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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나유경 기자
  • 공연
  • 입력 2012.03.21 12:59

[리뷰]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인물실록 봉달수'에서 배우 윤주상과 박기산이 보청기 회사의 회장과 비서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사진=드림인터내셔널)
[스타데일리뉴스=나유경 기자] 빠른 전개, 노련한 배우들의 익살스런 대사,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들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관객들... 바로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가 있는 풍경이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필두로 많은 히트작을 남긴 작가 김태수는 ‘인물실록 봉달수’라는 작품을 통해‘소통’의 부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보청기 회사의 봉달수 회장(윤주상·송영창 더블 캐스팅)은 인생이 허망하게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서전을 쓰기로 한다. 급전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봉 회장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유명작가 신소정(함수정·유지수). 신 작가는 직선적인 성격 탓에 봉 회장과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봉 회장의 내면으로 접근할수록 그의 아픔과 상처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제각기 다른 아픔과 상처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픔을 남겨야 했던 두 주인공은 ‘소통’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한다.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부하직원을 윽박지르는 회장님, 떠도는 소문으로 작가를 평가하는 출판사 사장님,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마음의 빗장을 채워야 했던 여인, 아내를 마음의 새장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남편, 딸의 미래를 강요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때문에 ‘인물실록 봉달수’에는 소통을 거부했던 인물들과 거부당했던 인물들에 대한 사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등장한다. 

극중 봉 회장과 신 작가는 소통을 거부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자서전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 신경전을 이어간다. 때론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체면을 구기기도 하고, 억지 주장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지만 나름 이유 있는 반항이다.

연극의 중반을 넘어서 등장한 ‘봉 회장의 딸’ 봉미현(정재연)은 전반적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자기중심적이고 고집불통이었던 봉 회장에게는 성찰을 요구하고, 해학에 웃음 짓던 관객에게는 표정의 변화를 요구한다.

‘인물실록 봉달수’에서 가장 큰 묘미는 봉 회장의 ‘어머니’와 ‘아내’의 사연에 얽힌 반전에 있다. 이들의 존재는 봉 회장의 상처, 아픔, 불통, 성찰, 희망까지의 모든 과정의 원인이 된다.

무대는 드라마처럼 화려하지 않다. 등장하는 인물도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스토리는 다양하다. 이것이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의 매력이다. 2시간동안 담기에는 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만큼 모두 담겨져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전 이후에 전개 속도가 다소 빨랐다는 인상이 남는다.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3월24일~4월 29일 한화손보세실극장. 1만5000원∼5만원. 02-736-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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