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29 09:27

빛과 그림자 "거짓말 잘하는 것들은 죄다 빨갱이야!"

권력이 항상 정의로울 수 있는 이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권력이 정의로울 수 있는 이유다.

"거짓말 잘하는 것들은 죄다 빨갱이야!"
"걱정하지마, 죄다 불게 될 테니까!"

역시 예로 들게 되는 것이 다름아닌 네티즌일 것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네티즌은 바로 그 당사자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폭언을 퍼부어댄다. 악플을 단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당한 응징이라고 생각한다. 해명이나 변명은 그를 거스르는 또 하나의 기만일 뿐.

2010년 세상을 온통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타블로사태가 바로 그런 예였다. 단지 혐의만으로 그 가족까지 연좌로 걸어 폭력을 휘둘렀다. 언젠가는 불게 되리라. 언젠가 타블로는 자신들 앞에 진실을 말하리라. 그 이외의 답은 의미가 없었다. 강호동이 일찌감치 잠정은퇴를 선언하고 그들의 시야로부터 사라진 것은 얼마나 현명한 선택인가.

그게 권력이다. 권력이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실수를 저지르는 일도 없다. 권력은 항상 옳다. 설사 자신들이 생각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 밝혀지더라도 그것은 상대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지 내 책임이 아니다. 오해할 여지를 준 것이 잘못이다. 그것만도 대단히 양보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증오로 발전시키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대마초를 피웠는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그러한 혐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상대는 그러한 혐의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권력이 갖는 체면과 존엄이다. 그 과정에서의 폭력은 그를 위한 정당한 직무의 행사다. 과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권력에 의해 죄인이 아닌 죄인이 되어야 했었다.

그 불행하던 시절의 잔재란 얼마나 뿌리깊고 지독스러운가. 아직도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정작 대마초를 피운 적 없는 유채영(손담비 분)마저 단지 자신을 거슬렀다는 이유만으로 명단에 포함시켜 보복하려 드는 노상택(안길강 분)처럼. 법이란 권력의 의지에 달려 있고 그 의지는 자의적인 목적으로 움직인다. 노상택과 같은 이들이 그에 편승하려 든다. 소인배들이 날뛰던 시대다. 오히려 소인배이기에 더 성공할 수 있던 시절이기도 하다.

차수혁(이필모 분)이 마침내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양심에 난 상처는 이렇게 빨리 아문다. 빨리 아물고 그만큼 둔해진다. 과잉재생된 살들이 덕지덕지 상처 위에 붙어 더 이상 어떤 아픔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차라리 탓을 돌린다. 자신을 아프게 만든 탓이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여긴다.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그조차도 강기태(안재욱 분)이 먼저 선언한 것이다. 이유를 찾는다. 어째서 강기태의 아버지 강만식을 배반했어야 했는지. 어째서 강기태의 아버지 강만식을 배반하고 강기태를 기만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신의 아머지가 강만식에게 쫓겨난 기억이 조명국(이종원 분)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무고한 이들을 폭행하고 심지어 권총으로 위협하면서도 그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원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니 학생운동에도 가담했을 정도로 정의롭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되었을까? 시대의 아픔이다. 차라리 장철환(전광렬 분)이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더라면. 장철환과 엮이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돠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비록 지금과 같은 권력은 손에 넣지 못했을 테지만 그러나 양심에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이 안타까워 눈물은 흘렸을 테지만 아들이 부끄러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아들처럼 여겨주던 이와 형제와도 같던 친구를 잃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기는 그러니까 차수혁은 변하고 마는 것이다. 평범하니까. 사람이 정의롭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다. 올곧고 의로운 것은 그만큼 심지가 굳고 의지가 단단하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은 항상 한 시대에 소수만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대에 영합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차라리 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경멸하며 증오하던 더 많은 사람들처럼. 아마 지금 차수혁의 눈에는 자신이 꾸민 계획으로 인해 무고하게 피해를 입는 그 사람들이 그런 부류로 보이지 않았을까? 마치 무어라도 된 것 같다. 대단해진 자신의 증명이다.

아무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 바라고 있을 것이다. 단정한 외모와 바른 행동거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보편의 규범을 쫓는 사람들을. 욕망도 없고 충동도 없다. 권위에 대한 복종만이 있다. 물론 그 순간에도 권력은 궁정동 안가에서 향락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당장 김재욱(김병기 분)과 장철환이 자주 찾는 요정의 술값과 음식값만 해도 서민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일 것이다. 짧은 머리에, 긴 치마, 단정한 옷차림, 검소한 음식, 일상조차 엄숙하고 금욕적이다. 그것이 권력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왔고 어쩌면 살고 있을 것이다.

강기태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하필 이정혜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려는 순간 그를 향한 음모가 준비되고 있다. 시련이 필요하다.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드라마를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시련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성공은 내 일처럼 짜릿하다.

내내 보면서 불편하다. 이미 지나버린 역사가 아닌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그 영향 아래 살아가고 있다. 불의한 권력을 닮아가며, 그 무도한 폭력을 흉내내며, 그 정의로움을 동경하며. 그런 시절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다. 아마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역사의 큰 상처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