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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06 06:27

[김윤석의 드라마톡] 닥터스 6회 "빗속의 키스, 함께 춤추다"

진서우의 뜻밖의 순진함, 정윤도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다

▲ 닥터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닥터스. 진서우(이성경 분)의 뜻밖의 순진한 모습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순수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다. 그냥 그 순간 자기 감정에 솔직할 뿐이다. 

그런 진서우의 성격을 압축해서 들려주는 한 마디 대사가 있다.

"혜정이 앞에 있는 애, 원래 내 친구였어. 그런데 혜정이를 만나고 날 버렸어!"

말 그대로 어린아이같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유치하고 그래도 좋게 에둘러 표현하자면 처음 말한대로 순진하다. 어쩌면 세상의 더럽고 추하고 악하고 흉한 모습들을 아직 알지 못하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지 자기보다 수학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유혜정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그녀를 곤란에 빠뜨리면서도 끝끝내 자기가 피해자라 여길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좋아하니까 좋아한다. 싫어하니까 싫어한다. 안타깝고 가엾게 여겨지니 그저 무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마음을 주던 환자의 갑작스런 죽음에 당황하여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서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진지하기 때문이다. 유혜정(박신혜 분)도 그래서 다시 만난 첫날부터 싫어했었다. 싫어하면서도 아예 드러내놓고 선의로 다가가는 티를 듬뿍 내보이고 있었다. 하필 앞으로 홍지홍(김래원 분)과 적대하게 될 병원장 진명훈(엄효섭 분)의 딸로서 과연 앞으로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악역이라기에는 악의가 없고, 라이벌이라기에는 추구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결국 환자의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딱 하나 있었다. 전회부터 이어진 보스의 부상과 진서우와 교감하던 환자의 죽음을 제외하면 의사로서 의사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유혜정의 새엄마 이가진(이가진 분)의 병을 진단하던 순간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마저 의사로서의 갈등이나 고민을 보여주기에는 어쩌면 너무 사소한, 그저 주인공 유혜정 개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유혜정은 아버지의 집을 나와 할머니와 살게 되었고, 지금 유혜정이 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족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유혜정이 풀어야 할 숙제 또한 내준다. 돌아간 할머니의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가족과 섞일 수 없는 자신을 확인한다.

어쩌면 자기에게 주는 벌이 아니었을까. 홍지홍을 향한 유혜정의 감정은 오해의 여지가 전혀 없이 분명하기만 했다. 지금에 와서 굳이 자신을 향한 진심을 전하는 홍지홍 앞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사람이 그렇게까지 자신을 억누르며 무언가에 몰두하려면 동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성취욕이고 다른 하나는 원한이다.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을 자신을 몰아세우는 계기로 삼는다.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진실을 어떻게든 자신이 밝혀내야 한다. 그 다음에 어째야겠다는 계획 같은 것은 없다. 홍지홍으로부터 할머니의 수술기록을 받아든 순간 유혜정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긴장을 놓아 버리고 만다. 이제 할 일은 다 했다. 아마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할머니의 죽음과 관련해서 반드시 밝혀야 할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도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살아야 할 이유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한 편으로 아무것도 못한 자신에 대한 책임으로 한계까지 몰아세우게 된다. 모두 그들의 탓이다. 모두 자신의 탓이다. 용서는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유혜정 자신이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일 터였다. 행복한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과연 유혜정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 아버지의 가족들과 화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족들 대문일까, 아니면 그것이 유혜정 자신에게 벌이 될 것이기 때문일까. 진서우만큼이나 유혜정도 애정결핍이다. 평생 자신이 받았던 세 번의 사랑을 너무 깊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배당하고 있다.

6회의 전반은 정윤도가 유혜정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6회의 후반은 그같은 정윤도의 깨달음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정윤도가 유혜정을 향해 어떤 감정을 가지는 유혜정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유혜정의 마음이 가는 그곳에서 마찬가지로 유혜정을 향한 마음의 가지가 올곧게 뻗어나오고 있었다. 빗속에서 춤을 춘다. 빗속에서 입을 맞춘다. 운명처럼 비가 내리고 그들은 빗속에 함께 있는다. 정윤도의 메시지는 유혜정에게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사람이 사는 모습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없다. 사람의 감정 만큼 사람에게 이해하기 쉬운 것은 없다. 실제와 상관없이 그렇게 믿는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다투다, 사람이 사람과 서로 화해한다. 신경외과장 김태호(장현성 분)의 말처럼 아무리 자막까지 동원해가며 열심히 설명해 봤자 그냥 그런 것이 있구나 여기는 정도지 의학용어며 수술장면까지 모두 제대로 이해하고 보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다. 얄미울 정도로 효율적이다. 무엇을 시청자가 진심으로 바라는지 적확하게 꿰뚫고 있다.

홍지홍의 아버지 홍두식(이호재 분)을 노린 음모가 이어진다. 아버지의 위기는 홍지홍에게 동기가 된다. 유혜정도, 진서우도, 정윤도마저 병원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이들 모두의 위기이기도 하다. 모두를 위한 계기다. 일단 환자는 뒤로 물린다. 유혜정과 홍지홍의 관계가 빠르게 진전되는 것이 조금은 불길하기도 하다. 닥터스 드라마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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