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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8.02 07:13

[김윤석의 드라마톡] 닥터스 13회 "심심할 정도로 깔끔한, 서운할 정도의 거리"

의사들의 일상으로서의 사랑, 환자는 단지 거들 뿐

▲ 닥터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닥터스. 역시나 음습하지 않다. 질척거리지도 않는다. 자기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앙심을 품거나 하지 않는다.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굳이 해코지하거나 하는 일도 없다. 괜한 연민이나 동정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지도 않는다. 딱 자신이 거절한 진서우(이성경 분)의 약해진 모습에 위로를 해주다가 이내 단호하게 끊고 돌아서는 정윤도(윤균상 분) 자체라 할 수 있다.

마침내 자기가 먼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는다. 아직은 서로 잘 모르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 홍지홍(김래원 분)을 사랑한다. 아버지(정해균 분)를 아직 용서하지 못한다. 누구라도 자기에게 아버지와 화해하라 말한다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사랑하는 그 홍지홍이 자기를 위해 아버지가 만든 아버지 가게의 음식을 자기 앞에 내놓고 있었다. 그래서 홍지홍도 다시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다행히 홍지홍은 음식만 내놓았을 뿐 달리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자기가 아니다. 남이다. 자기와 전혀 다른 타인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동안 서로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 이들이 어떤 계기로 인해 나머지 시간들을 함께하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기적이다. 예정되지도 않고 계획되지도 않았다. 정윤도가 진서우에게 그녀의 감정이 진짜 사랑인가 묻게 되는 이유다. 너무 구구절절 이유가 많다. 아마 정윤도를 사랑하게 되고 나서 어느새 자신이 만들어 붙이기 시작한 이유들일 것이다. 자신이 아는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주인공의 라이벌조차 되지 못한다. 질투하지도 원망하지도 그러므로 누구에게 어떤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그냥 그곳에 있을 뿐이다.

어느새 진서우를 대하는 태도마저 전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스스럼없이 진서우가 잘한 것을 칭찬해주고 약한 모습을 보일 때면 냉정하지만 따뜻한 조언도 들려준다. 자기만 모를 뿐 진서우의 주변에도 진서우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항상 가까이서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누구의 손녀이거나 딸이 아니더라도 아무것도 조건을 바라거나 기대하는 법 없이 오로지 자신만을 보아줄 사람들이다. 당장은 정윤도만 보인다. 그만큼 크고 넓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순간에도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누군가를 자신의 시야에 갇혀 보지 못한다. 지나치게 친절하다. 진서우의 다음 사랑까지 일일이 시시콜콜 조언해준다. 안타까워할 겨를조차 없다.

결국 유혜정(박신혜 분)이 홍지홍을 선택했으니 차인 처지로 잠시나마 침울해 할 만도 하건만 여전히 정윤도는 자기 페이스다. 내가 좋아한다. 내가 사랑한다. 유혜정이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없이 나 자신의 마음과 감정이 중요하다.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과 상관없이 조역으로서도 상당히 곤란한 타입이다.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아직 유혜정의 선택에 대해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도 있을 테지만,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챈 다음에도 그다지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혜정보다 어느새 자기 집처럼 자신의 집에 눌러앉은 삼촌 정파란(이선호 분)과 그의 친구 조인주(유다인 분)의 존재가 그에게는 더 큰 일이었다. 그래도 무어라도 정윤도의 실연이 어떤 계기가 되어 사건도 일으켜야 할 텐데 그럴 조짐이 전혀 없다. 전혀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일상에만 여전히 충실하다.

악역이랄 수 있는 병원장 진명훈(엄효섭 분)마저 홍지홍의 양아버지이기도 한 이사장 홍두식이 죽고 자기 세상이 되자 애써 뒤로 감추는 것이 사라졌다. 여전히 속물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음험한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히 자신의 이기와 욕망을 드러내며 의외의 모습도 보여준다. 악인이라기보다는 그저 겁이 많고 욕심이 많을 뿐이다. 하기는 그래서 사람은 더 쉽고 편한 길을 찾아 악으로 들어서기도 한다. 다만 아직까지 악역이라기에는 그다지 뚜렷하게 드러나는 악행이 없다. 아무런 긴장감 없이,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적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평범한 일상들을 그려나간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양감을 키워주는 것은 그래서다. 심지어 홍지홍과 유혜정의 겨우 시작된 사랑마저 전혀 긴장도 흥분도 되지 않는다.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더 어울린다. 그런 긴장감없는 모습이 편하기도 하고 맥빠지기도 한다.

최강수(김민석 분)의 웹툰이 유혜정을 세상에 알리려 한다. 갑작스럽게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병원내 비리로 인해 곤란해진 병원장 진명훈의 입장도 그를 부추긴다. 과연 언론을 통해 비쳐진 유혜정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이 과연 유혜정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하필 비슷한 시점에 아버지 유민호가 홍지홍을 찾아온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 너무 빨리 신경외과장 김태호(장현성 분)의 권유를 받아들인 유혜정으로 인해 긴장감없이 스쳐지나고 만다. 위기 같은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정한 의미에서 유혜정에게 위기란 없었다. 최소한 병원 안에서 그런 경우는 없었다.

어차피 뻔한 처지다. 자신들이 시켜먹는 야식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사정들까지 일일이 알아보고 챙기는 것은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필사적이듯 의사로서도 역시 아이들을 살릴 방법을 찾아 필사적이 되어야 한다. 당장의 동정보다, 연민보다 더 중요한 원래 자신들의 일이다. 딱 그 만큼이다. 딱 필요한 만큼의 거리다. 더이상 가까워지지 않으면서 다가가 손을 내밀어 잡는다. 매정한 것이 아니다. 괜한 오지랖이 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굳이 쥐어짜듯 위기나 갈등을 강조하지 않기에 편하게 쉽게 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의사들의 이야기다. 환자는 단지 의사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환자와는 상관없이 의사들 자신 역시 자신들만의 일상을 누린다. 사랑은 그같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사랑한다. 행복하다. 딱 그 만큼의 거리다. 지켜본다. 조금은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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