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29 08:55

더킹투하츠 "설정이 넘친다. 분주하고 산만하다."

대한민국 왕실과 클럽M, 남북관계, 이재하와 김항아, 정돈되지 않고 너무 바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설정이 너무 넘친다. 비일상의 설정이 일상을 파괴한다. 원래는 이재하(이승기 분)와 김항아(하지원 분)라고 하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갖는 두 남녀의 사랑과 화해를 담으려 했던 것일 텐데 그러나 지나친 설정으로 인해 원래의 주제마저 가려져 버렸다.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왕실이라는 설정부터가 무리였다. 아니 그것도 좋다. 그같은 설정이 지금까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에 남북관계가 더해진다. 남북화해협력에 다국적군산자본 클럽M까지 개입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미국과 중국마저 나서 장교들 훈련장을 조사하려 들면서 이재하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것은 정의감이 넘친다거나 결단력을 보이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냥 무례하고 개념이 없는 것이다.

설마 국왕은 그 정도 생각도 없어서 미국과 중국의 의도한대로 그대로 받아준 것일까? 다른 장교들 역시 그 정도 생각도 못해서 미국과 중국의 조사단에 마냥 휘둘리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국왕의 왕제란 자리가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마냥 내뱉을 수 있는 그런 신분이 아니다. 하기는 로맨틱 코미디였을 것이다. 한 나라의 왕제라는 고귀한 신분을 가진 남자가 한 여자를 위해서 화를 내고 보다 강한 불의한 힘과 맞서 그녀를 구해낸다. 이재하는 왕제이고 김항아는 여자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특정한 개인의 감정이 개입하고 그것이 통쾌함으로 둔갑한다. 개인간의 관계에서도 무례일 수 있는 행위가 국가간의 관계에서 그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재하의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제까지의 이재하의 캐릭터를 통해 그의 매력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다. 김항아에게 어필해 보여야 한다. 지금껏 이재하와 김항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캐릭터로 말미암은 헤프닝을 서로의 매력으로 정리해 보여야 했을 테니까.

하기는 이재하와 김항아에게도 그렇게 설정이 넘친다. 품위없고 예의없고 의욕없고 자제심이란 더욱 없다. 군인으로서는 최고지만 그러나 여성으로서는 자신이 없다. 한 나라의 왕제라는 설정과 북한군의 엘리트교관이라는 설정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넘치는 설정을 연기하느라 이승기와 하지원만 분주하다. 헤프닝도 끊이지 않는다. 산만하게 반복되는 헤프닝 가운데 그러나 확실한 중심줄거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고작 이재하와 김항아를 두고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에서 정략결혼이 추진되고 있다는 정도가 지금 보이고 있는 전부다. 그런데 다시 클럽M의 김봉구(윤제문 분)의 음모가 그들 사이에 개입하려 들고.

사실 김봉구나 클럽M의 설정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큰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흥미로웠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한 모습이 만화 배트맨의 조커를 연상케 한다. 마술을 좋아하고, 감정이 극단을 오가고, 모든 말이며 행동이 연기처럼 과장되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다국적자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희적인 천진함에서 군산자본의 공포를 보게 된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의 왕실이라는 설정에 이재하와 김항아의 설정까지 더해지고 나면 정신사남다. 굳이 그런 것까지 더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물론 대한민국 왕실이라고 하는 설정은 드라마에 있어 핵심이 되는 것이니 결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설사 재벌이고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는 일개 시민에 불과하다. 재벌은 이제 식상하다. 더구나 북한 여군과 커플이 되고자 한다면 더욱 그와 대비되는 특별한 신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재하는 대한민국 국왕의 왕제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거창한 설정을 할 것이었다면 클럽M은 잠시 빼놓아도 되지 않았을까? 왕제 이재하와 북한군교관 김항아에 대해서도 설정을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대한민국 왕실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친다.

기왕에 클럽M을 개입시킬 것이라면 대한민국 왕실을 포기했어야 좋다. 아니 클럽M까지 살리려 했다면 이재하와 김항아를 포기했어야 했다. 왕실과 클럽M이 대결하는데 고작 20회 남짓한 미니시리즈에서 이재하와 김항아마저 지나칠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대한민국 왕실이 없었다면 이재하와 김항아의 개성으로 클럽M과 맞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들을 우겨넣으려 한 탓에 뭐가 뭔지 모르게 산만하고 정신사납다. 아마 필자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일 것이다.

설정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설정이 정교하고 재미있다고 해서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정이 많으면 설정에 치이게 된다. 드라마를 위한 설정이 아닌 설정을 위한 드라마가 된다. 감성으로 공감하기보다 먼저 머리로 이해하려 든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감성으로 느낀다.

배우가 살린다. 윤제문과 이성민과 하지원과 그리고 자신이 이재하가 되어 있는 이승기. 깨알같은 장면들도 웃음을 불러온다. 일단 대한민국 왕실과 남북한의 만남이라는 소재부터가 웃음을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은 설정이다. 다만 그것이 작가의 재치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산만하게 나열되어 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돈이 되어 있지 않다.

설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조금은 수습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 본다. 쳐낼 것은 쳐내고 간소화할 것은 간소화한다. 보다 명확하게 중심을 드러낸다. 무엇을 보려 하는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지금은 너무 분주하고 정신없다. 그래도 웃기긴 한다. 아깝다. 바쁘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