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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구르미 그린 달빛 5회 "세자 이영의 시련과 시험, 처음부터 오래된 연인들처럼"
김윤성의 비극과 김병연의 진실, 그리고 명은공주의 오해와 소원
2016년 09월 06일 (화) 08: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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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구르미 그린 달빛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 가장 순수한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상대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신분도, 재산도, 명성도, 직업도, 과거도, 심지어 성별마저도. 남성인지 여성인지조차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니 좋아하고 사랑하니 사랑한다. 남장여자란 그런 점에서 여성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좋은 소재라 할 수 있다. 과연 남자인데 같은 남자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전근대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란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아니 여성의 권리가 비약적으로 신장된 지금에도차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사회적 신분과 지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여성이 남성과 인격적으로 동등해지기 위해서는 따라서 다른 선택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여성 스스로 남성이 된다. 남성이 되어 남성의 일상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과연 홍라온(김유정 분)이 내시가 아닌 궁녀이거나 나아가 세자빈이라도 되었다면 세자 이영(박보검 분)은 지금처럼 그녀를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었을까? 남자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다. 여자이기에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이 있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라고 하는 어쩔 수 없는 성의 벽을 허문다. 거리를 좁힌다. 우습게도 그렇게 서로를 이성으로 여기지 않고 대하는 모습들이 마치 오래된 연인들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처음 사귈 때나 남자고 여자지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저 한 인간과 인간만이 남게 된다. 사랑은 오히려 의리나 우정에 더 가까워진다. 인간에 대한 인정과 신뢰, 존중이 사랑의 설렘을 대신한다. 숨쉬듯 자연스럽게 언제나 함께 있고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이미 서로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해서 일상의 한부분이 되어 있다. 굳이 더 조심하거나 배려할 필요 없이 지금 있는 그 자리가 원래 서로가 돌아가야 할 자신의 자리다. 더이상 서로의 존재가 없는 내일이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러고보니 궁궐이다. 한 나라의 세자다. 그 세자를 모시는 내시다. 어디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그런 처지들이 아니다. 태어나기를 왕의 아들로 태어나고 세자에까지 책봉된 이상 왕위를 물려받기까지 이영은 동궁전에 머물게 될 것이다. 아니 왕위를 물려받는다고 궁궐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홍라온 역시 정체를 들키지 않는 이상 임지가 바뀌더라도 여전히 그는 궁궐에서 내시로 있을 것이다. 싸워봐야 결국 궁궐 안이다. 아무리 틀어져도 결국 같은 궁궐 안에 있는 이상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될 사이다. 물론 전제는 이영이 홍라온 앞에서 자신이 세자임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시가 세자에게 지금처럼 대하면 자신은 물론 일가친척까지 모두 무사하지 못하다.

아무튼 그런데 이미 시청자 모두는 홍라온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을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알고 있는 상태였다. 이영은 홍라온을 그저 남자라고만 여기고 있는데, 홍라온 역시 살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자신이 남자임을 주장해야 하는 입자에 있었는데도, 그러나 정작 시청자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어찌되었거나 남자와 여자의 그것이었다. 이영이 홍라온에게 보내는 인간적인 신뢰도, 홍라온이 이영에 대해 보이는 인간적인 호의 역시 모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감정들로 보이게 된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라고 하는 성별의 벽도 거리도 사라졌는데 그저 남자와 여자만이 남게 된다. 이 드라마가, 아니 남장여자라고 하는 소재 자체가 가지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매력적인 남녀가 한 공간에 있다. 서로의 체온을 느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눈까지 마주치고 있다. 말과 행동에 격의가 없다. 거리가 없고 거침이 없다. 마치 오랜 연인과도 같다. 터무니없는 오해 때문이지만 그래서 그 모습은 더욱 다정해 보인다. 한참을 저자리를 헤매며 찾아다니다가 겨우 홍라온을 발견한 김윤성(진영 분)의 눈빛이 흔들린 이유였다. 아직까지는 그저 같은 남자인 세자와 내시로서 만나 함께 있는 것 뿐임에도 스스럼없는 두 사람의 모습에 멈칫 거리감마저 느낀 것이다. 이영이 홍라온을 자기 사람이라 선언한 것 역시 그런 의도가 아니었건만 사실을 알고 있는 김윤성에게나 시청자 모두에게나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아도 언뜻언뜻 홍라온에게서 보이는 무희의 모습에 흔들리는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던 터였다.

조력자가 필요하다. 무려 궁궐에서 내시가 자신의 성별을 속이는데 외부의 도움없이 가능할 리 없다. 우연히라도 정체가 탄로날 위기를 만났을 때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하필 그 조력자가 홍라온을 이성으로 여기고 있던 김윤성이었다는 사실이 비극의 시작이다. 더구나 한때 세자 이영의 벗이었으며, 지금은 세자와 대립하고 있는 척신 김헌(천호진 분)의 손자이기도 했다. 이영과 김윤성 사이에 이미 깊이 비틀린 사이에 홍라온에 대한 복잡한 감정까지 더해진다. 그 끝이 화해라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비극이 더 큰 비극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의심하는 사람도 생겼다. 무희의 차림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홍라온을 의심하지만 우습지 않은 우연으로 인한 결과가 잠시나마 그 의심을 막아준다. 청나라 사신이 그때 무희의 춤을 다시 보고 싶다 말하는 것을 듣는 장면이 심상치 않다. 김헌을 비롯한 척신 일파의 횡포에 맞서야 하는 세자와는 또 다른 자신의 비밀을 지켜야만 하는 홍라온의 위기이며 역경이다. 위기가 있어야 성장도 하고 이야기도 앞으로 나간다.

이영의 동생 명은공주(정혜성 분)의 사랑은 터무니없는 오해로 끝나고 말았다. 명은공주를 사랑한다며 연서를 보냈던 선비 정덕호(안세하 분)가 그때 보았던 것은 명은공주가 아닌 그녀의 시녀 월희(정유민 분)였다. 차마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시녀를 마음놓고 질투하지 못하는 그녀의 소심함이 안쓰럽다. 풍등이 소원을 이루어준다. 풍등에 적힌 소원은 시녀처럼 자신을 예쁘게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녀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특수분장이 어색하다는 점이 명은공주에게는 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외의 반전이었다. 명은공주의 오해보다 더 놀라웠다. 이영의 충실한 신하이자 친구라 여겼던 김병연(곽동연 분)이 사실은 다른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 선택까지 강요하고 있었다. 김병연의 선택은 세자가 아닌 그 누군가였다. 어쩌면 왕의 악몽과도 관계있는지 모른다. 이영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홍라온과 심각하다. 사랑만 하기에도 세상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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