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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04 09:17

빛과 그림자 "차수혁의 웃음과 이정혜의 눈물, 복수는 계속된다."

양태성과 무리수, 차수혁과 함께 있게 하고서 차수혁을 무너뜨리는 계획에 동참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무리수다. 이미 양태성(김희원 분)은 강기태(안재욱 분)이 돌아오기 바로 직전 이정혜(남상미 분)에게 그렇게 설득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강기태를 봤는데 그다지 별 볼 일 없어보이더라. 그러니 이쯤에서 강기태는 잊고 차수혁(이필모 분)에게만 전념하라.

더구나 그동안 보아왔던 양태성과 이정혜 사이의 정과 의리가 보통은 넘고 있었다. 친남매같았다. 양태성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출신이라는 이유로 아닌 것 같으면서도 양태성은 이정혜를 각별하게 챙기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때로 민폐도 끼치지만 그럴만한 기회가 돌아왔을 때 누구보다 이정혜를 위해주던 것이 양태성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정혜가 지금 차수혁과 함께 있는데 아무런 예고나 경고도 없이 차수혁을 몰락시키기 위한 강기태의 계획에 동참한다?

어쩌면 재일교포사업가 김풍길이란 이정혜의 친아버지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을 자주 오가던 양태성이 그와 인연을 맺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이정혜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알고 강기태의 계획에 협력할 수 있다. 아니라면 지난 4년간 많은 사람들이 바뀌었듯 양태성 또한 보다 영악한 방향으로 바뀌었을 수 있겠다. 강기태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이정혜조차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

아무튼 차수혁의 표정이 해맑다.

"그 폭풍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정혜가 애써 강기태를 잊으려 하는 이유일 것이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과도 같다. 이정혜의 내면의 격정과 혼란을 직시하며, 그럼에도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그럼에도 올곧게 사랑을 믿고 기다린다. 그의 이정혜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다. 그러나 잊는 것도 살아하는 것도 마음먹은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정혜의 비극일 것이다. 차수혁의 비극이다. 어쩌면 마지막 순간 또다른 반전의 해피엔딩이 있지 않겠는가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 수가 뻔하다. 어떻게 조태수(김뢰하 분)는 금고털이까지 한다. 전직 전국구조직의 모스에서 이제는 남의 집 금고까지 직접 자신의 손으로 턴다. 조명국(이종원 분)의 자금사정이나 조명국이 관리하고 있던 장철환(전광렬 분)의 비자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것일 게다. 어떻게 하면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으로 조명국의 자금줄을 말리고 파탄에 이르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 동시에 장철환과 차수혁등에게 유채영(손담비 분)과 김재욱(김병기 분)가 따라붙고 있다. 쇼브라더스가 조명국과 계약을 맺기로 한 것 자체가 함정일 수 있다. 단지 조명국이 장철환이 맡긴 비자금을 마음대로 유용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장철환과 조명국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다. 틈을 보이게 되고 파국은 바로 찾아온다.

누구 하나 경계하지 않는다. 누구 하나 주위를 살피려들지 않는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강기태와 그 주위에 의해 휘둘린다. 욕심이 많아 그렇다기에는 지금 그들의 위치로 보아 지나칠 정도로 허술하다. 반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전까지 수습하려면 지금 남은 12회 분량으로는 대책이 서지 않는다. 누군가 주위에서 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너무 천편일률로 흐를 위험이 있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인다. 너무 순조롭다. 남은 분량 가운데 한 번 쯤 긴장을 조여줄 필요가 있겠다. 어쩌면 강기태와 이정혜의 안타까운 관계가 그 단초가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더욱 꺼려지는 한 가지가 있다. '삼청교육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차수혁은 강기태를 여전히 껄끄러워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버리고 싶어한다. 문제는 이미 강기태는 차수혁이 감히 함부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거물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재욱이 그를 위해 일하고, 쇼브라더스의 란란쇼조차 그와 독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삼청교육대에 가게 된다면 드라마가 너무 지저분해진다. 그것만도 몇 주를 잡아먹을 것이다. 역시 지켜볼 부분일 것이다. 벗는 영화 일색이라는 극중 불평이 당시 영화계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어쨌거나 역사라는 현실 위에 있다. 이번에는 그들을 비켜가겠는가.

조태수에게도 봄날은 왔다. 가수가 아닌 여자 이혜빈(나르샤 분)에게 반한 모양이다. 주체하는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술을 병째로 벌컥 들이키는 모습이 사춘기 소년같다. 그러나 이혜빈은 최성원(이세창 분)을 쫓는다. 이세창의 시쳇말로 찌질한 연기는 물이 올랐다. 이혜빈이 부르는 신곡에서 80년대초의 트로트풍의 디스코를 떠올린다. 의외로 극중신곡이더라도 당시의 분위기에 맞게 곡을 쓰고 있다. 홍수봉(손진영 분)이 받을 신곡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마도 강기태의 계획에 차수혁이 들떠 있다. 이정혜를 위해서다. 이정혜 또한 차수혁과 함께 들떠 있는다. 차수혁은 여전히 미안하다 여긴다. 조명국을 통해 꿈을 전해들었는데 과연 그 꿈이 깨져나갔을 때 두 사람은 어떻게 변했을까? 마지막일까? 아직 남았을까? 운명은 잔인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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