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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04 09:12

패션왕 "정재혁의 자만과 최안나의 눈물, 이가영의 험난한 사랑이 예고되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가영의 옆에 누워 잠드는 강영걸, 여전히 사랑이하...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확실히 태생부터 다르다. 그는 포기를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절망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있기나 할까? 아니 좌절이라 여겼을 것이다. 자신이 갖고자 해서 아직 갖지 못했던 것을. 과연 그는 최안나(유리 분)를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

"알면 자존심 세우지 마!"

어쩌면 최안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이가영(신세경 분)의 디자인따위가 아닌 정재혁(이제훈 분)의 철저한 무시였을 것이다. 그녀의 입장 같은 것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지금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 그러나 오로지 그가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게 최안나란 어떤 존재인가? 그같은 정재혁의 오만은 이가영의 디자인을 최안나의 이름으로 내놓겠다는 제안으로까지 이어진다.

더 이상 최안나의 디자인따위 기대하지 않는다. 전혀 믿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기의 여자다. 그에 어울리는 여자이기를 바란다. 모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그토록 자신을 구속하려드는 부모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당당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굳이 최안나의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최안나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최안나의 디자인이라서가 아니라, 최안나의 재능과 실력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아니 최안나라고 하는 한 인간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의 목적과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재혁이 굳이 자체명품브랜드에 집착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소유하는 자로 키워졌다.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오로지 자기의 것이어야만 한다. 그같은 집착으로 인해 기껏 이루어놓은 기반마저 뿌리부터 흔들고 마는 경우가 그래서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때로는 단지 하고 싶기 때문에. 그를 능력이 있다는 것이 불행의 단초가 된다. 만일 그가 정재혁이 아닌 강영걸(유아인 분)이었다면 50억의 손실을 보기 전에 먼저 손부터 털어야 했을 것이다.

이가영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태연히 단지 샘플비만 받고 이가영의 디자인을 넘겨받으려 한다. 그가 말하는 '기회'란 일방적인 계약관계에서의 상투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아마 계약서상 '을'의 입장이 되어 본 살마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헙해 보았을 것이다. 하찮은 디자인일지 몰라도 자신의 전부다.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이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차라리 거저주면 거저줬지 헐값에 넘기고 싶은 디자인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정재혁은 그에 반발하는 이가영의 자존심을 역시나 무심하게 비웃는다. 그는 오만하다. 모든 것을 가졌고 다시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 아마 정재혁이 이가영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다면 그 연장일 것이다.

아직 그는 절망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어떤 좌절도 겪어 보지 못했다. 밑바닥에서부터 거친 삶을 살아온 강영걸조차 한 방에 무력화시키는 그의 싸움실력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싸움에서조차 강영걸은 그를 이기지 못한다. 아니 그래서일 것이다. 정재혁이 이가영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처음에는 동정이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아닌 강영걸을 선택한 데 대한 분노이고 질투였을 것이다. 그는 믿는다. 이가영 또한 자신을 거부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 언젠가 이가영은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위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는 어떤 절망과 좌절을 배우고 어떻게 간절함을 일깨우게 될 것인가? 결국 그것이 그의 드라마에서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래서 더욱 가엾은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 다름아닌 최안나일 것이다. 정재혁에게 그녀는 현재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도 정재혁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거나 정재혁에게 있어 최안나란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아니다. 정재혁의 부모는 물론 정재혁 자신마저 그녀를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하며 그의 자존심은 이미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어 있다. 그런데도 자신을 위하는 것이니 일방적으로 참으라 한다. 이가영을 위한 그녀의 작은 심술쯤은 용서해주어도 좋지 않을까? 그녀가 강영걸에게 이끌리게 된다면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정재혁의 곁에서 디자이너로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결코 최안나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수 없다.

최안나를 질투하는 이가영의 새침한 표정이 귀엽다. 강영걸이 최안나를 언급할 때마다 그녀의 표정이 바뀐다. 말투까디 바뀐다.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짐짓 턱을 치켜들며 못된 말도 내뱉어 본다. 불퉁거리며 부푼 볼에서는 토라진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강영걸이 시키는대로 정재혁의 회사에서 원단을 빼돌리는 그녀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다만 문제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이가영의 옆에 눕는 강영걸의 모습에서 결국 두 사람은 아직까지는 오누이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이가영을 이성으로 보고 있었다면 강영걸은 결코 그녀의 곁에 그렇게 무심하게 누워 잘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 정과 의리는 있는데 그것이 서로 엇갈린다. 고난이 예고된다. 강영걸이 그렇게 세심하다거나 섬세한 타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영걸이 최안나와 이가영의 벗은 신발을 비교하며 한숨을 내뱉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신는 신발에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녹아들어 있다. 굳이 좋은 소재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비싼 신발이어서가 아니라, 발로 바쁘게 뛰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남들보다 신발이 빨리 닳는다. 그에 걸맞는 신을 구입해 신고 있다. 이가영의 비교할 수도 없는 초라한 구두에서 이가영이 그동안 겪어 온 어려움과 아픔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강영걸은 이가영을 연민하면서도 최안나를 동경한다. 역시 강영걸이 최안나에 끌릴 수 있는 이유다. 처음 만남부터 최안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이클의 옆에 있었다.

확실히 강영걸이 능력은 있다. 반쯤은 사짜에 가깝지만 황태산(이한위 분)과의 약속시간을 앞두고 그는 고작 전화받침의 천을 이용해 하나의 근사한 디자인을 만들어 황태산에게 가져간다. 아직 젊은 나이에 동대문에서 자기 공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괜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서슬퍼렇던 황태산이 강영걸과 봉숙(유채영 분)의 작전에 넘어가 그대로 녹아버리고 만다. 마이클을 설득한 그 실력이 여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기회만 주어지면 된다. 기회가 눈앞에 있다.

최안나가 강영걸의 공장을 찾았다. 그 순간 이가영은 강영걸이 시키는대로 정재혁의 회사 자재창고에서 원단을 빼돌리다 위험할 뻔한 순간 정재혁과 만나고 말았다. 같은 방향을 보고 길을 나섰는데 서로 보는 방향이 다르다. 조금씩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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