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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21 09:38

빛과 그림자 "그 건달들 의리보다 못한 게 정치하는 놈 의리 아닙니까?"

차수혁의 배신과 장철환의 위기, 그러나 강기태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난 말입니다, 정치하는 인간들 안 믿습니다. 건달들이 의리 따지지만 건달들 의리라는 게 돈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그 건달들 의리보다 못한 게 정치하는 놈들 의리 아닙니까?"

아마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차수혁(이필모 분)이 마침내 장철환(전광렬 분)을 배신하고 그를 치기 시작한다. 장철환을 형님으로 모시며 그를 위해 김재욱을 공격해 억류하기까지 한 한빛회의 전장군마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침묵한다. 강기태(안재욱 분)가 기자회견을 하려는 정황을 알고 김재욱(김병기 분) 또한 자신을 위해 그것을 막으려 한다.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상황이 불리하니 형님이라 부르며 앞에 무릎까지 꿇는다. 상황이 유리해지니 이번에는 아예 각목까지 들고 폭력을 휘두른다. 더 강한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비굴해지고, 자신보다 일단 약하다 여겨지면 누구보다 잔인해지고 난폭해지고, 기회가 된다면 더 높은 자리 더 강한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의리며 인정이며 양심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저버린다. 장철환이란 바로 그같은 권력 자체였을 것이다. 그는 속에 숨기는 것이 없다. 김재욱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감춘다. 차수혁 또한 그같은 권력의 한복판에서 더 큰 권력을 탐한다.

사실 무언가 많이 허탈하다. 그래서 결국 결론이 이것인가? 살인누명을 썼다. 최대 사형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탈옥까지 감행해가며 장철환과 차수혁, 조명국(이종원 분)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웠다. 마침내 장철환을 몰락시킬 증거까지 손에 넣았다. 그런데 그 사이 강기태와는 상관없이 김재욱과 장철환 두 권력자 사이의 암투로 모든 것이 결론지어지고 만다. 강기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차수혁의 배신으로 장철환은 몰락하고 어느새 상황을 역전시킨 김재욱은 강기태를 거추장스럽게 여기기 시작한다. 기껏 마련한 기자회견장인데 이 또한 별 의미없이 방해받고 말 듯하다. 도대체 지난 2주 그토록 긴장하고 갈등을 고조시킨 결론이 무엇인가?

결국은 유채영(손담비 분)이 다시 한 번 강기태에게 자신의 안타까운 진심을 전하고, 이정혜(남상미 분) 또한 차수혁의 반협박에 강기태와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정도가 지난 2주간의 모든 성과일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처럼 강기태가 일본으로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차수혁이 김재욱에게 강기태와 관련한 것으로 조건을 걸었다면 강기태는 차수혁의 위선을 위해서라도 한국에 남아있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하필 그 무렵 이정혜의 잃어버린 아버지가 일본서 크게 성공해 있음이 전해지고 있었다. 조금 복잡하게 돌아오기는 했지만 강기태가 별 일 없이 일본으로 떠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차수혁이란 참으로 흥미로운 캐릭터일 것이다. 그는 지식인이다. 영리하며 똑똑하다. 그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방법을 안다. 모순을 충족하는 논리와 이유를 만들 줄 안다. 강기태에게 미안하다. 아직도 그를 친구라 여긴다. 그러나 그로부터 연인 이정혜를 빼앗고 싶다. 물론 권력의 단맛을 본 입장에서 장철환을 쓰러뜨리고 더 큰 권력을 손에 쥐고 싶은 욕심도 있다. 장철환이 선을 넘었다. 비록 김재욱과 경쟁하고는 있지만 김재욱과 장철환의 위에는 더 큰 권력이 있다. 그런데 장철환은 분노에 이성을 잃고 그 사실마저 잊고 있다. 위험하다. 스스로에게 생색을 내려 한다.

어차피 강기태를 죽이지 않고 몇 십 년 감옥에서 썩도록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강기태 역시 복수를 꿈꾸지 못할 것이고 장철환 또한 굳이 그런 강기태를 죽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강기태를 살리고 이정혜와 거래를 한다. 강기태를 살리는 대신 이정혜를 자신이 갖는다.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우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장철환을 쓰러뜨리고 더 큰 권력을 손에 쥔다. 위악이다. 스스로 악을 말함으로써 자신을 모욕하고 다시 연민한다. 어쩌면 그의 머릿속에 강기태의 아버지 강만식의 복수를 한다는 뿌듯함도 한 자락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하기는 그래서 정치인들은 쉽게 배신을 저지른다. 정확히는 권력자다. 권력자와 정치인은 다르다. 권력자는 오로지 권력만을 지향한다. 정치인은 그런 가운데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런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국민들 스스로가 무척 싫어하고 꺼려한다. 편향적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 절대적인 선과 정의를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만을 선호한다.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권력자가 아닌 정치인이 배신을 저지른다.

그들은 얼마든지 스스로를 합리화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고 정의와 선을 위한다. 강기태의 아버지 강만식을 죽이고 강기태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려고 한 행위를 국가와 각하를 위한 것이었다 애써 강변하는 장철환처럼.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정혜를 사랑하고 강기태와의 우정을 아직도 간직한 자신의 위악을 자학하는 차수혁처럼.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희생이다. 배신조차 아닌 어쩔 수 없는 결정이고 결단이다.

확실히 그런 점에서 김재욱은 장철환이나 차수혁보다 한참 위에 있다. 그는 위선을 떨지 않는다. 위악도 떨지 않는다. 자신을 속이려 하지도 않는다. 그에 비하면 장철환은 아직 한참 순진한 것이다. 차수혁은 단지 애송이에 불과하다. 그는 그런 모든 것을 안다. 그것이 선이 아님을. 정의가 아님을.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거짓말임을. 그가 보이는 여유의 이유다. 그는 권력이 갖는 본질을 꿰뚫는다. 장철환은 차수혁을 믿지만 김재욱은 차수혁을 믿지 않는다. 차수혁이 갖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의지만을 믿는다. 장철환의 그것은 믿지 않는다.

아무튼 드라마가 갈수록 산으로 가고 있다. 정작 주인공인 강기태는 한쪽 구석에 곱게 접어 치워져 있다. 주인공은 김재욱과 장철환이다. 차수혁이다. 강기태와 상관없이 주위가 움직인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강기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가? 장철환 또한 마지막에는 강기태가 복수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장철환의 귀환을 그래서 예상해 본다. 강기태가 지금껏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이 초기화된 채 새로운 운명을 마지하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제까지의 이야기가 참으로 허무하다.

어떻게 보면 당시에 어울리는 음울한 진실일 것이고, 어떻게 보면 일관성을 잃은 산만함일 것이다. 강기태는 이제 어떻게 하려는가? 그는 과연 국내에 남아 김재욱과 한 배를 탄 차수혁을 당해낼 수 있을까? 이정혜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유채영의 일편단심이 안쓰러울 정도다. 역사의 격랑은 여전히 요동친다. 드라마도 요동치고 있다. 과연... 좋지만은 않다.

이제 정리될 것이다. 그동안 대마초파동까지 무려 4주에 걸쳐 이어지던 지루한 혼란이 이제 얼추 정리되고 수습될 것이다. 다시 본궤도에 오르려는가. 주인공이 다시 주인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인공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드라마는 길을 잃는다. 많이 허무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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