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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문지훈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6.08.05 18:40

[리뷰] '터널', 1분 1초도 지루함 허락하지 않은, 똑똑하고 친절한 영화

▲ '터널' 포스터 ⓒ쇼박스

[스타데일리뉴스=문지훈 기자] 김성훈 감독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다. 쫀쫀한 전개력과 연출력, 사회비판적 요소에 코믹함까지 가미했다. 여기에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라는 믿음직한 배우들이 뭉쳐 꽤 괜찮은 앙상블을 이뤘다. 특히 하정우의 생활 연기는 두 말 할 것 없다. 

영화는 초반부터 이야기 진행 방향을 빠르게 알려준다. 영화가 시작하고 불필요한 사전 설명 없이 터널이 무너지고, 주인공 이정수(하정우 분)가 갇힌다. 

전개에 필요한 정보도 미리 내준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 정수가 들른 주유소에서 할아버지가 실수로 기름을 가득 채우고, “괜찮다”고 말하는 정수에게 물병 두 개를 건넨다. 정수는 딸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 들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기름이 가득 든 차와 물병 두 개 그리고 케이크. 관객들은 이정수가 터널 속에서 취할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파악하고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터널은 붕괴된다.

여느 작품에서 보기 힘들게 ‘터널’은 초반부터 친절한 설명을 제공했고 지난한 전개 과정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관객은 바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으며, 정석이 아닌 구성이라 신선한 느낌을 준다. 상당히 자신감 있는 작품의 태도에 향후 전개될 과정에 대한 믿음도 간다. 

이후의 내용이 주는 감상은 더 특별하다. 재난 자체 보다는 한 개인의 처절한 생존기, 그 상황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수를 연기하는 하정우는 극한 상황에 휘말렸음에도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간간이 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먹방’도 눈길을 끈다. 영화는 재난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비정상적인 극성을 줄였고, 계속해서 새로이 터지는 사건들로 지루한 타이밍을 허락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터널 안과 밖을 넘나들며 웃음과 눈물을 반복해서 준다. 

▲ '터널' 스틸컷 ⓒ쇼박스

- ‘터널’, 대한민국 사회의 거울이 되다

부실공사로 인해 터널이 무너지고 사람이 갇힌다. 사고 피해자는 구조에 희망을 걸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바깥 사람들은 그의 안위엔 관심이 없다. 오직 각자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할 뿐. 기자들은 특종에 혈안이 돼 구조 작업에 피해를 주고, 고위 공무원들은 피해자의 아내 세현과 기념사진을 남기며 보여주기 식 ‘가짜 업무’를 행한다. 

기존 재난영화에서 본 듯한 설정들이지만 ‘터널’은 이 요소들을 활용해 한국 사회의 아픈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 사회 불특정 다수를 통렬히 꾸짖는다. 관객들은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영화의 상황에 탄식할 것이다. 정수에게 응원을 보내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자 관심을 거두는 부분에서는 작품 속 인물들의 태도에 스스로를 비추어 보며 반성도 하게 된다. 여러 면에서 세월호 사건이 떠올라 보는 내내 가슴이 아린다. 자신이 구조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던 정수가 희망을 잃은 채 좌절감을 표출하는 장면은 기자가 생각했던 희생자들의 눈물과 겹치기에 더 슬프다.        

- 분노, 눈물, 웃음, 공감..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가 내내 슬픔과 분노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건 아니다. 울고 웃게 하는 포인트가 참으로 적절히, 켜켜이 배치돼 있다. 하정우가 보여주는 생활 연기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그는 살기 위해 개밥을 먹고, 생존을 방해하는 개에게 분노한다. 더불어 오달수는 그에 대한 미안함에 오줌을 마셨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코믹한 요소를 잊지 않은 감독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뜬금없는 웃음 포인트가 아니라 전개과정에서 자연스레 터지는 웃음이라 점점 더 빠져든다. 관객들은 내내 답답해하다가 분노하고, 공감하다가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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