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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6.29 13:47

[권상집 칼럼] '미공개 정보 주식투자 혐의' 정용화, 뻔뻔한 시장 교란 행위

돈 욕심 없다던 정용화 그의 두 얼굴. 탐욕을 앞세워 시장을 흔들다

▲ 정용화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결론부터 얘기하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나쁜 죄질은 자본을 갖고 장난치는 이들이다. 미국 및 유럽과 같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된 나라에서 가장 형벌이 센 범죄도 바로 자본을 갖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이다. 쉽게 말하면, 시장 질서를 준수하지 않고 반칙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10대~20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 아이돌로 인정받고 있는 정용화의 이번 '미공개 정보 주식투자 혐의'는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그 동안 발생한 연예인 범죄는 주로 마약, 성추문 스캔들, 도박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상당수 연예인들이 돈을 벌면 성과 도박, 마약에 탐닉하다 자신이 쌓은 명예와 인기를 하루아침에 날려버렸다(물론 요즘은 기획사들의 막강한 힘과 자본으로 다시 재도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말이다). 정용화 사건처럼 미공개 정보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는 주로 재벌총수나 투기꾼들이 하는 짓이라서 연예계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주식시장에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는 그 자체로 심각한 불법행위이자 시장질서를 완전히 왜곡시키는 대표적 행위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매매하면 시장질서를 준수하면서 투자하는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씨앤블루로 범아시아 시장에서 활동하며 수십억의 소득을 버는 그가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 주식을 단기매매한 행위는 그 자체로 심각한 범법행위이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판 후, 대중과 언론의 지탄을 받은 게 불과 몇 달 전일이다. 10대 학생들 중 일부는 정용화 오빠 지키기에 나섰지만, 남들이 알지 못한 정보를 비밀리에 불법으로 취득한 후, 주식을 사고 판 행위는 수능 시험에서 미리 시험지를 유출해서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반칙보다 더한 짓이다. 더 쉽게 말하면, 해당 기업의 성과와 성장을 토대로 투자를 하는 수십, 수백만 개인투자자들의 뒷통수를 세게 강타한 것과 다름없다.

2015년 7월, FNC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그가 유재석이라는 거물급 연예인이 영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 만에 4억의 주식을 6억에 되팔았다. 일주일 만에 번 소득이 2억이다. 대기업 임원급에 해당되는 1년치 연봉을 그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하여 불과 7일만에 벌었다. 웬만한 메이저리그,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A급 선수의 주급에 해당되는 금액을 그는 그냥 앉은 자리에서 불법으로 얻었다. 이 정도면 거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도 울고 갈 정도의 재테크 전문가다.

물론, 정용화 그가 단독으로 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이미 FNC엔터테인먼트의 오너인 한성호 대표가 110만주 블록딜 형식의 매각으로 235억 차익을 올린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한다는 미명 아래 전국에 수 천개의 기획사가 있고 그 중에 100억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십여 개도 안되지만 그들이 올리는 연 매출보다 더 한참 부족한 건, 시장질서에 대한 기준과 경영자로서의 윤리의식, 스타로서의 도덕성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를 한탕주의로 생각하는 이들이 기획사를 운영하기에 이런 일들이 지금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 정용화는 일관되게 각종 연예 매체에서 ‘돈에 욕심이 없다. 저작권료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다.’라는 얘기를 했다. 돈에 얽매여 음악을 하면 안 된다는 그의 소신이 더 많은 청소년 팬들의 지지를 얻는데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저작권료에 대해 관심은 없지만 미공개정보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 많은 것 아니냐며 지금 네티즌들은 그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어두운 밀실에서 내부 정보를 통해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내부자들의 얼굴은 정용화의 두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젊은 세대가 부르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봤자 취업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한국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도 아니기에 이 땅에 희망이 없다는 젊은 세대의 불만을 자주 듣는다. 필자 역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하다. 피땀 흘리며 공부하는 이들, 시간을 쪼개가며 시급 7,000원 미만으로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은 전국에 수십만명인데 이들이 정작 가져가는 파이는 거의 없고 한성호, 정용화 같은 이가 대부분의 파이를 지금도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모 TV에서 패널들은 정용화의 비도덕적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냉엄한 비판을 가하며 ‘이 정도를 미국에서 저지르면 은퇴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무대에서 사라져야 한다’ 며 한 마디씩 이 사태에 대해 훈수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중은 모두 알고 있다. 막대한 파이를 가져간 이들이 자숙이라는 미명 아래 몇 년도 아닌 몇 개월만 잠수 타다가 다시 해외에서 활동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는 징역형 대신 집행유예를 받고 공익근무를 한 후, 조용히 해외 드라마나 쇼 프로를 통해 다시 등장하리라는 것을.

정용화의 내년 이맘때는 어떤 모습일까? 준엄한 단죄를 받는 대신 신나게 중국과 일본에서 노래를 부르며 투어를 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중국에서 TV드라마 주인공을 할지도 모른다. 정용화와 같은 세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고뇌, 고통을 일주일 만에 2억을 번 그가 알 리가 없다. 1년에 수십억을 버는 한성호 대표와 정용화가 또 다시 돈에 탐욕을 부리는데도 그들을 기다리는 건 단죄가 아니라 달콤한 단비일지 모른다는 불안. 이게 오늘날 헬조선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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