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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23 08:50

[김윤석의 드라마톡] 굿 와이프 5회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 지금 자신의 자리"

조국현과 이태준의 수상한 관계, 서중원의 고독과 고민

▲ 굿 와이프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굿 와이프. 선의가 반드시 선의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항상 사람은 후회를 남기고 미련을 부여잡으며 살아간다. 어느날 문득 뒤돌아 봤을 때 자기가 선 이곳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진다. 사람이 외로운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자신의 자리임을 인정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적응이 빠르다. 아니 그보다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여기는 쪽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만큼 믿었던 남편의 배신은 15년이라는 세월을 남편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살아왔던 김혜경(전도연 분)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동안 아내로서 남편을 사랑하고 믿었던 시간 만큼 더이상 남편을 사랑하지도 믿을 수도 없는 앞으로의 시간들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나마 연수원동기 서중원(윤계상 분)이 도와주고 아이들도 엄마인 자신을 잘 따라주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고작 살던 동네를 떠나 사는 집을 바꾸는 정도로 일일이 신경쓰기에는 마음이 너무 각박하다. 어쩌면 그렇게 떠나고 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살던 동네와 자신이 알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떠나기 위한 의식이다.

김혜경이 맡게 되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과의 관계를 암시하거나 열쇠가 되어준다. 지난주 김혜경은 남편 이태준의 보석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그리 증언하고 있었다. 아직 그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자신으로서는 아직 도저히 알 수 없다. 최소한 더이상 천처럼은 사랑하지 않는다. 전처럼 믿지도 않는다. 사랑이 변했다. 남편과 자신의 사이가 변했다. 사는 곳이 바뀌었다. 

절반 크기밖에 안되는 아파트가 지금 자신들의 집이다. 한때 친구라 여겼던 이들이 자신을 외면한 채 잡았던 손마저 놓고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 그들 역시 더이상 친구도 이웃도 아니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사건은 그에 비하면 사소하다. 그를 위한 계기가 되었다. 옛동네를 찾고 옛사람들과 만난다. 하필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앞에서 이태준과 결혼까지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과거의 사고를 떠올리고 만다. 만일 자신이 그때 다른 행동을 했었더라면? 단지 회상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후회같은 감정이었을까?

어쩌면 서중원의 시간은 15년 전 그날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도 못한 채 짝사랑이 끝난 그 순간에 멈춰 있는지 모른다. 미처 털어놓지 못한 자신의 고백이 앙금처럼 계속 자신의 안에 남아 있었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하필 김혜경의 남편은 죄인이 되어 감옥에 갇혀 있었고 다시 만남 김혜경은 혼자나 다름없는 몸이었다. 설사 헤어지더라도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과정이 있어야 했다. 고백하고 차인다. 김혜경은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나간다. 결혼한다. 아이까지 낳는다.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 문득 바람결에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듣게 된다. 무척 조심스럽다. 소년의 설렘으로 오랜 친구를 만난다.

살인사건의 비중은 그야말로 간단히 계기만 제공하는 정도로 지나치고 있었다. 그보다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김혜경의 일상이었다.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와 자식들을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의 일상이 절묘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남편이 보석으로 풀려나며 해야 할 이야기들이 더 많아졌다. 이태준과 비리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조국형과의 미묘한 관계가 표면으로 드러난다. 이태준도 모르는 사이 이태준을 위해 이것저것 알게 모르게 손을 써두고 있었다. 그것이 이태준에게까지 전달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조국현의 회사 도광개발의 전담변호사가 되어 있는 김혜경이 있었다. 마치 커다란 수렁과도 같다.

흔히 법정드라마에서 보게 되는 냉정하고 단정한 변호사의 이미지와 상당히 다르다. 하기는 무려 15년 동안 연수원을 나와서 가정주부로만 살아왔을 터였다. 어쨌거나 주부로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법조인 초년생이었다. 일상의 언어와 표정들이 변호사라는 직업과 만나며 쉽지 않은 개성을 보여준다.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배우의 힘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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