을 생각으로 오토바이까지 선물로 주고 깔끔하게 정리한 뒤였다. 다시 만나려 해도 어차피 백설(박시연 분)에 대해 김상욱(지수 분)이 아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상사의 초대였다. 남편의 손님이었다.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기에는 전혀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였다. 눈치가 대단한 최진숙(김정난 분)마저 그저 이상하다고만 느낄 뿐 더 깊이 파고들어가지는 못한다. 비로소 두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만나고 있었다. 단지 기호가 아닌 실제의 자신의 삶과 자신의 모습으로 우연한 공간에서 만나고 있었다. 하필 그리고 바로 그동안 백설을 옭죄던 족쇄였던 친정어머니의 위독소식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제사마저 뒤로 하고 그녀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류해성을 위해 준비한 아침식사에서 그녀의 상태를 어럼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요리를 아예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각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그녀의 상태가 조금씩 더 나빠지고 있었다. 한 편으로 잠든 이소혜를 다짜고짜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간 류해성에게서 그마저도 낙천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을 느끼게 된다. 이소혜 자신이 고백한 류해성의 앞에서는 암환자가 아닌 그저 사랑에 빠진 여자가 된 것 같다는 말 그대로다. 그만큼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 오래전 미처 하지 못했던 데이트도 마저 하게 된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답답함은 더 명료해진다. 홍상화를 만나서 자신의 병에 대해 알렸을 때는 이제는 진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차라리 후련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차근히 죽음을 준비하는 이소혜가 있는가 하면 갑작스런 사고로 위험해진 류해성도 있었다. 죽음은 누구에게 더 가까운가.

오히려 모자를 정도로 힘을 뺀 연기가 자연스럽게 여백의 일상으로 자신을 끌어들이고 만다. 어느새 자신이 이소혜가 되고 류해성이 된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가끔 경건해지고 한다. 그래서 더욱 류해성은 서러울 정도로 익살스러운 어릿광대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웃어야 한다.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내일의 희망을 말한다. 행복한 꿈을 이야기한다. 류해성의 사전에 절망이란 없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 간절히 바라게 된다. 좋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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