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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9.14 09:05

[김윤석의 드라마톡] 구르미 그린 달빛 8회 "아직은 남자, 금기를 넘나드는 세자의 위험한 사랑"

마침내 드러나는 홍라온의 정체, 세자 홍라온에게 고백하다

▲ 구르미 그린 달빛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 원래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금기에 도전한다는 것은 매우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많은 것을 각오해야 하고 그 결과 치러야 하는 대가 역시 작지 않다. 그래서 때로 사람들은 금기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보다 우회하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느새 주류가 된 종교의 상징에 원래 자신들이 믿던 토착신앙의 흔적을 숨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알고 보니 친남매가 아니었다. 남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어렸을 적 헤어진 친혈육이었다. 부모도 다르고 당연히 친남매도 아니지만 워낙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랐던 탓에 어느새 서로 오빠 누나 하는 호칭들이 자연스럽다. 상대의 부모도 당연하게 엄마 아빠라 부른다. 물론 모두가 그런 의도인 것은 아니겠지만 굳이 이처럼 복잡한 설정을 통해 독자에게, 혹은 시청자에게 무엇을 들려주려 하는 것일까. 의외로 많은 경우 의도는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를 빌어 표현되고는 한다. 설득하기 위한 이유는 나중에 따라붙는다.

그냥 남자다. 어찌되었거나 남자다. 아직까지는 남자다. 최소한 세자 이영(박보검 분)에게 내시 홍삼놈(=홍라온, 김유정 분)은 남자였다. 남자여야만 했다. 감히 왕이 머무는 궁궐에 여자가 남장을 하고 내시까지 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져 정신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홍라온이 원래 여자였으니 세자 이영은 지금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인가. 남자로서 이성인 여자와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형태의 사랑에 빠진 것인가. 문득 자신도 모르게 느끼고 만 위화감의 정체였다. 확실히 아직까지 공중파를 통해 동성애를 보게 된다는 것은 매우 낯설고 어색하다.

원래 남자여도 괜찮았을 것이다. 실제 그런 경우가 역사상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다. 왕의 총애를 받는 환관이란 굳이 사랑이라는 형태를 빌지 않고도 역사상 수도 없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사회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회피할 방법을 찾게 된다. 알고 보니 남매가 아니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완전한 남이었다. 사실을 알고 보니 서로 사랑해도 괜찮은 사이였다. 그러나 그 전까지 그들은 여전히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러가지로 흥미롭다. 아직 상대가 여자인 것을 모르는 세자의 내시와의 사랑이라는 것은. 그것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라는 것은.

세자와 호위무사 김병연(곽동연 분)의 관계도 미묘하다. 사실은 김병의 비중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던 데 따른 보정의 결과다. 단 한 사람 오로지 김병연만을 끝까지 믿고 의지하고 있다. 아무리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오로지 김병연에 대한 강한 믿음만을 보이고 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원작자가 여성일 것을 유추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정작 남성인 주인공 세자의 곁에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슨 결벽증처럼 그나마 자기가 먼저 반해서 덤벼드는 조희연(채수빈 분)을 제외하고 오로지 남자들 뿐이다. 심지어 여주인공인 홍라온에게마저 온전히 한 남자로서 세자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 여자로서 세자와 이어주려 하지 않는다. 남의 사랑을 응원하기보다 자기가 직접 사랑에 빠지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욕망이다.

난감할 정도로 서로 사랑만 하고 있었다. 민망할 정도로 서로 사랑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홍라온은 홍삼놈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익숙한 풍경이 전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온다. 매우 당황스러우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마침내 김병연이 홍경래가 남긴 딸의 흔적을 쫓은 끝에 홍라온의 정체를 알게 된다. 자기가 홍삼놈이라 알고 있던 내시가 사실은 여자였고 자신이 찾고자 했던 홍경래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세자의 진지한 고백까지 드라마는 갑자기 점입가경의 폭풍속으로 휘몰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조희연의 당돌한 고백과 김윤성(진영 분)이 감추고 있는 진심이 변수로 남는다.

드디어 세자 이영이 대리청정을 시작했다. 왕을 대신해서 장차 보위를 이을 국본으로서 국정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왕권강화에 반대하는 신하들과의 대립이 첨예하다.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다. 여전히 반복되는 왕권에 대항하는 사대부들에 대한 악마화가 여기서도 여전하다. 조선은 그렇다면 왕의 나라인가. 수백년 뒤 현대인의 눈으로 그것을 판단한다. 최소한 사대부의 나라에서 사대부들이 왕의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에 항의하여 태업이든 파업이든 하는 것은 정당하다 봐야 할 것이다. 단지 주인공이 세자였다. 왕의 아들이며 다음 왕이었다.

어쩌면 이영과 홍라온의 관계가 너무 급하게 진전된 것은 아닐까. 아직 남자였을 때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이 이영이니까. 세자 이영이 가지는 매력일 터다. 오로지 자신의 사랑에 솔직하고 과감하다. 무모할 정도로 진실하다. 노회환 신하들과 맞서는 정치가로서의 모습과도 대비된다. 사랑에 빠지라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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