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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와 카이스트 사태, 한국사회에서의 경쟁이란?
승자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패자를 떨구는 것이다.
2011년 04월 13일 (수) 10: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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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도박판에서는 이긴 사람이 판돈을 다 쓸어 갖는다. 대신 잃은 사람에게는 개평이 주어진다. 돈 잃은 것으로 원망 같은 건 품지 말고 속풀이라도 하라는 의미에서다.

육상이든, 수영이든, 경마, 혹은 경륜이든, 대부분의 경쟁이란 결국 승자를 가려내기 위한 장치다. 승자를 가려내고 승자에게 모든 영광을 안긴다. 패자는 단지 잊혀질 뿐이다.

예전 그런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었다. <나는 가수다>에 대해 지금의 가장 못한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 가장 잘한 한 사람을 뽑아 그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못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잘해서 졸업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반박이 들어왔다. 그래서는 재미가 없다. 누가 떨어지는가를 보는 재미이지, 누가 잘되는가를 보는 재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해했다.

얼마전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에게 징벌적 등록금제를 시행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않는다며, 학생들도 경쟁을 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일률적으로 최하 10%의 학생에게 징벌적 성격의 등록금을 더 내게 한 것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다만 그러한 카이스트의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으려면 어쩐지 그 전말이 이해가 되었다.

카이스트에 들어가서 아주 적은 액수의 등록금만을 내는 자체가 특혜라는 것이다. 왜 세금으로 카이스트 학생들의 학비를 보조해주는가? 카이스트를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이익이 아닌가? 심지어 따라서 카이스트에 주어지는 보조금을 없애라는 주장에서부터, 본론으로 돌아와 그런데 당연히 그 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모든 문제의 답이 아니겠는가? 카이스트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들이 가는 학교다. 학교성적이 가장 좋은 수재 이상만 갈 수 있는,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국책기관과 같은 곳이다. 그들은 장차 졸업하고 나면 여러 기관이나 기업에서 한국의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다. 그를 위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주는 등록금 혜택이 아깝다. 이미 카이스트를 나와 그것만으로도 학벌에서 이익인데 더 큰 금전적 이익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그보다는 못하는 사람들에게 징벌을 가해 - 채찍질을 함으로써 보다 노력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혜택이 주어졌는데 더 큰 혜택으로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낙오시킴으로써 그들을 자극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말하는 경쟁의 특징이다. 복지를 이야기할 때도 흔히 말한다. 복지가 지나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 한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보다 자극을 받아 스스로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가난은 죄다. 경쟁에서 도태된 것은 죄다. 승자는 당연한 것이다.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다. 경쟁에서 패하여 도태되는 자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왜? 경쟁이란 옳기 때문에. 경쟁이란 지극히 옳은 것이기에 경쟁에서 패했다는 것은 당위로부터 배제되었다는 뜻이다. 당연히 징벌이 가해져야 한다. 다시 경쟁이라는 정의의 무대로 뛰어들 의지를 갖도록.

못했으니까 배제한다. 그러나 잘했으니까 더 예우한다는 것은 없다. 그러고 보면 못하는 이들에 대한 질타는 대단한데, 잘하는 사람들에 대한 칭찬은 인색하다. 과연 <나는 가수다>에서도 잘하는 한 사람을 뽑아 졸업시키려 할 때 사람들은 지금처럼 높은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못하는 한 사람을 떨어뜨려 굴욕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한 사람에게 영광을 주려 할 때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관심을 보이겠는가?

하기는 음악이 그리 좋아서 보는 것이라면 어찌되었거나 상관없겠지. 지난번 <나는 가수다> 사태를 보더라도 떨어져야 할 대상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다. 떨어진 자를 동정할 수는 있어도, 재도전을 용납할 수는 없다.

어떤 맥락을 보게 된다. <나는 가수다>와, 그리고 카이스트 사태, 더불어 한국사회에서의 복지에 대한 인식까지. 승자승이 아닌 패자패. 육상을 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 아닌 탈락자를 가려서 그들에게 징벌을 준다. 아마 한국사회에서 육상이 붐을 일으키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가장 늦게 달린 한 사람에게 지독한 벌칙을 주어 모욕을 준다면.

도박판에서 돈을 딸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닌 돈을 잃을 사람을 찾아 벌칙을 주려 하니 개평조차 없는 것이다. 돈을 딴 사람 자체를 질시하며 돈을 잃은 사람을 멸시하려 드니 돈을 딴 사람도 돈을 잃은 사람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얼마의 돈을 벌었으니. 사회적 지위가 어떠하니. 그러니까 어떤 일을 당해도 상관없으니. 카이스트만한 대학에 들어간 자체가 이미 특혜인데. 혹은 그만한 인기를 누리고 부도 얻은 가수가 그런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감히 거스르려 하면 오만하다.

가장 잘한 한 사람이 아닌 가장 못한 한 사람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에 호응하는 대중의 현실이라는 것이, 잘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보다는 못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벌칙에 더 관심이 많다. 누가 더 못했는가? 누가 가장 못했는가? 뽑는 것은 정작 가장 잘한 사람인 데도 말이다.

억측일까? 억측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흐름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각각을 잇는 유기적인 선을. 아마 한국사회의 의식, 혹은 무의식일 것이다. 그러리라고 하는.

경쟁만능주의 사회. 경쟁은 옳다. 경쟁은 선하다. 경쟁은 항상 더 나은 길을 제시한다. 더 올바른 결과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과연 그 경쟁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경쟁은 무엇인가? 더 사회를 낫게 이롭게 만드는 경쟁이란 어떤 것인가? 왜 경쟁을 해야 하며 어떻게 경쟁을 해야 하는가? 답은... 찾아가야 할 것이다.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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