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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29 09:37

옥탑방왕세자 "아직은 적응기, 좌충우돌 왕세자가 귀엽다."

박유천을 위한 드라마, 배우로서의 매력과 연기력이 드라마를 끌어가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직은 적응기다. 왕세자 이각(박유천 분)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고, 시청자 자신도 이 독특한 설정에 적응해야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만들고 드라마의 현실에 밀착하지 않으면 안된다. 왕세자가 박하(한지민 분)에게 존댓말을 배우는 것처럼.

확실히 드라마는 박유천이라고 하는 배우를 위한 드라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존댓말에 익숙지 않은 왕세자가 일개 평범한 시민인 박하로부터 존댓말을 배우고 조금씩 어색하게 쓰는 모습에서 실제의 왕세자가 현대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스크림의 맛에 반하고, 솜사탕에 놀라고, 커피의 쓴맛을 기분나빠하고, 그리고 마침내 요쿠르트를 팩째 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모습에서는 차마 귀엽기까지 하다. 다 큰 남자가 이렇게까지 귀여울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마냥 서툴고 어눌한 귀여운 모습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창덕궁에서 떠나온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지을 때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마을주민들 앞에 붓글씨로 감탄을 불러일으킬 때는 과연 왕세자인가 싶어진다. 앞으로 왕세자가 보여야 할 모습일 것이다. 아직은 적응하는 단계이기에 지금의 코믹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는 왕세자라는 신분에 어울리는 나름의 뛰어남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사람의 위에 서는 것이 익숙한 사람의 기품과 훈련된 지성과 같은 것이다. 물론 그로 하여금 현대로 오게 만든 세자빈과 관련한 비극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멋진 남자가 된다.

아무튼 그래서 덕분에 3회의 대부분은 그같은 적응하는 과정의 사소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다. 색색의 추리닝에서 수거함을 뒤져 옷이며 신발을 주워 갖추고, 창덕궁에 데려가주겠다는 말에 억지로 청소일도 하고, 비닐하우스에 딸기를 따러 가서는 끝끝내 딸기를 따기보다 붓글씨로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손쉽게 일을 해결한다. 그리고 관계가 얽히기 시작한다.

왕세자와 닮은 외모로 인해 여회장(반효정 분)과 용태무(이태성 분)과 얽히며 새로운 갈등을 예고한다. 아직까지는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우스꽝스러운 헤프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왕세자가 조금씩 현대사회에 적응함에 따라 헤프닝은 관계가 되어 사건으로 이어질 것이다. 용태무의 죄와 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왕세자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다. 왕세자의 일행인 송만보(이민호 분)와 우용술(정석원 분), 도치산(최우식 분)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적응기라 오로지 왕세자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홍세나(정유미 분)와 박하 또한 보다 치열하게 서로 얽혀든다. 이제까지는 단순한 감정의 대립이었다. 홍세나와 공만옥(송옥숙 분)에게서 가족을 찾으려는 박하와 그런 그녀를 거부하려 드는 홍세나 사이의 감정적인 대립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전부였었다. 그런데 이제 홍세나가 박하의 돈에 손을 대었다. 박하가 그토록 억척스레 모은 가게 보증금을 홍세나가 가져가 버렸다. 범죄다. 악의가 구체화된다. 반드시 박하로서는 홍세나를 응징할 필요가 생긴다. 그때 홍세나는 왕세자와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과거로 거스른다. 과거 세자빈은 동생으로부터 세자빈의 자리를 빼앗았다. 운명은 유전되려는 것인가? 중심에 선 왕세자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홍세나의 거짓된 삶과 용태무의 거짓된 말들, 현대로 시간을 건너뛴 왕세자와 그들 가운데 누가 더 비현실적인가? 누가 더 비현실을 살아가고 있는가? 홍세나에게서 가족을 찾으려는 박하의 기대 또한 어쩌면 비현실일 것이다. 여회장은 아직도 용태용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 판타지다. 비현실과 거짓의 이야기다. 그것이 때로 비극이 되고 희극이 된다. 암울하고 무겁고 우습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기대해 본다. 그 전에 아직 적응기의 혼란 또한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서운하다. 마지막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왕세자와 그 일행들은 좌충우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현실에 발을 딛게 된다. 박유천은 매우 매력적인 배우다. 그것을 확인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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