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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13 10:27

빛과 그림자 "좌충우돌 강기태, 조명국을 찾아가 총맞다."

강기태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기 위한 시련과 좌절, 이야기가 산으로 가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순간 강기태(안재욱 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모든 것이 장철환(전광렬 분)과 차수혁(이필모 분)의 음모이기에 이대로 그들이 의도한대로 재판을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탈옥까지 했다. 그런데 탈옥까지 하고 나서 정작 조명국(이종원 분)을 찾아가 하소연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조명국에 대한 모든 감정은 정리되었을 터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듣고 강기태는 조명국을 죽이려고까지 했었다. 끝내 그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상당기간 피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조명국을 찾아가 어쩌다 그들의 사이가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하소연하고 있었다. 조명국이 이제라도 마음을 돌리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하기는 무서웠을 것이다. 장철환과 차수혁이 계획한 일이니 무사히 풀려나기는 힘들 것이다. 유죄판결은 이미 기정사실일 터이고, 자칫 수십년 징역은 물론 잘못하면 사형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태수를 따라 탈옥하고 나니 탈옥범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것도 아무것도 없다. 억지로 허세처럼 복수를 다짐해 보지만 결국 조명국을 마주하고 나니 떠오르는 것은 그러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억울함과 서러움이다. 그래서 조명국을 붙잡고 하소연도 해 본다. 미련처럼.

한 마디로 바보다. 어린아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강기태가 빛나라쇼단을 인수해 단장이 되는 과정부터가 그랬다. 별다른 계산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했다. 빛나라쇼단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계획조차 없이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그 뒤를 따라다니다가 기회가 되니 덜컥 인수부터 하고 보았다. 다행히 그 일에 적성이 있었는지 타고난 감과 운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제대로 어려움이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죽고 집안이 망했을 때조차 어머지 박경자(박원숙 분)가 가지고 있던 옷가지를 전당포에 맡겨가며 그의 용돈은 끊기지 않게 해 주었었다. 좌절이니 절망이니 하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체념해야 하는 상황 또한 그와는 거리가 멀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다. 그런 강기태에게 어쩌면 지금의 위기야 말로 처음으로 맞는 좌절이고 절망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을 두는 것이 아닌가. 어린아이로 돌아가 조명국에게 하소연하던 모습처럼.

조태수의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가장 먼저 전화를 한 대상이 차수혁이라는 것도 그것을 말해준다. 하고 싶은 말 다했다. 원망도 했고 복수도 다짐했고 저주도 퍼부었다. 강기태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정작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그는 다시 차수혁에게 매달린다. 그리고 이제 탈옥에 성공하여 당장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차수혁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묻는다. 응석이었다. 차수혁으로 대변되는 좋았던 과거에 대한 미련과 집착. 그래서 조명국을 찾아가서는 어울리지 않게 하소연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도 체념을 알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좌절을 알고 절망을 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가운데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바로 현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와 미래는 자신을 속인다. 오로지 현재만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좌절이란 과거로부터의 거짓말이다. 절망이란 미래로부터의 기만이다. 체념이란 현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재를 받아들임으로써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이 선다. 행동에 체계가 잡힌다.

조태수(김뢰하 분)와 강기태의 차이다. 이미 탈옥을 했으니 조태수는 탈옥한 지금의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것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그런데도 힘들다. 그러나 강기태는 무모한 미래를 본다. 무의미한 과거에 집착한다. 과연 탈옥수로 쫓기는 처지가 된 강기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결국 복수를 하겠다고 조태수의 은신처를 빠져나와 차수혁에게 전화하고 조명국에게 하소연하며 응석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도 당장의 현실을 감당하기가 힘들었을 테니까. 누구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보면서 참 많이 황당했었다. 저 인간이 왜 저러는가? 왜 저와 같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가? 강기태 자신만이 아니다. 물론 조태수는 조직폭력배다. 강기태와는 달리 마땅히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기태가 탈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를 숨겨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조태수에게 상의도 없이 그의 은신처를 빠져나와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나마 조태수와 강기태를 별개로 생각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노상택(안길강 분)이 털어놓기 전에 일찌감치 조태수가 서울에 아직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들킬 뻔했다. 그러고서도 조명국을 찾아가 어울리지 않는 하소연만 늘어놓다가 총에 맞을 때는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생각이 없을까?

하지만 이제까지의 강기태의 캐릭터를 보니 이해가 간다. 어쩔 수 없는 도련님이다. 자신을 아껴주는 부모님 품에서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자라온 애송이 도련님에 불과하다. 그런 도련님이 이제야 비로소 위기라 할 만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 장철환이라고 하는 권력과 맞서기 위해서라도 그는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처럼 아이인 채로는 어렵다. 과거로부터의 단절이다. 비로소 그는 자신의 과거를 끊어낸다. 미래는? 불투명하다. 오로지 현재에만 충실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그를 몰아세운다.

마침 이정혜(남상미 분)가 파칭코 사업으로 크게 돈을 벌었다는 조총련 계열의 재일동포 아버지에 대해 듣게 되었다. 아버지가 보낸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 조태수의 은신처가 차수혁 등에게 들통나며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은신처까지 들통났으니 이제는 강기태가 조태수를 따라가려 해도 조태수 자신마저 계획한대로 밀항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일본으로 밀항하려는 순간 일본과 선이 닿은 인물이 나타났다. 과거는 물론 한국마저 뒤로 하고 강기태는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되지 않을까? 이제까지의 어린아이 같던 모습에서 어른이 되어 비로소 장철환과 차수혁, 조명국과 맞설 준비를 마치고 돌아온다. 기대하는 부분이다.

비로소 이정혜가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이정혜에게도 무언가 드라마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역할이 생겨났다. 그동안 이정혜의 눈물을 보면 짜증이 났다. 그녀는 단지 울 수밖에 없었다. 강기태를 위해 기꺼이 궁정동을 찾아가고 장철환의 입장을 전달하는 중개인 역할까지 했던 유채영(손담비 분)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강기태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정혜는 강기태를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도, 무언가를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여주인공상이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차라리 유채영을 연민하며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게라도 스스로 직접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정혜는 과연 주체인가? 아마 이정혜로 인해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이정혜는 지금처럼 희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을 테지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일본으로 떠나는 순간 일본에서의 시간은 한 순간에 압축해서 지나가 버리기 쉬울 것이다. 일본에서의 강기태의 활약까지 다루려 하면 드라마가 너무 지저분해진다. 국내에서의 상황도 복잡한데 일본에서 강기태가 장철환과 차수혁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면 드라마가 난잡해진다. 다만 그럴 경우 장철환과 김재욱(김병기 분)의 관계를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가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 막 대마초사태가 터진 시점이라 중앙정보부장이 궁정동에게 대통령에게 총을 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아니면 김재욱에 의해 강기태의 무죄가 밝혀지고 강기태는 계속 국내에 남게 되려는가?

김재욱과 장철환의 암투가 점입가경을 이룬다. 아마 이 또한 계획에 없던 부분일 것이다. 김병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무심한 듯 권력을 탐하면서 느물거리는 표정 속에 모든 감정을 감추고 있는 그 노회함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것은 정확히 장철환의 반대편에 있었다. 김재욱에 의해 강기태가 무죄로 구해지거나, 아니면 김재욱과 장철환의 싸움이 미완으로 끝나고 말거나. 하지만 김재욱도 장철환을 향해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 아니면 지금껏 그래왔듯 구체적인 시간적 배경을 무시한 채 바로 궁정동의 총성으로 이어질 것인가. 너무 꼬여 버렸다.

차수혁의 강기태를 돕고 싶다는 말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차수혁에게 있어 강기태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소란 다름아닌 감옥 뿐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막으려 해도 장철환은 강기태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이미 강기태가 모든 사실을 아는 순간 장철환이나 조명국에게 강기태와 공존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위협은 제거한다. 차라리 감옥에 있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테지만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반드시 죽는다.

물론 어느 정도는 거짓말이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고 나머지는 거짓말이다. 그도 강기태가 두렵다. 강기태가 꺼려진다. 강기태와 마주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일깨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죄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과거의 기억이 그를 괴롭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여전히 강기태를 친구로 여기게 만들고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한다. 모순된 가운데 서 있다. 경계다. 그는 매우 복잡한 내면을 갖는 인물이다. 김재욱과 어울린다. 그래서 김재욱과 함께 갈 수는 없다. 장철환이 그를 아끼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머리가 너무 좋다.

드라마가 산으로 가고 있다. 다행히 폭우가 내리려 한다. 폭우가 내려 사방이 모두 물에 잠기면 배는 높은 산 위로도 배를 저어 갈 수 있다. 다만 사방이 물에 잠기면 드라마에 있어 좋을 것인가. 어떻게 수습하려는지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이제는 그 끝을 짐작하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정작 강기태보다는 차수혁과 김재욱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가지를 너무 키웠다.

확실한 중심으로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다. 강기태는 주인공이다. 그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정혜도 마찬가지다. 그 계기이기를. 강기태가 중심에서 사건을 이끌어간다. 일본에 가거나. 아니면 김재욱의 도움으로 한국에 남거나. 당분간은 참고 봐야 할 듯 싶다. 아쉽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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