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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06 09:23

샐러리맨 초한지 "폭주하는 모가비, 몰락직전!"

유방의 사기와 최항우의 청혼, 클라이막스가 다가오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분명한 것은 유방(이범수 분)이 비록 공금횡령까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유령회사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모가비(김서형 분)가 백여치(정려원 분)의 재산을 빼돌리는 과정도 그래서 불법이다. 불법을 저질렀으니 불법으로 돌려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렇다면 어느 나라의 경우처럼 가족이 성폭행당했으면 가해자의 가족도 마주 성폭해야 하는 것일까?

분명 모가비는 악이다. 그녀는 사람을 죽였고, 유언장을 위조했으며, 백여치의 재산을 빼돌렸다. 공금을 횡령하고 불법으로 회사내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임직원을 감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모가비를 끌어내리기 위해 모의하는 유방과 백여치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은 어째서일까? 공금에 손을 댄 모가비도 문제지만 그러도록 유도한 장량(김일우 분) 역시 떳떳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모가비에게 손실을 끼치기 위해 그녀를 유인했다. 하기는 장량은 더 이상 천하그룹 사람이 아니다.

기업이 그야말로 사유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외할아버지가 세운 천하그룹을 되찾기 위해 백여치는 유령회사를 세워 천하그룹의 이익을 부당하게 빼앗고자 하는 유방의 계획에 동참한다. 백여치에게 천하그룹을 돌려주기 위해 유방과 장량은 모가비로 하여금 회사의 공금에 손을 대도록 유도한 뒤 의도적으로 손실을 입히고 있다. 모가비의 개인재산으로 그 손실분을 메꾸지 못하는 한 그것은 고스란히 천하그룹의 손해로 이어진다. 천하그룹이야 어떻게 되든 백여치가 경영권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상관없다. 내가 갖지 못할 것이면 차라리 망가뜨린다.

팽성실업에 대한 유방의 입장은 어떨까? 채권이란 지분이다. 팽성실업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는데 그만한 외부로부터의 자본참여가 있었다. 그렇다면 팽성실업은 유방 개인의 회사인가? 그래서 채권자들이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났다 여겨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채권자 자신의 권리로서 인정해주고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설사 그러한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 안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고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뒤 비싼값에 그 경영권을 팔아치우고 이익을 챙기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기업이란 어느 한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몇몇 개인이 전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지금 일하고 있는 창업멤버들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정년퇴직이든 어떤 형태로든 회사를 그만두고, 심지어 시간이 흘러 사람마저 남지 않게 되었을 때도 누군가는 회사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굳이 유방 자신이어야 할 필요도 없고 지금 일하고 있는 자신들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팽성실업을 지키려, 아니 팽성실업을 빼앗길 처지가 되니 유령회사를 만들어가며 사기까지 치려 한다. 팽성실업 대신 불법으로라도 천하그룹을 가지겠다. 빚까지 내어 도박이라는 또다른 불법까지 저지르며.

그야말로 대한민국 기업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기업과 경영자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사회의 일반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기는 유방 또한 이미 경영자다. 사주다. 처음에는 소시민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그는 하나의 기업을 세우고 경영한 사주이며 경영자다. 그의 사고는 오히려 그쪽에 더 가깝다. 천하그룹은 진시황의 외손녀인 백여치의 소유이며, 팽성실업 역시 회사를 세운 자신의 소유다. 그것은 법보다 더한 절대적 가치다. 어째서 많은 기업인들이 회사를 소유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가. 단지 규모만 작을 뿐이다.

아무튼 덕분에 모가비의 존재가 갈수록 가여워진다. 자수성가했으면 그는 이미 사장이다. 한 기업의 사주이며 경영자다. 그러나 모가비은 오랜 시간 진시황 회장의 비서로 있으며 오로지 비서의 신분으로 그들 경영자들과 만나고 있었다. 한 번 비서는 영원히 비서일 뿐이다. 하물며 여성이다. 백여치 자신도 말하고 있지 않던가. 모가비는 어디까지나 비서실장 모가비일 뿐이라고.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저 유명한 남성편력이 어린시절 그녀를 혹독하게 다루었던 어머니로부터의 억압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던가? 단 한 번도 똑바로 그녀를 바라봐주지 않던 어머니로 인해 그녀는 평생의 상처를 영혼에 아로새기게 되었다. 트라우마다. 열등감이다. 스스로를 불신하고 그래서 더욱 자신과 주위를 의심하며 어느새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만다. 모가비가 그렇다.

단 한 번도 그녀를 보아주지 않았던 진시황 회장과 그녀를 제멋대로 무시하고 모욕하던 회장의 외손녀 백여치, 그리고 지금도 그녀를 보아주지 않는 많은 사람들. 무엇보다 끝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부수고 만 그녀 자신이 가장 혐오스럽다.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더 크고 화려한 장식으로 자기를 가리고, 더 사치스럽고 호화스런 가면 뒤에 추레한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그러면서 의심한다. 다른 사람을 의심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주위를 마냥 의심하려 한다.

아마 그녀는 평생 그 누구도 믿지도 사랑하지도 못할 것이다. 믿을 자신도 사랑할 자신도 이미 부서져 사라졌으니. 최항우(정겨운 분)로부터 프로포즈받은 차우희(홍수현 분)에게 충고하듯 격을 말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내면에 패인 깊은 상흔을 본다. 그녀는 결국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그녀 자신이 그렇게 길들여져 있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녀 자신이다. 망설이고 주저하는 가운데서도 끝끝내 진시황 회장의 숨을 끊었던 그녀 자신이다.

굴복한 것이다. 지고 만 것이다. 자신에 대한 무시에. 자신에 대한 외면과 모욕에. 굴욕감에.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과시하고 싶었다. 그런데 틈이 보였다. 천하그룹의 총수 자리가 바로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그만한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여겼다. 인간은 악한 것이 아니다. 약한 것이다. 단지 그 유혹을 견뎌낼만한 이지와 용기를 가지지 못했기에 악으로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십수년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던 비서로서의 삶이 그녀를 약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사이 자기를 잃어버린다. 백여치는 아직도 비서로서의 그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마침내 최항우가 차우희에게 반지와 함께 청혼의 말을 건네고 말았다. 여전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필 기껏 머리를 써서 차우희더러 직접 반지를 찾아내게 하려 했는데 모가비가 그새 끼어들 것이 무엇인가. 쑥쓰러움에 짐짓 둘러댄 거짓말을 또 다시 차우희가 듣고 말았다. 하지만 역시나 남자 최항우가 직접 차우희를 찾아가 반지를 건넴으로써 오랜 엇갈림이 그 끝을 보이고 만다. 최항우의 청혼이 기쁘면서도 아닌 척 새침하게 돌아선 차우희가 자신의 거실에서 환호성을 지를 때 그것을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최항우의 모습은 얼마나 그림같은가. 로맨틱 코미디스럽게 참으로 멀리도 돌아왔다. 부디 행복하기를. 보는 사람이 다 즐겁다.

최항우가 모가비의 거짓말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다. 모가비에게 거리를 둔다. 자기와 인연이 있는 박범증(이기영 분)에게 모가비의 진심을 믿는다. 그는 모가비를 믿지 않는다. 언제부터일까? 어쩌면 반전을 위한 복선일지도 모르겠다. 최항우는 바보가 아니다. 최항우에게도 남모르게 감추고 있는 비밀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유방과는 상성이 좋지 않다.

어떻게 되려는가? 장량의 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유령회사를 만들어 부당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 결코 작은 잘못이 아닐 텐데. 모가비가 유령회사를 통해 백여치의 재산을 빼돌린 장면이 나오려면 유방도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은 같은 짓이다. 유방은 과연 무죄일까? 한국경제의 어두운 그늘을 보게 된다. 역설일 것이다. 블랙코미디다.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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