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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8.28 09:38

[김윤석의 드라마톡] 굿 와이프 마지막회 "사랑과 결혼이라는 기믹, 뜻밖의 해피엔딩"

사랑과 결혼에 대한 비관과 냉정한 시각, 굿 와이프의 진짜 뜻

▲ 굿 와이프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굿 와이프. 사랑은 필요다. 결혼은 거래다. 부부란 타인이다. 서로 독립된 개인들이 결혼이라는 계약을 맺고 함께 사는 것이다. 무슨 의도였을까. 하지만 여성주의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타당하다. 결혼한다고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자신의 인신을 귀속시키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독립된 개인이며 타인으로 존재한다. 남편의 부정을 용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부정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다. 단지 필요해서 주고받는다. ‘굿 와이프’다.

드라마 전체가 하나의 기믹이었다. 이태준(유지태 분)은 아내 아닌 다른 여자와 외도를 했음에도 여전히 아내 김혜경(전도연 분)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아내와 사이가 좋은 서중원(윤계상 분)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무리한 수사와 재판까지 밀어붙일 정도로 그를 마음 깊이 질투하고 있었다. 그만큼 아직 이태준은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에 대한 미련을 놓치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태준의 진짜 목표는 서중원이 아니었다. 세상의 관심이 서중원과의 재판에 쏠린 틈을 노려 원래 목표했던 비리판사들에 대한 수사를 끝마치는 것이었다. 과연 이태준의 진심은 무엇인가.

어쩌면 모두 진심이었는지 모른다. 단지 사랑의 정의가 다르다. 반드시 자기의 곁에 있어야 한다. 자기의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에하나 자기를 떠난다면 견딜 수 없이 슬프고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성립하는 감정은 아니다. 원래 사람은 자동차도 사랑하고 모자도 사랑한다. 필요한 물건이 필요한 때 자기의 손에 없어도 괴롭고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검사로서의 성공을 위해서, 그리고 장차 정치인으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도 반드시 아내 김혜경의 존재는 필요하다. 결코 놓쳐서 안되고, 반드시 붙잡아야만 한다. 자신마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사랑이라 말할 만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라. 그렇다면 이태준이 김혜경을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비로소 변호사로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주위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 그런 자신에 대한 만족과 자부심이 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귀속되고 구속되는 객체이자 대상이 아니다. 아내도 엄마도 심지어 여성조차 아닌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이며 인간이다. 대등하게 거래한다. 변호사로서 아내 김혜경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들은 함께한다. 남들과 다르지만 누구보다 사이좋은 부부로서.

역설이라기보다는 부조리였다. 원래 부부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부부로서 함께한다는 것 역시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현실에 존재하는 사실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좋은 남편 좋은 아내였고 부부로서 행복했다. 누구도 불만같은 것은 없다. 시리도록 차갑다. 나름대로 해피엔딩이다. 누구도 불행한 사람은 없다. 지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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