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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6.29 06:28

[김윤석의 드라마톡] 또 오해영 마지막회 "마지막 기습, 꿈에서 꿈으로 깨어나다"

두 달의 행복, 최고의 로맨스코미디

▲ 또 오해영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또 오해영. 박도경(에릭 분)처럼 필자 역시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이제 미래는, 아니 지금 시점에서 과거는 완전히 바뀌었다. 박도경은 차에 치이지 않았으며 당연히 죽어가고 있지도 않다. 이제는 그저 사랑하는 오해영(서현진 분)과 알콩달콩 단내 독하게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일만 남았다. 그러자는 마무리였다. 그를 위한 마지막회였다.

반전이었다. 그보다는 기습이었다. 설마 낮이었다. 오해영과 함께 방에서 나온 것이 6월이 지나서였다. 분명 박도경이 죽어가면서 보았던 것은 까만 밤하늘과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이었다. 옷차림도 달랐다. 하기는 밤이 낮으로 바뀌었는데 검은 옷이 밝은 옷으로 바뀌는 정도는 차라리 일관되다 보아야 좋았다. 

전혀 상관없이 시작되었던 경찰차의 추격씬이 숨가쁘게 교차하며 빠르게 박도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오해영을 기다리던 거리에 갑자기 꽃잎이 흩날리며 멀리 무언가 촬영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빌딩벽의 대형TV에서는 회상에서 보았던 가수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이미 사고가 일어나기도 전에 확신으로 바뀌었다. 박도경이 차에 치여 쓰러지는 순간이 현실이 아닌 듯 멍하게 스쳐지나고 있었다.

수미일관하여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박도경의 회상이었다. 자동차사고로 죽어가며 떠올리던 기억들이었다. 기억을 거슬러 현실을 바꾸었다. 회상으로 돌아가 기억을 바꿨는데 어느새 현실이 바뀌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회상에서 벗어나야 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과연 지금 보고 있는 모습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굳이 비관적으로 보자면 마지막 박도경과 오해영의 결혼식이야 말로 박도경이 죽어가면서 보았던 회상 아닌 바람이었을지 모른다. 박도경 없이 오해영 혼자서 꿈꾸는 이루지 못한 바람이었는지 모른다. 꿈에서 시작되었고 꿈으로 마무리됐다.

과거로 기억을 거슬러 현실을 바꾸었다는 것도 단지 박도경 자신의 착각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박도경이 죽어가면서 보았던 하늘은 검은 색이었다. 그러나 지금 박도경이 차에 치여 쓰러지면서 보았던 하늘은 밝은 파랑색이었다. 옷도 검은색이었는데 지금은 밝은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과연 과거로 기억을 거슬러 현실을 바꾼 결과 시간도 복장도 모두 바뀐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박도경의 회상이 잘못된 기억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과거의 회상에서 사고로 죽어가던 순간에도 박도경은 어쩌면 오해영과 사랑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떤 불안이, 그리고 미련이 그의 기억을 비틀어 잘못 떠올리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과거를 바꾸고 현실을 바꾸었다 여기고 싶은 것은 시청자 자신의, 아니 모든 후회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과거 자신이 무심코 지나쳤던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마침내 되돌릴 수 있었다. 잃을 수 있었던 가장 소중했던 것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진실이야 어찌되었든 박도경은 오해영이라는 소중한 사람을 붙잡을 수 있었다. 사랑할 수 있었다.

박도경이 응급수술을 받고 있는데 박도경이 회복되어 일어나는 것을 전제로 말싸움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안타까우면서 애처로웠다. 불안과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오히려 웃는다.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위해 짐짓 밝은 표정을 짓는다.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일어날 것이고 오해영과 결혼식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간절한 바람이다.

그래도 그런 노력들이 막막하게 수술실만 바라보던 오해영을 웃음짓게 만든다. 그런 모두의 마음이 기적을 일으켰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런 노력들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고는 한다. 우는 것은 먼 훗날이어도 된다.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지나가면 그때 슬퍼하면 된다. 일어날 사람은 어떻게든 일어난다. 마침내 그 사람이 일어났을 때 웃음으로 맞아주어야 한다. 그 사람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희망이다.

바뀐 기억속에서 박도경이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은 제발 오해영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후회가 아니었다. 미안함이 아니었다. 미련 또한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마저 이기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고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 자신이 살았던 이유다.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다. 살기 위해서다. 죽는 그 순간까지 죽음을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힘이다. 마침내 오해영이 박도경의 손을 잡고 박도경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아마 기적이 일어났다면 바로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두려움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오해영의 사랑이 자신은 물론 박도경까지 구원했다. 아니 한태진 역시 오해영의 사랑으로 인해 구원받았다. 또다른 오해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이유를 찾고, 핑계를 찾고, 그렇게 자기를 합리화하며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오해영만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며 드라마는 오해영을 위한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박도경이 죽어가면서 간절히 그렸던 것도 어쩌면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 너무나 소중한 빛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본능이었을 것이다. 박도경과의 결혼을 허락받으면서도 어린아이처럼 어머니에게 떼를 쓸 수 있는 그런 순수가 모두를 구원한다. 어린아이처럼 젖을 보채듯 죽음을 앞두고 박도경은 그녀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를 바란다.

오해영의 생떼에 못이겨 함께 박도경의 집으로 허락해주러 가던 길에 거꾸로 오해영의 부모에게 허락을 구하기 위해 찾아가던 박도경을 만나고 다시 서로 차를 마주보며 멀어지던 장면은 가장 가슴이 찡하던 명장면이었다. 

마주보면서도 보아주기를 바라고, 마주보면서도 눈은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마침내 좁은 길이 끝나고 서로의 차가 멀어지던 순간 엄마(김미경 분)의 고개라 오해영에게로 향한다. 더이상 험한 말로 싸울 수 없다.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가 얼굴을 마주보며 오해를 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하나의 사랑이 또 하나의 사랑과 멀어지게 한다. 멀어질 뿐 부모와 자식의 사랑은 항상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최근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로맨틱코미디의 걸작이었다. 단순히 로맨스물로만 보기에는 깊고 다양한 많은 이야기들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각각의 인물들이 범상치 않은 대사들과 함께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이런 사랑들을 하고 있구나. 이래서 사랑들을 하는구나. 사랑하며 사는구나. 남녀의 사랑이든, 부모의 사랑이든, 친구간의 우정이든. 꿈과 현실과 추억과 오해들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특히 주연을 맡은 서현진의 연기와 매력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아직 이를지 모르지만 2016년 방영한 드라마 가운데 단연 최고의 캐릭터이고 최고의 여배우였다.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드라마와 함께 훌쩍 시간은 계절을 넘어가고 있었다. 마치 이웃한 누군가 같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과 공감하고 있었다. 너무나 짧은 사랑이다. 단지 사람과의 사랑만 헤어짐이 아쉬운 것이 아니다. 쓸쓸한 것이 아니다. 상실을 벌써 대비해야 한다. 이제 드디어 끝났다. 벌써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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