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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9.04 08:09

[김윤석의 드라마톡] 판타스틱 2회 "우연한 만남과 돌발적인 키스, 여행을 시작하다"

예정된 죽음이라는 저주? 혹은 축복? 문득 멈춰서서 돌아본 삶의 풍경

▲ 판타스틱 포스터 ⓒJT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판타스틱. 만일 사람이 자기가 죽는 날을 알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그저 남은 시간을 죽음에 쫓기며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저주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의 끝이 언제인가를 알기에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남기지 않고자 더 남은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려 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축복일 수 있다.

암에 대해 언젠가 읽은 내용이다. 암은 죽음을 몰고 오는 재앙이지만 한 편으로 자신의 삶의 끝이 언제인가 알려주는 전령이기도 하다. 이소혜(김현주 분)의 암을 진단한 의사 홍준기(김태훈 분)의 위로처럼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어떤 이유로든 반드시 죽게 된다. 늙어서 수명이 다해서 죽기도 하지만 그 전에도 얼마든지 병이나 사고로 일찍 명을 달리하기도 한다. 언제 죽을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소혜의 부모 역시 그래서 가족을 위해 잡채까지 만들어두고 갑작스럽게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이소혜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알고,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져 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며 어떻게 자신의 죽음을 맞을 것인가. 물론 말은 그렇게 쉽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살 수 있다면 단 하루라도 어떤 모습으로든 사는 것이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의무다.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미련이 남는 일은 어떤 것인가. 죽음을 앞두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죽기 전에 반드시 마무리지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간절한 순간 가장 진실한 속마음이 드러난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무도 없는 아주 먼 곳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 속에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어째서 사람들 곁이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아무 사이도 아니었기에 순수하게 의사 홍준기의 호의를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타인이기에 사람은 자신의 부끄러운 민낯까지 서슴없이 드러낼 수 있다. 다시는 안 볼 사이이기에 아무 거리낌도 두려움도 없을 수 있다.

자신도 모를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 홍준기가 젊은 여자와 다정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우연히 자신을 만나러 온 류해성(주상욱 분)을 보게 된다. 짐짓 자신이 쓴 대본의 키스신을 놀리듯 지적하는 류해성에게 도발적으로 먼저 키스를 한다. 과연 이소혜는 사람들로부터 떠나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을 알고 가장 먼저 한 일도 바로 오랜 친구들을 찾는 것이었다. 오래전 추억으로 남은 모습 그대로인 친구들과 만나 밀린 시간들을 보내며 이소혜는 즐겨워한다. 오히려 너무 가깝기 때문에 낯설고 소외감을 느낀다. 그저 추억속에 시간에 갇혀 화석이 되어 버린 관계는 그래서 언제 만나도 반갑고 새롭기만 하다. 과연 사랑이었는가는 알 수 없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순수할 정도로 지금의 자신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기가 연기를 못한다는 사실마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다. 벌써부터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류해성의 이소혜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힘겹게 자신을 억눌러 왔던 이소혜의 삶과 대비된다. 류해성 역시 항상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자신이 출연할 드라마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단지 그 방향이 다르다. 오래전 엇갈렸던 기억이 다시 돌아온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 이소혜의 절박함과 류해성의 여유가 미묘한 지점에서 만난다. 가장 누군가의 존재를 간절히 필요로 했을 때 류해성은 그곳에 있었다. 이소혜가 바란 것은 류해성이 아니었다.

어째서 하필 백설(박시연 분)이었던 것일까? 아직 백설에게는 기회가 있다. 이소혜에게는 불가능한 더 많은 시간들이 남겨져 있다. 요양병원에 있어야 하는 친정엄마의 사정이 그녀를 인내하게 한다. 모든 분노도 굴욕도 수모도 인내하도록 강요한다. 그것이 자신의 삶인가.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인가.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멋대로 거리를 달리다 경찰서까지 끌려온다. 이소혜와 마주보고 함께 울고 있었다. 시비를 거는 취객들과도 함께 싸우고 있었다. 오랫동안 추억으로만 존재했던 두 사람이 마침내 만나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새롭다. 시시콜콜한 것들마저 모두 새삼스럽다. 그저 무심히 지나쳤었다.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지나왔었다. 굳이 멈춰서서 주위를 둘려봤을 때 그저 녹색으로만 칠해져 있던 들판에 각각의 푸른 빛으로 돋아 있는 풀들을 보게 된다. 그 모든 것이 후회고 미련이다. 과연 자신은 만족한 삶을 살았는가. 진짜 여행은 그 답을 찾는 과정이다. 자신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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