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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구르미 그린 달빛 6회 "세자의 무모함, 남자의 멋, 홍라온의 신분이 드러나다"
남자가 사랑을 위해서 치러야 하는 비용, 김윤성이 불행한 이유
2016년 09월 07일 (수) 07: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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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구르미 그린 달빛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었다. 아무리 번국인 조선의 세자가 상국인 청나라의 사신에게 칼을 뽑고 활을 쏘다니. 물론 마무리를 지은 것은 역시 상국 청나라의 감찰기관인 도찰원의 감찰어사였지만 그 전에 청나라의 사신과 그 일행을 상대로 조선의 세자와 수행원이 무기를 휘두른 것은 크게 국제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처벌을 하더라도 상국인 청나라에서 자국의 법과 절차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번국의 일개 세자가 함부로 청국의 신하를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원래 모든 가치는 그를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으로 계량된다. 다이아몬드 10캐럿을 사는데 100원도 아깝다고 한다면 최소한 그 사람에게 있어 다이아몬드란 그만한 가치밖에 안되는 것이다. 반대로 흔한 돌맹이 하나에도 10억이 아깝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돌맹이는 그만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사람의 마음 역시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얼마나 크고 귀한 것들을 대가로 내놓을 수 있는가로 계량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연인들이 때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서 짐짓 무리한 요구를 하여 시험하려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과연 자신을 위해 상대는 어디까지 양보하고 무엇까지 희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상대는 지금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머리로는 그렇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고 희생해 주기를 바란다. 그만큼 자기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자신만을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만일 그것이 한 나라의 왕위이고, 나라의 백성과 안위라면 어떻겠는가.

고작 내시 하나 때문에 장차 왕위를 물려받을 세자가 폐위의 위험까지 무릅쓴다. 장차 왕위를 물려받아 국정을 책임져야 할 세자가 상국과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 것을 알면서도 사신을 상대로 칼을 뽑아든다. 자칫 잘못하면 사신 개인이 아닌 황제의 분노를 사서 청나라와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왕조마저 망해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어떤 위험도 어려움도 감수해가며 오로지 자신의 사람인 내시 하나를 지키고자 한다. 하기는 그래서 경국지색이라는 말도 있는 것일 게다. 한 나라의 안위마저 뒷전에 둘 정도로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뜻이다. 그러고보면 홍라온(김유정 분)이 딱 그 경국지색이다. 나라가 망할 뻔했다.

더구나 남자다. 아직 여자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그래서 보기만 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화가 나고,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어서 더 화가 난다. 자신이 홍라온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세자 이영(박보검 분)은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세자라는 존귀한 자리와 심지어 조선이라는 나라의 안위까지 내건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데 그래서 더 통쾌하다.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런데도 자신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은 또한 시련이다. 그에 비하면 김윤성(진영 분)은 벌써부터 홍라온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탓에 그를 위한 각오마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감정의 무게가 의도와 상관없이 비교되고 만다.

비극의 이유다. 그보다는 주인공에 대한 일방적인 편애라 여기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만큼 김윤성은 홍라온을 향한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단 한 번도 세자 이영과 같은 무대 위에 오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당장 홍라온부터가 김윤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으며, 홍라온을 위한 김윤성의 도움과 배려 역시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청나라 감찰어사를 끌어들인 것은 김윤성도 함께였지만 그러나 홍라온의 앞에 나타난 것은 오로지 이영 한 사람 뿐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자신의 선택이기도 했다. 아직도 김윤성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지금의 자신의 위치를 포기할 수 없었다.

과연 비극으로 끝날까?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 홍라온의 신분이 뜻밖의 반전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가리키고 있지는 않지만 홍씨라는 성과 쫓기고 있던 어머니, 그리고 홍경래의 이름으로 간접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즉위 초기 의욕만으로 추진한 개혁의 좌절로 왕이 지켜봐야 했던 희생의 정체도 역시 밝혀졌다. 홍경래의 난을 부당하고 불의한 현실에 대한 민초의 저항이라 여기는 역사의 해석을 따른다. 홍경래를 기억하는 왕에게도, 홍경래를 죽인 김헌(천호진 분)에게도, 아버지를 대신해서 김헌과 대립해야 하는 세자에게도 홍라온의 정체는 매우 중요하다. 홍경래의 뒤를 이어 민초들을 다시금 결집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필연적으로 홍라온의 정체가 이영의 주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든 혼란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세자의 자리까지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세자 이영의 진심이 또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한다. 조선 23대왕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이영의 모델이라면 분명 순조의 뒤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는 것은 효명세자의 아들 헌종이었다. 분명 효명세자는 살아서 왕위를 물려받지 않았고 따라서 묘호 역시 추존된 것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결국 효명세자는 김헌과의 대결에서 패하고 죽임을 당하고 마는 것인가. 아니 죽임을 당하지는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좌절하고 죽고 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럴 것이라면 굳이 홍라온이 그의 주위를 맴돌 필요가 없다. 김병연(곽동연 분)에게도 홍라온에게도 궁궐이 아닌 돌아갈 곳이 있다.

세자빈 조하연(채수빈 분)과 두번째 궁궐 안에서 마주치게 된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솔직하고 활당한 처자가 장차 흥선대원군과 손잡고 고종을 왕위에 올리고, 마침내는 명성황후와 손잡고 대원군까지 몰락시키는 그 대단한 여걸 조대비가 되다니.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픽션을 가미한 판타지다. 역시 명문인 풍양조씨의 조대형(이대연 분)에게 김헌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서로 딸과 손자를 혼인시켜 하나가 되자.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흥미를 배가시킨다. 어떻게 조대형은 유명무실한 왕의 아들 세자 이영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일까. 역시 아직 홍라온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세자의 혼인이라는 것도 한 편으로 비극이라는 점에서 감정을 자극한다.

역시 무모하다. 한 나라의 세자다. 장차 왕위를 물려받아 책임지고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전혀 그에 대한 자각이란 없어 보인다. 오로지 한 여자만을 위한다. 아니 여자라는 것을 모르는 채로도 그저 자신의 마음이 가는 누군가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려 한다. 그러나 결국 지금이 조선도 아니고, 자신도 조선의 백성이 아니다. 세자가 아닌 한 남자만 남는다. 한 남자의 진심만이 남는다. 역시 남자는 멋이다.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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