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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6.06.17 20:26

[권상집 칼럼] 박유천의 판타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박유천 주연, 박유천 기획이 빚어낸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

▲ 박유천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2004년 가요계에 데뷔한 동방신기의 인기, 실로 대단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작품 중 역대 가장 성공한 아이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4월 장수덕 한남대 교수가 기업경영학술지에 게재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협쟁의 동기’ 논문에 따르면 동방신기는 아시아 그룹 및 남성 가수 최초로 오리콘 위클리차트 1위를 달성했고, 2008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가수로,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연예인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10년 전, 동방신기는 SM에 1,000억 가까운 매출을 올려주는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그 당시 믹키유천은 자신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추락할 것을 알았을까? 인터넷은 그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강인의 음주운전과 유상무의 성폭행 사건을 완전히 덮어버렸고, 조영남의 미술 작품 관행 논란까지 한숨에 잠재웠다. 일각에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의혹을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박유천의 성폭행 사건이 부각되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걸 보면 여전히 동방신기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생산해내는 기사 가치는 그 방향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대단한 파급력이 있다.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상대한 유흥업소 여성의 신고로 언론에 부각된 성폭행 사건은 이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2의 여성이 등장했고 급기야 제3의 여성이 등장하며 연이은 찌라시성 추측을 낳게 했다. 과연, 첫번째 피해자라고 알려진 그 여성은 왜 고소를 취하했으며, 두 번째, 세 번째 피해자들은 왜 다시 이 사건을 부각시켰는지에 대한 추측은 급기야 다양한 소문으로 증폭되어 현재 확산 중이다. 다만, 세 명 모두 화장실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점에서 박유천의 이미지 하락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연예인들의 도적적 해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로맨틱이라는 키워드로 역대급 비난을 받았던 이병헌 사건이 불과 2년 전이며, 김현중과 전 여자친구의 막장 대립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도 지난해 8월이다. 사실, 박유천 사건으로 많은 사건들이 묻혀서 그렇지 연기자 김세아와 회계법인 대표의 이상한 관계, 가수 이정의 음주운전 적발, 개그맨 유상무의 성폭행 논란, 일부 여성 연예인의 성접대 사건, 조영남의 미술 관행 논란까지 올해 부쩍 공인이라고 불리는 연예인들의 부도덕한 사건이 연일 TV를 강타했다.

경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수많은 젊은 청소년들이 탈출구로 자신의 목표 또는 선망하는 직업을 연예인으로 꼽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영토를 벗어나 범아시아로 관심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그렇기에 박유천 사건만 해도 가벼운 국내 연예계 이슈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한류라는 국가 차원의 콘텐츠 산업 성장에 찬물을 끼치는 해악 중의 해악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도 수 천명, 아니 족히 말해 영세한 기획사까지 합치면 수 만명의 연습생이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댄스와 보컬 트레이닝을 혹독하게 시키다 보니 확실히 과거 데뷔하던 그룹들에 비해 최근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그룹의 실력이 월등히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높아진 실력에 비해 인성 교육이 부재하다 보니 자신들의 명예와 부가 온전히 자신들의 역량과 실력으로 얻은 것이라는 판타지 도착증에 걸린 연예인들이 많다. 박유천 사건이 불거진 이때 마음 졸이고 조마 조마하는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닐 거라는 게 연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중론이다.

JYJ 팬클럽의 결속력은 웬만한 연예인 팬클럽과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JYJ를 아끼는 팬들조차 박유천에게 등을 돌렸다. 팬으로서 덮어주기에는 이번 사건은 워낙 치명적이고 워낙 몰상식적이고 워낙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기를 등에 업고 폭주기관차처럼 본능에 의해 질주한 박유천의 행동을 대중이 감싸고 덮어주기엔 그 정도와 크기가 너무 크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박유천이 왜 특정 장소인 화장실에서 이런 행위를 했는지에 관해 사회심리학자들의 분석과 논평까지 인용하고 있다. 단순 성폭행이라고 보기엔 그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여성을 상대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도 기괴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 명의 피해자 뒤에 얼마나 말 못할 피해자들이 추가로 더 있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지 않고 소속사 씨제스를 통해 은퇴라는 초강수까지 두며 강경하게 맞서는 그의 모습은 대중에게 더 큰 분노를 유발할 뿐이다. 그리고 그의 은퇴가 초강수인지도 필자는 잘 모르겠다. 이미 대중은 그의 은퇴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폭행 사건으로 큰 이슈가 안되었지만 공익근무로 근무하면서 군복무 기간의 4분의 1가량을 그가 연가, 병가로 보냈다는 사실은 또 한번 많은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씨제스는 지금 허위사실 유포 및 네티즌들의 악의적 게시물과 댓글 행위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재차 강경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사건의 당사자인 박유천과 그의 소속사 씨제스가 모든 국민, 아니 적어도 그를 아꼈던 팬들 앞에 고개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지금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할 입장은 박유천이 아니라 대중이다. 사과와 용서가 아닌 강경 모드로 나선 씨제스와 박유천은 지금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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