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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12 07:17

[김윤석의 드라마톡] 닥터스 7회 "떠들썩한 병원과 조용한 수술실, 수술보다 어려운 사람의 관계"

홍지홍의 수술과 유혜정의 성장, 아직은 성장이 남아있다

▲ 닥터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닥터스. 벌써부터 예감하고 있었다. 굳이 유혜정(박신혜 분)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 김수철(지수 분)에게 바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부터 무언가 있겠구나. 더구나 바이크타던 모습이 멋있었다는 유혜정의 말에 금새 신이 나서 떠나는 뒷모습을 보여주마고 전화까지 걸고 있었다. 하필 마지막이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바이크를 팔겠다. 아마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드라마가 끝나기 1분 전,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내일로 넘긴다.

오히려 수술실은 조용하다. 의사든 간호사든 하나같이 어떤 의식을 치르듯 환자를 사살리는 일에만 오로지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수술을 하기 전, 끝나고 난 뒤, 그리고 수술을 하는 동안 수술실 바깥에서는 더 소란스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차라리 사람의 뇌세포보다 신경조직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더 복잡하고 더 위험하게 얽혀 있다. 당장 수술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어도 여전히 서로에 대한 감정과 기억들을 놓지 않고 있다. 구애되고 구속된다. 무엇이 진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자신의 입장을 정의해 버린다.

사실 아무리 부모자식이라도 한 번 사이가 틀어지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가 무척 어렵다. 차라리 아예 남이라면 쉽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 미우니까 미워하고 원망스러우니 원망한다. 그러나 가족은 아니다. 미워도 가족이고 원망해도 가족이다. 천륜이다. 의절하고 아예 남으로 돌아섰어도 피로 이어진 혈연이라는 사실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미움이 남고 그래도 가족이기에 원망이 남는다. 차라리 남처럼 아예 외면하고 무시할 수 없기에 미움과 원망이라는 이름으로라도 가족이라는 끈은 이어지는 것이다.

한 편으로 가족을 그리면서도 한 편으로 가족에게 냉정한 유혜정의 모순된 태도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의식할 수밖에 없다. 아예 외면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구애되고 구속된다. 그것이 마치 늪저럼 자신을 옭아맨다. 그렇다고 마냥 가족이니까 용서하자 말하기에는 그동안의 자신만의 외롭고 아팠던 기억들이 있다. 그런 자신의 사정들까지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이 믿는 가족의 정만을 강요하는 이기는 결국 또다른 상처로 다가온다. 더욱 꽁꽁 자신을 싸매게 된다. 더이상 상처받지 않겠다. 

어떻게하면 아버지와 가족들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아버지와 가족들을 용서하고 스스로 홀가분해질 수 있는 것일까? 홍지홍(김래원 분)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한다. 서로의 감정들이 얽힌다. 홍지홍은 유혜정을 사랑하고, 정윤도(윤균상 분)의 감정 역시 유혜정에게로 향한다. 진서우(이성경 분)은 정윤도로부터 확실하게 거절당한다. 정윤도가 이번에도 유혜정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갈 곳을 잃은 채 정처없이 헤맨다. 오랜 우정 또한 어설프게 불안하게 서로 만나 겨우 이어진다. 그에 비하면 수술은 차라리 쉽지 않은가.

물론 쉽지 않다. 모든 수술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수술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보통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어렵고 힘든 과정들이 그 전에도, 그 사이에도, 그 뒤에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수술에는 답이 있다. 어떻게하면 된다고 하는 최소한의 메뉴얼이라도 있다. 그에 비하면 유혜정이나 정윤도나, 진서우나 답이란 없는 혼란속을 각각 헤매고 있다. 확실히 홍지홍은 어른이다. 그런 혼란 속에서 홍지홍만이 유일하게 몇 걸음 떨어져 굽어보듯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홍지홍만 그저 마음편한 것은 아니다. 홍지홍에게는 청춘의 고민은 없지만 어른의 고민이 있다. 병원을 둘러싼 음모가 그의 양부 홍두식(이호재 분)과 그가 따르는 신경외과장 김태호(장현성 분), 그리고 홍지홍 자신을 조금씩 조여오고 있다. 홍지홍에게만 전통적인 의학드라마의 외과의사의 역할이 주어진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병원의 정의와 질서를 지킨다. 그러나 유혜정조차 항상 그의 예상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그럴때면 다른 청춘들처럼 설레고 혼란스러운 달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하나의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의학드라마다운 난이도높은 수술은 역시 이번에도 홍지홍의 몫이다. 홍지홍을 돕기로 했던 유혜정의 앞에 과거의 인연이 위험한 사고를 당하고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있다. 의사로서의 성취와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정확히 수술실에서 서로 만난다. 아직까지는 보다 유혜정의 성장 쪽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아무래도 알지 못하는 수술보다 사람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의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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