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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6.08.05 16:47

[권상집 칼럼] 사드 역풍에 휘말린 한류 열풍

문화콘텐츠 산업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 중국의 대국굴기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국내에서 A급이라고 인정받는 콘텐츠 제작자, 콘텐츠 기획자들이 중국으로 떠난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분야의 핵심기술자들이 국내에서 받는 연봉 9배를 받고 중국으로 이적하기 이전에 제일 먼저 도미노급 이탈 현상을 보인 건 문화콘텐츠 분야의 국내 실력자들이었다. 이들 역시 최소 국내에서 받는 금액의 4~5배 이상을 받고 중국으로 스카우트 된 건, 콘텐츠 업계에서 기정사실과 같은 이야기이다. 그 이후 국내 모든 제작사, 기획사들의 콘텐츠 성장 초점은 미국이 아닌 중국에 꽂히게 되었다.

국내에서 제일 큰 위상과 규모를 자랑하는 CJ E&M은 이미 드라마, 영화, 음악, 공연 각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가장 많이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행사하는 CGV 역시 중국 시장에 조기 진출, 현재 전체 중국 시장 상위 10위 안에 드는 영화 플랫폼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가장 연관성 없을 것 같던 국방 분야와 문화콘텐츠 분야가 상호 연관되며 이상한 방향으로 불똥이 문화콘텐츠 분야에 떨어지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 이른바 사드 배치가 졸지에 국내 한류 산업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말이다.

당장,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공개 사설에서 ‘사드 배치가 한국 연예산업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담고 있고 ‘한류스타가 그 희생양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안하무인식 논평을 그것도 공개적인 언론 창구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 여파가 단순히 일개 연예인에게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일제히 국내 문화콘텐츠와 관련된 주가는 오늘 일제히 하락했고, 중국과 가장 많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던 CJ E&M은 실적과 상관없이 지난 2일부터 주가가 하락세를 탔다. 비단 CJ뿐만이 아니다. 4대 기획사인 SM, YG, JYP, FNC의 주가는 오늘 일제히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중국의 가벼운 기침 경고가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흔들고 있으니 가히 강대국의 막강한 위력답다.

▲ 함부로 애틋하게 ⓒ삼화 네트웍스, IHQ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중국 성장의 최종 목표는 강력한 경제대국, 이른바 대국굴기(大國嵋起)다. 수많은 선거에서 힐러리와 트럼프가 현재 미국이 언제부터 위대한가에 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공개적으로 ‘중국의 꿈은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몇 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국방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걸림돌이 되거나 자신들의 성장에 방해 요소가 되는 건 거침없이 제한하는 것이 현재 중국 외교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아무리 한류가 중국에서 열풍이라고 해도 중국의 경제성장과 혁신 앞에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오늘 기사로 이미 나타났지만 국내 배우의 출연 제한, 팬미팅 연기 등은 시작일뿐이다. 특정 상품이 아닌 무형자산을 위주로 진행되는 콘텐츠 산업은 중국 당국이 보다 직접적으로 타 산업에 비해 제재를 가하기 쉽기 때문에 이 여파가 어디까지 진행될 지는 누구도 모른다. 제조업이야 연관 분야가 굉장히 넓고 상호 연구개발 협력 등이 많이 진행되기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라는 분야가 아무리 넓게 봐도 중국 시장에서는 현재 드라마, 영화, 음악, 공연 등으로 좁혀질 수 밖에 없기에 직접적 규제 조치로 한류 확장을 차단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 당분간 국내 문화콘텐츠 분야가 바싹 엎드리는 ‘수그리(?)’전법을 취한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또 하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이 있다. 국내에서 한류의 열풍은 굉장한 위력을 발휘하고 엄청난 팬덤을 발휘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중국의 공개적인 한류 압박은 중국의 여론에 힘입어 진행된 면이 크다. 즉, 생각보다 한류 연예인들의 강력한 팬덤이 중국에서 발휘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가령,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는 연예인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건 아무리 중국이라 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엄청난 인기와 사회적 영향력을 구가하는 엔터테이너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제한하면 수많은 팬들이 십자포화를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중국 곳곳의 여론조사에서는 한류스타의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한류 스타는 가볍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 중 하나일 뿐이지, 중국 내 젊은이들을 흔들 수 있는 영향력은 아직 없다는 말이다.

과거 SM 이수만 회장은 ‘가장 큰 시장에서 가장 큰 스타’가 탄생된다며 향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단순히 범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앞으로 중국 시장을 지배하는 아티스트 또는 엔터테이너가 글로벌 스타가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그러나 중국은 해당 자리를 자국의 엔터테이너에게 줄 의향이 있을 뿐, 다른 나라의 연예인에게 영광스러운 자리를 내줄 생각은 전혀 없다. 그게 바로 문화콘텐츠 분야에서의 대국굴기를 지향하는 중국의 기본적인 엔터테인먼트 전략이다.

사드 역풍으로 지금 한류 열풍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건 사실이나 어차피 시기가 당겨졌을 뿐, 중국 역시 한국의 문화콘텐츠 성장이 더 이상 확산되는 건 그들도 원하지 않는다. 지금도 콘텐츠 분야에서 우수한 제작, 기획 역량을 지닌 PD와 영화감독, 기획자들을 싹쓸이 영입해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류 스타라고 불리는 엔터테이너들이 생각보다 중국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팬덤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건 중국 당국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향후 중국의 대국굴기 전략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한국의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모두 흡수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민낯을 보일 것이다. 국내 문화콘텐츠 분야의 성장이 머지 않았다는 시그널은 이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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