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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8.16 14:27

[권상집 칼럼] 무지의 소치에서 비롯된 티파니의 욱일기 논란

역사의식의 무지에서 비롯된 웃지 못할 촌극

▲ 티파니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이쯤 되면 그녀의 역사에 관한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에 욱일기 스티커를 포함하여 자신의 SNS에 올리다니.. 이런 행위는 기획사에서 의도적으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강제로 부추겨도 하기 쉽지 않은 행동이다. 아무리 미국에서 자라서 광복절의 개념을 모른다고 해도 욱일기, 일장기 등을 포함한 이미지를 광복절에 게시했다는 건 필자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설마, 광복절을 맞이하여 한일간의 뜨거운 우정과 통합이라도 바랬던 것일까.  

특히, 광복절 전날 도쿄돔에서 SM타운 콘서트를 기획 및 진행한 SM의 처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본의 제국주의가 뻗어나가는 상징을 표방한 욱일기 깃발을 올린 그녀의 처사도 아쉽지만 광복절 전날에 일본 공연을 추진한 SM의 스케줄 관리는 더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렇게 경솔하기는 작정하지 않고 하지 않는 이상 정말 쉽지 않다. 참고로 일본의 욱일기는 100년 전, 일본이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을 짓밟을 때 자신들의 무한한 점령 의지와 야욕을 드러낸 상징 수단이다.

일부 TV 방송에서는 연예기획사들이 가수 및 배우를 육성할 때 역사교육은 가르치지 않느냐는 웃지 못할 질문을 일부 평론가들에게 던지고 평론가들 역시 이에 관해 답변하느라 뻘뻘 땀을 흘린다. 땀을 흘릴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단언컨대 기획사 중 엔터테이너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역사는커녕 고교 교육과정 이수를 강조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하는 1시간보다 안무 연습 1시간, 보컬 트레이닝 1시간을 더 강조하는 것이 기획사들 스케줄 관리의 핵심이다. 이른바 역사의식 교육이 기획사들의 막대한 매출과 별로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이 이들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결코 낮지 않다. 기계적으로 춤을 추고 방송에서 뻔한 답변과 뻔한 웃음만 남발하며 막대한 소득을 올리던 시절은 지났다. 적어도 뇌섹남, 뇌섹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만한 상식을 방송 출연자도 갖추길 바라는 게 대중의 심리이다. AOA 지민이 안중근 의사에게 ‘긴또깡’이라는 희대의 망언을 남겼을 때 언론과 네티즌들의 십자포화를 받았던 게 불과 3개월 전이다. 이런 측면을 티파니나 국내 연예기획사는 분명 웃어넘기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무지한 소치에서 비롯된 욱일기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3년 전에도 가수 장현승은 욱일기가 연상되는 그림 의상을 입고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린 바 있으며, 과거 빅뱅의 탑 역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마크가 담긴 점퍼를 입고 출연하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올 1월에는 모델 김상우 역시 욱일기 콘셉의 화보를 찍고 역풍을 맞았다. 이들의 변명은 한결같다. “해당 표식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신경을 쓰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이 정도의 뒤떨어진 역사의식을 갖고 해외에 한류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상징이 무엇인지, 표식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그냥 멋있어서 입었다고 대중에게 변명한다면 필자는 그들의 무지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역사와 관련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존 하워드 호주 전 총리는 원주민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면서 왜 지금 세대가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앞선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대신 사죄해야 하느냐고 항변한 적이 있다. 또한, 헨리 하이드 미국 공화당 의원 역시 노예제 배상 문제에 대한 논란에 대해 “내가 태어나기 전 세대에서 벌어진 일을 왜 우리 세대가 보상해야 하느냐”며 강력한 불만을 제기한 적도 있다. 일본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왜 100년전 벌어진 조상 세대의 야욕과 침략에 대해 지금 현 세대가 사과를 해야 하느냐”는 게 현재 일본의 입장이다.

그러나 자신이 자발적으로 일으키거나 초래한 의무만 떠맡아야 한다는 도덕적 개인주의자들의 주장이 놓치는 게 하나 있다. 자신의 존재가 타인과 항상 연관되어 있고 사회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과거의 의무와 현재의 기대를 물려받았다는 공동체적 시각을 그들은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혜택을 사회로부터 받고 특정 국가에 태어났으면 자신이 태어난 도시와 국민, 해당 조국의 과거에서 발생된 다양한 유산과 의무를 물려 받는 게 현 시대 윤리의 디딤돌인 집단적 책임의식의 기본이다.

개인의 자아를 서사적/공동체적 시각으로 바라 보았던 정의론자 매킨타이어는 ‘자신의 존재를 역사적, 사회적 역할과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을 통렬히 비판하며 개인주의자처럼 자신을 과거와 떼어놓고 생각하는 시도는 자신이 맺은 서사적 관계의 관점 자체를 변형하려는 시도라며 이러한 행태를 도덕적으로 천박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역사에 관한 사죄의식이 없는 일본의 입장과 욱일기 패션에 대해 전 세계는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역사의식 교육은커녕 역사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엔터테이너만 찍어내는 기획사들, 참으로 한심하다.

이번 기회를 삼아 제발 기획사들은 제품 생산하듯 안무와 보컬, 연기 연습만 강조하면서 무조건 똑같은 아이돌(?)만 찍어내지 말고 제대로 된 역사 교육, 윤리 교육 좀 가르치길 바란다. 실제로 이번 논란 이후 올려진 티파니의 사과문에서도 그녀는 자신이 왜 비판을 받고 있는지 명확히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 한번 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쯤 되면 정말 아는 게 힘인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알면 병이고 모르면 약이다’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역사야 말로 ‘제대로 알면 약이고 모르면 진짜 병이다.’ 이번 티파니 사례가 우리에게 극명하게 남긴 교훈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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