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06 16:11

범람하는 오디션 "오로지 하나의 프로그램만을 보려 하는 이유..."

서로 비교하느라 과열된 모습에서 범람으로 인한 공멸을 우려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오디션이란 말 그대로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하기는 이미 생방송무대에 서는 순간 그들은 누구보다 큰 기회를 손에 넣은 것이다.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어지간한 연습생도 저렇게 공중파 무대에서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다만 문제라면 그 과정에서 경쟁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하지만 바로 그것이 재미인 것이다. 과연 누가 그 귀중한 기회를 마침내 손에 넣게 될 것인가? 막대한 상금과 자기 이름으로 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 무엇보다 오디션프로그램 우승자라고 하는 프리미엄이 이름 뒤에 붙는다. 신인이지만 신인이 아니다. 대중에 이미 그 이름이 알려진 채 데뷔하게 된다. 누구일까?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예선부터 과연 누가 가능성이 있는가를 살피고, 생방송무대에서도 누가 더 훌륭했는가를 평가한다. 때로는 그 가운데 이미 응원하는 한 사람을 선택하기도 한다. 팬이 만들어진다. 그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기회를 손에 넣는 것을 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경연이 끝나고 우승자가 발표될 때는 보고 있는 자신도 뿌듯할 것이다.

예선부터 지켜봐 온 참가자일 것이다. 그야말로 일반인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부터 점차 오디션에 익숙해지며 가다듬어져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된다. 보다 나아지는 모습에 기뻐하기도 하고, 혹은 전만 못한 모습에 실망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생방송 무대에서 여느 프로에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때는 그 성장이 마치 자기의 일인 듯 흐뭇하기도 하다. 그렇게 오디션이란 시청자와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처음 예선에서부터 마지막 결승무대가 끝날 때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시청자는 그 과정을 참가자들과 함께 하며 그 시간들과 경험들을 공유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디션을 본다.

그것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음악인으로 데뷔하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재능과 실력 또한 중요할 것이다. 얼마나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당장 어떤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가? 그것은 프로의 무대와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다. 이미 완성된 프로와는 다른 아마추어이기에 갖는 풋풋함과 새로움일 것이다. 역시 <위대한 탄생>을 좋아하는 이유다. 오디션 가운데 가장 아마추어스럽다. 하지만 역시 그보다는 마지막 최종우승자가 가려지기까지의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슈펴스타K>의 '악마의 연출'이라고까지 불리우는 특유의 연출기법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견인하는데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단순히 참가자의 무대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국노래자랑>으로도 충분하다. <슈퍼스타K>의 편집은 여기에 '누구'를 집어넣는다. 지금 높은 점수를 받고 환호하는 이는 누구이며, 낮은 점수에 좌절하는 이는 누구인가? 대상에 이입하도록 함으로써 함께 환호하고 함께 좌절하도록 한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쉬워한다. 동조한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참가자들과 함께 일희일비하며 그 과정을 공감하며 공유한다. <슈퍼스타K>에 중독되는 이유다. 참가자의 무대와 그에 대한 평가는 <슈퍼스타K>라고 하는 드라마를 위한 장치이며 소품에 불과하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보다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근의 오디션은 우승자 단 한 사람만을 뽑으려 한다는 것이다. 과거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처럼 최종적으로 여러팀을 순위별로 뽑아 상을 주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1등한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몰아준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다. 마지막 순간에까지 2등이란 없이 오로지 1등만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슈퍼스타K>도 그렇고 <위대한 탄생>도 그렇다. <케이팝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승자는 오로지 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만이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오디션프로그램 가운데 마지막 한 사람은 과연 누가 될까?

당연한 의문일 것이다. 각각의 오디션프로그램이 오로지 한 사람의 우승자를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그 여러 한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한 사람이 모든 기회를 손에 넣게 된다면 여러 오디션 가운데서도 오로지 홀로 기회를 거머쥐게 되는 한 사람이 나오게 될 것이다. 아니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그 한 사람을 배출하게 될 것인가?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가 될 것인가? 오로지 하나의 프로그램만을 남기는 경쟁이 시작된다.

오디션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요즘 여러 오디션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기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때로는 그 표현이 무척 직접적이어서 특정한 한 프로그램에 대한 찬양이나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사람을 뽑기 위한 오디션의 방식이 오디션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살펴봐야 할 참가자의 수만도 몇 배나 많아지는 상황에 오디션까지 서로 비교하며 보게 되는 것이다. 어느새 순수하게 오디션프로그램에 이입하여 참가자들이 최종우승자를 가리기까지 겪는 과정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려는 최초의 취지는 퇴색된다. 오디션마저 서로 비교하며 보게 되는데 오디션이 재미있을 리 없다.

필자가 오로지 오디션프로그램을 하나만 보는 이유일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오디션프로그램의 출연자들까지 품고 살필 여력이 없다. 너무 많다. 하나하나 이름을 외우기조차 버겁다. 프로그램을 비교하면서 보게 되면 우열이 갈리고 열등하다 여기는 프로그램은 굳이 볼 필요도 없이 재미없어질 것이다.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하며 보게 되니 재미는 떨어지게 된다. 오디션 참가자들만이 아닌 다른 오디션 참가자들과도 비교해야 하니 머리는 더 복잡해진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다. 필자는 오로지 재미만을 위해 TV를 본다.

최근의 오디션프로그램의 범람을 우려하게 되는 이유다. 필연 공멸하게 될 것이다. 오디션의 경쟁시스템이 거의 동시에, 혹은 맞물려 이루어지는 오디션프로그램 자신들에게도 적용되고 말 것이다. 그만큼 긴장은 희석되고 관심은 분산된다. 최종우승자에 대한 대중의 환호와 기대 역시 그만큼 시들해지고 만다. 그 대신 남는 것은 오디션프로그램 사이의 자존심싸움. 혹은 그 팬들의 기싸움이다. 과열되고 진흙탕싸움이 되기 쉽다. 최소 몇 개월씩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있어 서로 무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과거 두 개의 오디션프로그램을 동시에 보던 시절부터 느껴온 바였다. 이대로라면 오디션프로그램이 더 이상 재미없겠다.

굳이 오디션이 아니어도 좋지 않겠는가. 아니 굳이 오디션끼리 비교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이미 스스로 눈여겨 봐 둔 참가자가 있다. 그 재능과 열정이 눈에 뜨인다. 그렇다면 지켜본다. 그것이 프로그램의 재미다. 우승하거나, 아니면 혹은 중간에 좌절하거나. 설사 우승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아마 그때쯤이면 다른 오디션 참가자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오디션간의 경쟁이 아닌 프로가 된 자신들간의 경쟁이다. 지나치게 눈을 넓혀 그러한 재미를 잃고 있지는 않은가.

<케이팝스타>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오디션프로그램에 가해지던 모멸에 가까운 비판들을 지켜보며. 그리고 <케이팝스타>의 첫생방송이 끝나자 성급한 실망과 분노가 다시 <케이팝스타>에게로 향하려 하고 있었다. 그 또한 물론 프로그램을 즐기는 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본질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째서 오디션 프로그램이고, 왜 오디션프로그램을 보는가.

하나면 족하다. 그 하나를 통해 선택되어지는 한 사람이면 족하다. 그 과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여러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 하나에 몰입한다. 그 하나에 이입하여 본다. 처음부터 지켜봤다. 그들이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충분하지 않은가.

역시 너무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오디션 참가자들도, 하기는 <전국노래자랑>은 수십년을 이어왔음에도 여전히 전국방방곡곡에 숨은 실력자들을 찾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국노래자랑>도 결국은 하나다. 사실은 드라마도 하나씩만 봐야 하는데. 방송사들의 허튼 욕심일 것이다. 안타깝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