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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28 09:17

샐러리맨 초한지 "폭주하는 모가비와 그녀가 파멸하고 마는 이유"

모가비에 기만당한 최항우에 의해 항우와 유방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힘들게 성공한 이들이 너무나 쉽게 한순간에 무너지고 마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남들처럼, 혹은 남들 위에 서려 한다. 남들처럼 해서는 안된다. 더욱 억누르고 더욱 자제해야 한다. 성공만 하고 나면 모든 것은 보상받을 수 있다. 그게 문제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만큼 더 자유롭기를 바란다. 그동안 스스로 자재해왔던 만큼 이제는 보다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란다. 돈이 있고 권력이 있다. 누구도 자신에게 무어라 말하지 못한다. 그 순간에조차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다면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한 마디로 본전생각이 나고 만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한때 유럽을 석권했던 나폴레옹도 그렇게 무너졌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무척이나 금욕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금욕보다 프랑스의 황제가 주는 영광이 더 컸다. 아마 나폴레옹이 조금만 더 권력에 대해 절제할 수 있었다면 유럽의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기는 그래서 모가비(김서형 분)는 진시황 회장을 죽이고 있었던 것일 게다. 보상을 바랬다. 자신이 희생하는 만큼. 자기가 진시황 회장을 위해 헌신하는 만큼. 그를 위해 스스로를 억누르고 양보해 왔는데 그러나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진시황의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될 외손녀 백여치(정려원 분)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주제에 자신을 무시하려고만 든다. 그녀의 억눌렸던 욕망이 그 순간 폭발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거나 그녀는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천하그룹의 총수가 되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여기에서 사람의 크기가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그룹의 총수까지 되었으니 그에 대한 책임과 자신의 역량을 먼저 일깨운다. 혹은 천하그룹의 총수가 되기까지의 자신의 노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부터 받으려 한다. 역사상 간신이라 이름지어진 경우가 대개 후자였다. 겨우 힘들게 권력의 중심에 다가갈 기회를 손에 넣게 되었을 때 권력에 대한 책임부터 먼저 떠올리는가, 아니면 권력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떠올리는가. 모가비는 안타깝게도 후자였다. 오랜동안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그릇의 크기게 그에 맞춰지고 말았다.

실제 그런 경우가 있다. 자수성가하여 오히려 겨우 누리게 된 성공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고 마는 경우다. 스스로 억누르는 것은 좋다. 욕망과 충동을 자제하고 절제하는 것도 좋다. 그런데 그에 맞춰진다. 야심도 포부도 능력도 딱 그 수준에 머문다. 그런데 갑작스레 너무 큰 성공이 돌아왔으니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모가비 역시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하그룹의 총수라는 너무 무거운 자리에 앉아 버렸다. 그녀가 챙기고자 하는 본전에 비해 천하그룹의 총수란 너무 큰 자리였다.

그러면 백여치는 어떠할까?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의 어려움은 그녀에게 주어진 시련이다. 그녀가 장차 천하그룹의 총수가 되려 할 경우 천하그룹의 총수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와 책임을 먼저 깨달을 필요가 있다. 아니 무엇보다 과연 자신이 천하그룹의 총수로서 적합한 인물인가를 스스로 시험을 통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자격이 부족한데도 자리에 욕심내려 한다면 그녀나 모가비나 차이가 없다. 차라리 모가비는 그동안 비서실장으로서 보여온 실적이라도 있다.

유방(이범수 분)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그는 팽성실업이라는 중소기업을 이끌고 지금까지 상당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팽성실업을 이끄는 유방의 리더십이란 인정에 이끌리는 리더십이다. 얼굴도 모르는 수만의 임직원을 책임져야 할 때, 개인적인 인정이나 이해와는 전혀 상관없는 수많은 임원들을 상대해야 할 때 그는 얼마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겠는가. 팽성실업까지는 지금의 유방이 보여주는 인정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이 되면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나폴레옹을 망친 것도 그의 측근과 가족들이었다. 냉정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현재 주인공급 가운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 항우(정겨운 분)일 것이다. 다만 아쉽다면 실력도 있고 실적도 있는데 연륜이 부족하다. 연륜의 크기가 인간의 크기로 나타난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을 때 항우 또한 최고의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을 책임지고 이끌 수 있다. 천하그룹은 한 가지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전문기업이 아닌 말 그대로 재벌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능력보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준비가 필요하다.

아마도 장량(김일우 분)일까? 박범증(이기영 분)은 컴플렉스가 심하다. 그래서 컴플렉스가 때로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편협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참모로서는 적당히 조율할 수 있으면 쓸만한데 리더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아마 박범증이 총수가 된다면 천하그룹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아니면 박범증과의 타협을 통해 부정과 비리가 뿌리내릴 수 있다. 그에 비하면 한 번의 좌절이 장량의 그릇까지 키워준 듯 유방을 대하는 모습이 능수능란하다. 다만 아무리 회사를 그만두었더라도 회사의 기밀이라 할 수 있는 내용들을 공개하려 하는 모습은 책임감이 부족해 보인다.

비리의 경연장이다. 유방은 회사내에서 회사에 고용된 이가 업무시간을 이용해 개발한 직무발명의 결과를 상의없이 들고나와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있고, 장량은 과거 자신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쟁기업에서 빼돌린 기술을 자신과 관련한 유방의 입장을 위해 이용하려 하고 있다. 공익적 목적에서 하는 폭로가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위한 유용이다. 하기는 회장인 진시황부터가 자기 회사의 이익을 빼돌리려 하는데도 그것을 방치하고 투자까지 하고 있었으니. 천하그룹이 멀쩡히 돌아갈 수 있다는 자체야 말로 한국기업문화의 어두운 부분이 아닐까?

유방과 백여치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백여치야 처음부터 유방을 좋아했고 이제는 유방이 백여치에게 연민의 정을 사랑으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최항우와 차우희(홍수현 분)의 관계는 혼전양상이다. 조금씩 다가가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엇나가고 만다. 최항우도 진심어린 사랑에는 서툴고 차우희도 현실의 어려움으로 인한 자격지심이 있다. 딱 엇나가기 좋은 상황이다. 이제는 최항우와 차우희의 관계만 눈여겨 보면 되는 것일까? 하여튼 볼수록 귀여운 커플일 것이다. 최항우와 차우희만이 드라마를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

대본을 막 쓰는 듯한 느낌이 있다. 모티브를 초한지에서 가져온 것은 좋은데 드라마 자체가 초한지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사회에는 현대사회에 맞는 가치와 양식이 있다. 기업은 결코 전근대사회의 전제적인 국가가 아니다. 사람들 역시 전근대의 봉건적 질서에 묶여 있지 않다. 천하그룹과 팽성실업, 특히 항우와 유방의 관계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지 않은가. 제목이 초한지여도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주욱 느껴오던 불만이다. 전근대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웅물이었다면 거부감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과연 언제까지 모가비가 항우를 품을 수 있을 것인가가 지금으로서는 관건이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박범증을 자기 사람으로 끌어안고 갈 수 있겠는가. 전근대란 인정에 이끌리는 사회였다. 물론 지금도 그런 경향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공식화된 제도와 규범에 의해 운영되는 합리적인 구조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모가비와 항우의 개인적인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지금으로서는 최항량과의 관계에 대한 기만과 오해가 두 사람을 엮어주고 있다. 하지만 모가비는 박범증조차 끌어안지 못한다.

또 한 번의 항우와 유방의 싸움이다. 이미 항우에게는 천하그룹에 대한 미련이 그다지 없는 것 같고, 과연 유방이 백여치와 함께 천하그룹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일단 드라마는 천하그룹을 진시황과 백여치의 소유로 전제하고 있다. 해피엔딩일까? 모른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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