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07 08:49

샐러리맨 초한지 "어째서 나만? 모가비가 폭주하는 이유..."

남들도 다 그러는데, 너무나 닮은 모가비와 유방의 모습을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찌되었거나 백여치(정려원 분) 역시 재벌총수의 외손녀였다는 것일 게다. 수가 높다. 장량(김일우 분)으로 하여금 모가비(김서형 분)에게 공금에까지 손대게 해서 500억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도록 유도하더니만 그것을 주주이사들 앞에서 까발린다. 절묘한 모략이다.

상대로 하여금 잘못을 저지르게 만든다. 물론 그 전에도 모가비는 회사돈으로 캘리포니아에 저택을 구입하는 등 사치를 부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모가비로 하여금 막대한 회사돈에 손대게 반든 것은 결국 장량이었다. 그 배후에는 백여치가 있었다. 뇌물을 주고는 그것을 빌미로 협박하고, 향응을 제공하고 그것을 자료삼아 거래를 강요하고, 아주 흔한 모략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정의로 치장한다는 점에서 유방(이범수 분)은 훌륭한 기득권이 되어 있다.

워낙 경제관련 범죄가 아무 죄의식없이 행해지는 사회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질서를 흔드는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나 사회적 인식이 너무 허술하다. 그러니까 유방은 그런 것을 고작 적을 쓰러뜨리기 위한 전술로 여기고 있는 것일 게다. 천하그룹을 되찾기 위해 모가비를 함정에 빠뜨려 회사돈에 손을 대 막대한 손실을 입도록 만들고, 자기 소유인 팽성실업을 빼앗긴 데 대한 보복으로 유령회사를 만들어 부당이득을 취하려 하고, 그러면서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오히려 그것을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생각한다. 그래서 검찰 앞에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제보까지 하고 수사까지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쁜 것이다. 그나마 모가비가 진시황 회장을 죽이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는가? 모가비가 진시황 회장을 죽이지 않고 유언장을 위조하지 않았다면 모가비를 대신했을 다른 진시황 회장의 뒤를 이은 다른 천하그룹의 총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했을까? 그들에 대해서도 모가비와 같은 수를 쓰려 했을까? 하기는 대부분의 주주들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백여치 대신 다른 사람을 회장으로 선출하려 하자 유방은 분노하고 있었다. 주인을 배신했다고. 그는 이미 팽성실업을 자기 소유로 여기고 있었다. 천하그룹 역시 진시황 회장의 소유였다. 그나마 모가비가 진시황 회장을 죽이고 그 유언장을 위조하는 범죄를 저질렀기에 유방과 백여치가 정의가 되는 것이지 아니었다면 단지 협잡이고 사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마저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넘어가고 만다. 당사자들은 당연히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그런 점에서 모가비와 유방은 같은 부류다. 어째서 나만? 어째서 내게만? 다들 그렇게 하는데. 유방이 저리 당당할 수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다들 그렇게 한다. 사기도 치고 협잡도 부리고 불법도 태연히 저지른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전술이다. 기술이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도 따라서 정당화된다.

모가비가 저리 타락하고 만 이유다. 그가 보아 왔던 재벌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모가비가 십수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왔던 진시황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회사돈을 자기돈처럼. 회사를 마치 자기 소유처럼. 회사의 임직원을 마치 하인이라도 되는 듯. 그런데도 자기에게 비판이 쏟아진다. 비난이 가해진다. 남들도 다 하는데. 자기 잘못을 돌아보기보다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다른 사람을 먼저 돌아본다. 그들은 결코 자신이 아닐 텐데도.

다른 사람도 다 하기에 유방은 협잡과 사기를 저지르고, 어차피 다른 재벌도 다 그러고 있기에 모가비도 독선과 전횡을 일삼고,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모가비는 사람을 죽였고 유방은 아니다. 모가비가 죽인 대상이 하필 진시황 회장이었다는 것이 두 사람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을 만든다. 확실히 살인은 큰 죄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질서를 흔드는 그와 같은 범죄가 과연 살인보다 작은 죄일까? 유방과 모가비를 통해 그러한 현실의 모순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란 결국 신용이다. 어차피 지폐란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다. 주식이나 채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떻게 현물,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쓰이고 유통되는가? 과거에는 금이 화폐가치를 담보했지만 더구나 이제는 그조차도 없어졌다. 현재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폐의 가치는 유무형의 현물의 가치의 몇 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무리없이 자본은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 근간인 신용을 흔든다. 그럼에도 유방의 사기는 무죄이고 단지 살인을 저지르고 찬탈을 했기에 모가비는 유죄가 된다.

최항우(정겨운 분)가 검찰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것도 그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하는 것이다. 관습적으로 해 오던 일들이다. 천하그룹이 다치면 다른 재벌도 역시 다치게 된다. 모가비가 천하그룹만 조사하는 데 대해 억울한 감정을 가졌다면, 최항우는 천하그룹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역시 아무 문제의식 없이 당당하다. 아마 유방 역시 모가비의 일만 아니었다면 그다지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자신이 유령회사를 만들어 부당이득을 유도한 경험이 있다. 그도 그것을 단지 전술로만 여겼다.

더러운 놈들과 더 더러운 놈들이랄까? 결국 불법과 편법의 싸움 가운데 누가 너 능숙하느냐 하는 싸움일 것이다. 여기에 모가비의 범죄가 더해지고. 모가비의 범죄가 유방이 저지르는 행위들을 가려준다. 역시 흔히 쓰는 방법이다. 유방이 말한 대로 위위구조(圍魏求趙) 그대로다. 모가비의 잘못을 공격함으로써 자기가 저지른 잘못은 가린다. 그렇다면 유방이 유령회사를 통해 빼돌린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큰 인물이 될 싹수가 보인다.

검찰조사 과정에서의 <원초적 본능> 오마쥬는 조금 위험했다. 너무 어색했다. 과연 모가비의 캐릭터와 어울리는 장면인가. 그래도 모가비는 한 재벌기업의 총수다. 오마쥬인 것이 너무 드러났다. 오마쥬가 오마쥬인 것을 너무 드러내면 자연스러움을 잃게 된다. 그 장면만 드라마와 따로 놀고 있었다. 어설펐다. 차라리 없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반전이 예고된다. 차우희(홍수현 분)가 회사내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리고 그 순간 박범증(이기영 분)이 회사를 떠나며 진시황 회장의 유서를 편쳐보고 있었다. 절대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사실을 차우희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가비도 눈으로 보고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 모가비 회장의 지시를 받은 하수인이 충실히 그 지시를 이행하려 한다. 다치는 것은 차우희일까? 아니면 그녀를 구하고자 하는 최항우일까? 어쩌면 최항우가 겪을 불행으로 인해 차우희가 전면에 나서게 되지 않을까?

최항우의 차우희에 대한 감정은 진실하다. 그런 만큼 차우희 역시 최항우에게 진실하다. 최항우를 위해 아침상을 차린 차우희의 정성과 그런 차우희가 차린 아침상에서 간을 잘 못 맞추던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리며 수저를 내려놓는 최항우의 모습에서 살풋 웃음을 터뜨린다. 역시 귀여운 커플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 두 사람의 감정은 더욱 애절해진다. 차우희는 최항우를 지키고 싶어하고 최항우 역시 차우희가 다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 약점을 찌르고 들어간 유방이야 말로 거물은 거물일 것이다. 모가비와 마찬가지로 유방에게도 오로지 목적만이 존재한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이면 제아무리 가깝게 지내던 차우희라도 얼마든지 이용한다.

차우희가 다치고 최항우가 분노할 가능성과 최항우가 다치고 차우희가 앞으로 나설 가능성, 아니면 두 사람 다 무사하고 단지 모가비의 계획을 알고 최항우가 돌아설 가능성, 개인적으로 세번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지만. 차우희든 최항우든 어느 한 사람이 다치게 되면 드라마가 너무 무거워진다. 그렇게 무거워질 드라마는 아니다. 박범증은 어쩌면 모가비에게 마지막 배신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모든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추악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그 냄새가 향기롭다고 말한다. 역설일 터다. 그것이 바로 드라마가 지향하는 블랙코미디일 터다. 아니라 그것이 실제 아무 문제없는 정의를 행하는 것이라 여긴다면 그것이 더 문제일 것이다. 백여치는 재벌의 외손녀다. 유방 역시 이미 팽성실업을 소유했던 사용자다. 장량 역시 진시황 아래에서 모든 부정과 비리에 직접 발을 담그기도 했었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며 그 세계의 정의일 것이다. 전혀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전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차라리 정의일. 아마도. 그러나 분명.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모가비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거의 얼마 없다. 막다른 궁지로 내몰렸다. 더 이상 그녀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독한 놈과 더 독한 놈이 있으면 더 독한 놈이 승리한다. 모가비는 오히려 너무 연약했다. 그것이 모가비의 비극이다. 예감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