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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4.16 08:07

위대한 탄생 "리얼리티 쇼인 이유"

멘토 김태원에 대한 딜레마 !

 
<위대한 탄생>의 MC 박혜진은 위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시청자를 독려하며 이렇게 물어온다.

"무대에 감동받았다면..."

그리고,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면..."

 
이 두 가지야 말로 <위대한 탄생>을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감동과 호감. 무대와 캐릭터. <위대한 탄생>이 만들어지고 <위대한 탄생>을 굳이 보는 이유. 투표까지 하려는 이유.

버라이어티라는 것이다. 쇼다. 출연자들의 꿈과 열정을 소비하여 그네들의 재능과 실력을 평가하며 즐기는. 그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좌절하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리얼리티 쇼다. 그리고 그 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것이다. 음악을 향한 꿈과 열정. 무대에 오르는 재능과 가능성. 그리고 현재의 완성도. 음악을 본다.

그래서 가끔 사람들은 착각한다. <위대한 탄생>은 음악을 즐기는 음악프로그램이라고. 아무 그래서 음악적 잣대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 든다. 누가 더 잘했고, 누가 더 못했고. 누구에게 더 가능성이 보이고, 누구에게서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위대한 탄생>이, 아니 <슈퍼스타K>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불거진 이유였다. 어째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래서 시청자 투표의 반영비율이 70%가 되었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 같다.

 
이번에도 손진영의 점수는 31.9점으로 10명의 출연자 가운데 9번째였다. 그보다 못한 점수는 조형우 한 사람 뿐이었다. 물론 조형우는 떨어졌다. 그러나 손진영은 남았다. 더구나 심사위원 점수에서 세번째로 높은 34.6점을 받은 백새은이 손진영을 대신해서 떨어지고 말았다. 차라리 바로 위 8위나 7위에서 떨어졌으면. 아슬아슬하게 안타깝다는 말이나 나올 것이다.

어째서 또 이런 결과가 나오고 마는가? 심사위원 점수가 30%였으니 결국 나머지 70%의 위대한 국민투표의 결과일 것이다. 한 마디로 시청자의 선택이다. 왜? 쇼니까. 드라마니까.

압도적으로 뛰어난 실력이라면 그 자체로 드라마가 된다. 그것이 바로 이태권이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그와 관련한 사연들이 방송을 통해 보여진 바 없음에도 이태권이 항상 우승후보로 꼽히고 마는 이유다. 그 자신의 외모가 캐릭터가 된다. 그리고 그럼에도 무대에서 들려주는 매력적인 음색과 폭발적인 노래실력이 드라마가 된다. 인상에 강하게 남는다.

 
실력과 드라마를 함께 겸비하고 있으면 당연히 좋다. 최강의 우승후보 백청강이 그렇다. 이태권과도 견주어지는 어떤 노래도 쉽게 부른다고 하는 탁월한 실력에, 더구나 <위대한 탄생>에 출연하기까지, 그리고 <위대한 탄생>에 출연하고 나서의 사연들이 참 구구절절하다. 실력도 놀라운데 이은미 말마따나 고기라도 사주고 싶은 친근함이 어쩔 수 없다.

정희주 또한 힘들게 위대한 캠프에까지 올라와서 김윤아의 선택에 의해 구제된 바 있었다. 바비 킴의 '사랑 그놈"을 멋드러지게 불러제낌으로써 그녀에게 부정적이던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일거에 뒤바꾼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며 반전이었다. 항상 노력하고 그것이 실제로 무대에서 실력으로 드러난다. 원래도 잘했고 앞으로도 더 잘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히 실력이라도 없으면 사연이라도 있어야 한다. 무대에 서기만 해도 절절히 흘러넘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손진영이다. 시원스런 고음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외모에서나 노래실력에서나 오히려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그이지만, 그러나 그에게는 사람들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애잔한 사연들이 있다. 사연들과 더불어 아직 부족한 실력에도 그의 성장과 발전을 기적으로 묘사한 '미라클맨'이라는 캐릭터마저 주어졌다. 어렵사리 이 자리에까지 오른, 그렇기 때문에 마치 멘토 김태원과 전통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밀착해 보이는. 험악해 보이지만 겸손하고 순수하다. 오버하기는 하지만 악의가 있다거나 튀려 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것이다. 우승까지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더 보고 싶다.

"다음주에도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잘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가서. 무대가 뛰어나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서.

 
그에 비해 백새은에게는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고 실력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게 쉽게 올라온 것도 아니건만 그렇다고 그 과정에 대해 구구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도 아니라서. 다른 모든 멘토들로 하여금 그녀를 외면케 만든 최악의 무대공포증을 극복하는 과정이 조금은 세심하게 그려졌다면 조금은 결과가 달라졌을까?

 
조형우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오빠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꾸 멘토들이 부정적으로 몰고갔다. 착하고 건실한 뮤지션의 이미지에서 조금은 그늘이 있고 화려함이 있는 노는 교회 오빠 이미지로. 그러면서 조형우의 음악에 대한 욕심은 야망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역시나 김태원의 말처럼 통기타에 어울리는 그런 건실함이 뒷받침되었어야 할 그의 노래는 그렇게 힘을 잃고 시청자로부터도 멀어진다. 사실 무대도 그다지 안 좋았다.

 
그 다음으로 안 좋았던 것이 데이비드 오와 노지훈. 같은 방시혁 멘토의 멘티들이라서인지 둘은 좌우로 나뉘어진 미러 이미지 같다. 보여준 것 없이 조금은 부족한 캐릭터에 의존하고 있는 데이비드 오와 어느 정도 완성도있는 무대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빈약한 캐릭터를 대신할 정도는 되지 못하는 노지훈. 노지훈의 무대는 매우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답답하다. <쇼! 음악중심>을 보는 것 같다는 신승훈과 김윤아의 평가는 그를 의미할 것이다. 미리 연출된 짜여진 무대 같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물음표를 찍고 있음에도 스타성만큼은 인정받고 있는 데이비드 오도 대단하다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음주 위험한 출연자 두 사람으로 꼽는다.

 
셰인의 경우는 애매하다. 사실 셰인의 색깔은 한 가지가 전부다. 방시혁의 말처럼 4월 15일 보여준 '돈 노 와이'의 무대는 전혀 새로운 것 없이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긴 그것은 노지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이태권에 대해 사람들이 무관심했던 것도 한 가지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비슷한 발성에, 비슷한 음색에, 비슷한 발음에.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누를만한 확실한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 한쪽눈을 실명했다는 비극의 서사도 있다. 무엇보다 못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과연 그 한 가지 색깔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다.

김혜리의 경우는 타고난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출연자 가운데 가장 마이너스인 캐릭터가 걸림돌이다. 이미지가 가장 안 좋다. 아니 이번 TOP8 - 8강에까지 오른 것으로 손진영 또한 김혜리와 마찬가지로 안티를 만들게 될까? 더구나 그다지 느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실력은 1급수라는 멸명마저 무색케 만든다. 그녀에 대한 찬사가 오히려 독이 되고 마는 경우다.

결국 손진영이 이번에도 살아남는 것은 그의 부족한 실력을 대신할 수 있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캐릭터에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쉬스 곤'의 선곡은 확실히 무리수였고,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함으로써 실망을 주기는 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손진영이라면 용서된다. 우승은 못하겠지만 한 주 정도는 더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과연 시청자들이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끌림을 우승할만한 실력과 매력을 갖춘 출연자가 우승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로 바뀌게 되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 아마 TOP8쯤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손진영의 성패는 따라서 시청자들의 손진영에 대한 끌림이 우승할 자격에 대한 의무로 바뀌는 그 순간 그만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하겠다. 현재로서 손진영이 가지고 있는 한계다.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올라간 자리가 아니기에 그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도 거셀 것이고, 시청자의 입장이 바뀌게 되면 언제라도 바로 떨어져나갈 수 있다. 물론 김태원의 말처럼 <위대한 탄생>에서 떨어졌다고 음악이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기믹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보여지는 출연자들의 드라마에 음악이라는 옷을 입혔던 것이었다. 물론 음악도 훌륭한 쇼다. 원래 버라이어티란 극적 재미와 음악의 감동을 - 아니 그밖의 여러가지를 한 무대에 올려 즐기던 것이었다. 훌륭한 무대도 쇼고, 그 무대를 통한 출연자들의 이야기도 쇼다. 그런데 음악이라는 형식이 쇼라고 하는 내용을 잡아먹어 버렸다. 음악을 보여주니 실제 음악을 기대하데 된다. 음악을 보여주고 그 음악을 평가하다 보니 온전히 음악만으로 평가하려 든다.

그동안도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였다. 심사위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 적절히 자격이 있는 출연자가 심사위원들에 의해 올바로 평가되고 판단되어지고 있는가? 그런데 이제 다시 노래실력에 있어 함량미달이라 여겨지는 출연자가 더구나 시청자투표에 의해 다시 한 번 살아남게 되었으니.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출연자가 지난주에 이어 또 다시 탈락하고.

그래서 심지어 이번에는 멘토 김태원에게까지 탓이 돌아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손진영을 살려내고 백새은을 떨군 것은 시청자들이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과연 <위대한 탄생>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그들은 바라고 <위대한 탄생>을 보고 있는가? 드라마 혹은 무대. 둘 다이거나 아니면 둘 중 어느 하나이거나. 그 어느것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력이 부족하면 드라마라도 있고. 드라마가 부족하면 실력이라도 있고. 결국 둘 다 갖춘 백청강이 유력한 가운데 정희주이냐 이태권이냐가 될 것이다. 김혜리가 과연 빠른 시간 안에 1급수로서의 가능성과 역량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그것들을 판단하는 것도 대중이라는 것이다. <위대한 탄생>이란 음악프로그램이면서 예능프로그램. 정확히는 버라이어티 쇼다. 리얼리티 오디션을 소재로 하는.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혼란스러울 것이다. 어떻게 손진영이? 어떻게 백새은이? 그것이 오디션이라는 것이니까. 때로는 외적 요인도 아닌 내적인 작은 모순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결국은 심사위원과의 교감일까? 문자투표의 비중이 높은 만큼 국민과의 교감이 중요할 것이다. 교감할 수 있었기에 살아남았고, 그러지 못했기에 결국 떨어지고 말았고.

멘토시스템의 빛과 그림자라고나 할까? 덕분에 앞으로 <위대한 탄생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김태원을 다시 보기는 어려워지게 되었다. 김태원으로 인해 오디션을 뛰어넘는 명장면이 연출되었지만 그로 인해 오디션이라고 하는 본질을 멋어나 버리고 말았다. 보다 노골적으로 음악이라고 하는 기믹을 벗어던진 채 리얼리티 쇼가 되어 또다른 대중의 기대와 충돌하고 말았다. 더구나 그 결과 다시 또 3명의 멘티가 모두 살아남은 상황이고 보면. 아마 <위대한 탄생 시즌2>가 만들어져서 멘토제가 유지된다면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김태원의 멘티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것이 보다 수월하게 위로 올라가는 방법일 테니까. 한 사람의 독주는 나머지를 허탈하게 만들고. 보고 있는 시청자마저 심심하니 재미가 없다.

원래대로라면 5명의 멘토가 서로 경쟁도 하고 견제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이합집산하는 재미였을 텐데. 멘티들끼리도 멘토별로 나뉘어 서로 눈치주고 눈비찯고 긴장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런데 너무 김태원 독주라. 그나마 김태원 멘토스쿨 편이 한 달도 더 전에 가장 먼저 방영되어 다행이다. 만일 바로 직전 가장 마지막에 김태원 멘토스쿨이 방영되었다면?

어째서 영웅이란 존재 그 자체로써 반역인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잘해서 문제다. 그 너무 잘하는 것으로 대중의 기믹은 깨어지고 프로그램은 알몸으로 시청자를 마주하게 되었으니. 의외로 진심이란 거추장스럽도록 무겁다 할 것이다. 그럴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오늘의 베스트는 이태권이 부른 'Badcase Of Loving You'. 아마 예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신나는 팝을 불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히려 이태권에게 어울린다. 슬로우템포에서 이태권의 목소리는 함께 늘어진다. 물론 업템포에서는 목소리가 너무 빨라진다고 하지만. 가장 신났다. 즐거웠고. 귀도 만족스러웠다. 이번 심사위원 점수 1위. 우승후보의 포스였다.

워스트는 넷, 손진영과 데이비드 오와 조형우와 그리고 셰인... 셰인의 경우 심사위원들의 점수는 매우 높지만 내 개인의 느낌으로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딱 셰인 그 자체였다. 지루하더라는 방시혁의 말에 적극 동의하게 된다. 조금 더 변화가 필요하지 안을까?

사실 실력 자체는 많이 못미쳤다. 하나같이 명곡이라 아마추어의 어설픔이 한 눈에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선방한 것이 이태권이었고, 아주 부족하나마 백새은 역시 나름의 맛은 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밖에는? 역시 쉽지는 않다. 노래라는 것이. 다만 아마추어의 입을 통해서라도 옛 명곡들을 다시 들을 수 있었으니 그것은 좋았다 할 것이다.

실망이 컸다. 그래서 다음주도 기대해 본다. 너무 빠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출연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할 텐데. 과연 이번에도 손진영은? 기적은 - 반전은 일어날 것인가? 더 나아진 출연자들을 기대하며. 물론 지금은 마음껏 축하해 주려 한다. 잘 했다. 아직 아마추어다. 그것을 다 이기고 나서야 프로가 된다.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모두가.

 
"<위대한 탄생>은 단지 음악인생에 있어 시작에 불과하다."

그나저나 하여튼 김태원의 문제가 저것이다. 할 수 있는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 했으면 하는 것. 박완규더러도 녹음실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음대로 부르라 했었다지? 그러나 그런 식으로 조련해 만들기에는 일주일이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지난주도 그렇고 이번주도 너무 노래들이 어렵다.  그야말로 <위대한 탄생>은 시작이며 진짜는 그 다음에 있다는 자세랄까? 그래서 떨어지면 할 수 없다.

어느 슈퍼스타의 알에서 깨어나는 부화장면일까? 저렇게 무대에 오르고, 데뷔하고, 마침내 스타가 되고. 위대한 역사의 한 장면일까? 꿈은 누구의 것이든 아름답다. 비록 허무한 망상일지라도 그것이 현실이라 믿는 동안에는. 즐겁고 재미있는 이유다. 재미있다.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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