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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22 10:22

더킹 투하츠 "절묘한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경계, 흔하지만 흔하지 않다."

와일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하지원의 매력이 극대화된다. 출발이 좋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뿌리깊은 나무>에서 정기준이 지적했듯 민주화된 사회란 책임없는 다수가 지배하는 사회이기 쉽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라 하지만 과연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주인으로서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겠는가? 그래서 생각한다. 책임있는 특별한 신분의 사람들을.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장 민주화된 사회임에도 왕실이니 귀족이니 하는 특권적 신분이 남아 있는 여러 나라들이 그렇다. 더 이상 특권적 신분이란 존재하지 않음에도 그러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위치에서 특별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는 고귀한 사람들이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관심의 대상이다.

흥미롭다. 어떻게 대한민국에 왕실이 존재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의 3대왕이라 하는 것을 보니 해방 이후 복원된 왕실일 것이다. 가난한 이유가 있다. 일제강점기 구일본제국에 의해 빼앗기고, 해방 이후 이승만에 의해 몰수당했다. 조선에서 가장 큰 부자이던 조선의 왕실은 그렇게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된다며 학교에서 왕세자가 동급생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하기는 이미 남북한이 서로 갈라서 총부리를 겨누며 전쟁위협이 상존해 있는 상태다. 정상적으로 조선왕실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것이 묘하게 판타지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다. 분단의 현실과 민주화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의 왕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과연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국왕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 있을까? 왕실이 있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왕 이재강(이성민 분)의 성실함에서도 왕제 이재하(이승기 분)의 일탈에서도 그같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어차피 민주주의 국가에서 왕실이란 단지 관상용, 혹은 관광용이다.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재강의 노력이 이재하가 보기에도 무의미하고 가치없어 보인다. 그런데 억지로 떠밀리듯 참가하게 된 WOC의 북한대표로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여전사 김항아(하지원 분)이 접근해 온다.

이 또한 절묘하다. 원래 사회주의란 왕이나 왕실과 같은 특권적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의 북한이 3대세습이라고 하는 전형적인 봉건왕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더구나 그 세습된 권력이라는 것이 역사상 어느 왕조보다 전제적인 형태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북한은 사회주의를 국가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재하의 대사에서 보이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더불어 그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군인 김항아의 존재가 서로 어울리게 된다. 그것은 과연 어떤 형태의 사랑의 모습을 하게 될까?

아니 달리 생각한다면 김항아 또한 이재하 만큼은 아니더라도 북한에서도 특별한 신분이었을 것이다. 보통의 북한 주민들이 평양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남자와 연애를 하지는 못한다. 군인으로서의 그녀의 탁월함에 그녀에게 다른 북한주민들과는 다른 특권적인 삶을 선사해 주었다. 차이라면 이재하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났고 김항아의 경우는 후천적으로 획득했다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출신성분도 중요하니 그녀 또한 어느 정도는 타고난 것이 있을 것이다. 과연 궁금하다. 그녀는 이재하를 왕족으로서 특별하게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이재하가 바라는 한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사랑할 것인가? 앞으로 중요하게 지켜볼 부분일 것이다.

사실 조금은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저렇게 낭만적으로 그려질 나라인가? 김항아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들이 북한의 참혹한 현실과 대비되며 가공의 판타지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 국왕이 존재한다는 설정부터도 도발적인데 북한의 미화된 모습이 마치 현실에 대해 시비를 걸어오는 듯하다. 넘쳤달까? 하지만 바로 그것이 판타지일 테니까. 철저히 현실과 유리되거나, 아니면 그럼에도 현실에 수렴하거나.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결코 현실과 완전히 유리될 수는 없다.

하지원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데뷔때부터도 느낀 것이지만 하지원에게서는 중성적인 터프함과 여성스러운 사랑스러움이 공존하고 있다. <시크릿 가든>에서도 그랬지만 지금과 같은 과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승기는 참으로 뻔뻔하다. 마치 원래의 자기 모습인 것처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철모르는 왕자의 모습을 잘 연기해 보이고 있다.

흔한 로열로맨스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판타지이면서도 묘한 리얼리티가 있다. 그 묘한 리얼리티로 인해 결코 평범하지 않을 사랑이 더욱 극적으로 판타지를 강화시킨다.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특별함이 더욱 흥미를 갖도록 만든다. 어떻게 만드느냐일 것이다. 재미있다. 시작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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