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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2.03.07 20:35

JYJ 김재중의 사생팬폭행과 연예인과 대중의 거리...

연예인도 인간이며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이란 것이 있다. 당연한 말이 어렵다.

사진출처-위 JYJ 공식홈페이지, 아래 박유천 트위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인간은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나는 순간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는다. 그것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이며 배타적인 권리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다. 이를테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그렇다. 만일 현대의 대한민국 사회에 왕이 나타났다. 그러면 그 왕은 왕이니까 국민을 상대로 저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다 하며 살 수 있을까?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미 2000년도 훨씬 전에 맹자라는 이가 말했다. 왕이 왕답지 않으면 그것은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 종업원도 필부라면 손님도 필부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진상손님이다. 진상을 떨더라도 손님을 놓칠 수 없으니 참고 있으려니 마치 자기가 뭐라도 된 듯 위세를 떤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고, 그 돈으로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이익을 보게 된다고, 그러니까 자신이 위에 군림한다고. 유독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사회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권이 발달한 나라에서 보면 기함을 할 일이다.

연예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니 그런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은가. 대중이 소비해줌으로써 이익을 얻으니 마땅히 그런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온갖 무도한 행위들에 대한 변명이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루머를 생산하고, 그것을 퍼뜨리며 무고한 비난을 퍼붓고, 심지어 신체적인 위해까지 가한다. 먼저 시비를 걸고서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자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감수하는 것이지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참고 넘기는 것이지 그것을 누가 강요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진상손님이더라도 손님이기에 참고 받아들이는 것과 진상손님이더라도 손님이니까 일방적으로 참아야 한다는 것은 별개인 것이다. 도저히 못참겠으면 내쫓던가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이다. 부당한 폭력이나 희롱마저 참아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연예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연예인 또한 인간이며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개인이다. 그들에게도 배타적인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이번 JYJ의 김재중이 자신을 따라다니던 사생팬을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운 것에 대한 여러 논란들을 지켜보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 잘못했다. 아무리 연예인이더라도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최소한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은 법이 어쩌고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식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것들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기는 스토커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기 시작한지도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아직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스토킹이 드라마 등을 통해 정당화된다. 사랑해서 하는 스토킹은 죄가 아니다.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다. 잠시도 쉬지 않고 따라붙는 사생팬의 존재라는 것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억압이고 고통이고 심지어 공포이기까지 한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더구나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니까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물론 김재중이 잘못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을 때리는 것은 잘못이다. 더구나 여자 아닌가? 아마 나이도 더 어릴 것이다. 설사 팬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어느 누구에게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까지 침해해가며 스토킹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듯 김재중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을 폭행하고 폭언할 수 있는 권리란 주어지지 않았다. 정히 억울한 것이 있다면 법에 호소하면 될 일이다. 말로 타이르고 그래도 안된다면 부모에게 연락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폭력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도저히 이성으로는 안 될 때 기대는 막장이다. 이미 김재중 자신도 성인이 되었을 터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재중을 동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오로지 일방적인 인내만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어째서 김재중은 경찰에 신고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는가? 과연 연예인이 설사 사생팬이라 할지라도 팬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면 그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는가? 진상손님이라고 해서 가게 주인이 손님을 내쫓았다. 진상은 사라지고 손님을 내쫓은 이야기만 남게 된다. 더구나 김재중은 개인이다. 그동안 그가 사생팬으로 인해 겪었을 괴로움을 생각한다면 아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무언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다.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막대한 부와 명예와 심지어 사회적 영향력까지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들은 대중 앞에 일방적으로 인내를 강요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그들은 유명인이기 때문에 개인을 포기해야 하는가? 누구도 개인에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포기할 것을 강요할 권리는 갖지 못한다. 정히 그렇게 부와 명예, 더불어 사회적 영향력까지 갖고 누리는 연예인이 보기 싫다면 외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니라면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것들은 지켜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김재중이 저지른 잘못되는 별개의 것이다. 결국 김재중으로 하여금 그같은 어리석은 극단을 선택하도록 만든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다른 극단들도 있었다. 대중이 조금만 더 여유를 두고 그들에게 관용과 배려를 베풀 수 있다면 김재중 역시 다른 보다 나은 이성적인 판단에 기대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개인의 인성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그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이 너무 가혹하다. 스토커로 인한 고통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인권에 대해서조차 계량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돈을 그만큼 버니까 인권도 양보해야 한다. 그만한 명예를 누리니까 인권에 대해서도 모두 누리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욕심이다. 그러니까 그만한 여지는 남겨두어야 한다. 인권과 그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를 등가로 놓는다. 계량하고 거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는다. 하기는 그러니까 손님은 종업원과 주인에게, 사용자는 고용인에게 돈에 대한 댓가 만큼의 인권의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렵다.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그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은 독립적이며 누구보다 존귀한 존재다. 그것을 전제해야 한다. 소유할 수도 구속할 수도 없다. 임의로 자의로써 그를 침범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상식일 것이다. 인권을 아는 사회라면 그것은 결코 부정되어질 수 없는 전제인 것이다. 스스로 감수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도덕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설사 돈을 지불한 사용자이고 고용주이고 고객이더라도 그것은 결코 달라질 수 없다.

연예인과 사생팬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오래다. 그로 인한 매니저와 연예인과의 갈등이나 분쟁 역시 흔한 이야기다. 연예인이 자신을 따라다니던 사생팬을 폭행하거나 폭언했다 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좋은가? 무엇보다 연예인이기에 그조차도 참아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 과연 그것으로도 좋은 것인가?

사생팬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기에 그 사생활까지 가까이에서 소유하고 싶다. 당연한 욕망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래서는 안되는 것인가. 더불어 일반 대중도 연예인에 대한 관심에 있어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어떤 대단한 존재여서가 아니다.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인간이기에 김재중의 폭행도 잘못된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 것이다. 연예인도 인간이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너무나 새삼스럽다. 무슨 까닭일까? 입맛이 쓴 이유일 것이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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