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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김준, 통속적이지만 비장하다!"
역사 없는 판타지 드라마에 적응해가다. 익숙해지다.
2012년 02월 27일 (월) 0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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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액션물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싸움실력?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 아니면 매력적인 외모? 스스로 주인공인가 확인하고 싶으면 한 가지만 시험해 보면 된다. 칼로 자신의 급소를 직접 찔러 본다. 주인공이면 살 것이고 아니라면 죽을 것이다. 맷집이다.

엑스트라라면 심지어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몸은 이미 저만치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조금 비중이 있다면 직접 상대의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이 나올 것이고, 비중이 더 높아진다면 몇 번 정도는 공격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라면 죽을 공격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살아난다. 엑스트라들은 총알이 날아가기도 전에 쓰러지는데 주인공은 몸이 벌집이 되었어도 살아있다. 바로 드라마 <무신>에서의 김준(김주혁 분)처럼. 그는 결코 죽지도 쓰러지지도 않는다.

분명 지난회에서 최향(정성모 분)쪽 청군진영의 장사의 공격에 최우(정보석 분) 쪽 홍군진영의 무사 하나가 대번에 경기장 벽까지 날아가 부딪혀 뒹굴고 말았었다. 단 한 방이었다.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무사들은 거의 한 방에 나가떨어져 바닥을 뒹굴거나 심지어 죽는다. 그러나 김준은 다르다. 몇 번이나 정통으로 몸을 얻어맞으면서도 끝끝내 말 위에서 버티고 있더니만 한 순간에 사람이 달라진 듯 종횡무진 누비며 상대를 쓰러뜨린다. 주인공은 결코 죽지 않는다.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더라도 오히려 그것으로 더 큰 힘을 내어 적을 쓰러뜨리기도 한다. 과연 주인공일 것이다.

하기는 지난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말위에서 떨어졌다. 그것도 상대편에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 말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운인지 실력인지 김준의 장시가 말의 등자에 걸렸고 한참을 끌려가는데도 상대의 공격은 단 하나도 그에게 적중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한 팔로 겨우 위태위태하게 끌려가다가 한 순간에 몸을 날려 말 안장에 몸을 싣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생략되어 있었다. 주인공이라고 그 순간 기적이라도 일어났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차라리 무술이라기보다는 도술에 가깝다. 이적이었다. 새삼 드라마가 판타지임을 확인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허벅지에 상처를 입었다. 그것도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다. 당시의 의료수준으로는 피를 멈추고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전장에서 상처를 입으면 상처도 상처지만 그로 인한 출혈과 감염에 의해 쇼크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수혈이란 자체가 없던 시대에 피를 그만큼 흘리고 감염으로 인해 열까지 저리 오르고 있는데 단 하룻만에 아무일 없다는 듯 말위에 오르고 있었다. 오히려 말위에 올라 모든 상처가 나아버린 것처럼 날아다니고 있다. 주인공이 아니면 불가능한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비천한 노비출신이었다. 최씨일족의 노비 출신으로 장차 최우의 총애를 받아 무려 그의 후계자인 최항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했다. 최항의 뒤를 이은 최의에 대해서는 그를 제거하고 60년 최씨정권의 막을 내리고 있었다. 도망친 노비의 자손으로 더없이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기에 그를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비천한 노비에서 최씨정권의 뒤를 이어 고려의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로 우뚝서게 되리라는 것을 김준의 굳은 의지와 단호한 용기로써 벌써부터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김준이란 그런 자리에 오르기에 충분한 실력과 동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실제의 김준과는 전혀 다른 드라마 속의 김준이다. 실제의 역사속의 김준은 이 무렵 김인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드라마속의 절박함이나 치열함보다는 대범함과 호방함으로 더 인정받던 인물이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여 집안에 재물이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할 정도이니 최우가 자신의 첩과 사통까지 한 그를 용서하고 마는 것이 그의 무사로서의 실력을 높이 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폭넓게 사람을 사귀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그의 성품과 친화력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간절하게 목소리를 높여 애원하며 살기까지 풀풀 풍기는 드라마속의 김준과는 전혀 다르다. 드라마가 판타지인 이유다.

아무튼 그래서 복선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 충령사에 있을 때 수법(강신일 분)에 의해 무려 20일동안 10만배를 했었다고 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니 오색광채가 천지를 뒤덮고 그 가운데 부처를 보았다. 현대스포츠에서도 곧잘 나타나는 런너스 하이(runner's high)와 비슷한 현상일 것이다. 과도한 운동으로 말미암은 산소결핍과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분비되는 뇌내마약으로 인하 환각에 이르는 것이다. 부상을 입은 채로도 계속 달리려는 것을 런너스 니이(runner's knee)라고 하는데 김준의 상태와 비슷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상당한 양의 피를 흘린 실혈상태에서도 그와 같은 운동능력으로 이어지는가. 아무리 고통을 잊게 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해도 이미 잃어버린 신체능력까지 되살려주지는 않는다. 더 강화시키는 것은 더욱 무리다. 하지만 판타지니까. 판타지이기에 그런 세세한 고증은 따지지 않는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가운데 김준은 부처를 보았고 그때처럼 고통을 잃고 힘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최악의 어려움속에서도 승리하여 주인공으로서의 자신을 증명할 수 있었다. 비천한 노비에서 승자로써 최우 앞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최향에게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던 상황에서 비로소 김준으로 인해 격구에서 이길 수 있었고 최향에게 반격을 가할 실마리도 잡았다. 최우가 김준을 눈여겨보는 이유가 된다. 이만하면 최우의 눈에 들어 최우의 첩과 사통을 했어도 용서받을 정도가 된다. 그만한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조차 그는 목숨을 걸고 최우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TV로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의 반응도 이리 화끈한데 당사자인 최우의 입장에서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최우의 딸 송이(김규리 분)와의 관계도 이로써 정립된다. 이만해야 송이도 노비인 김준에게 마음을 줄 것이다. 부처의 자비를 쫓던 승려에서 사람을 죽이는 무사로 거듭나는 과정으로서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고증의 문제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격구에 대해 말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 이야기는 많이 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뇌내마약으로 인한 진통과 환각의 효과가 대단하다 하더라도 저와 같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이를 하룻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더 날뛸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가능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한 마디로 통속적이다.

결국은 통속적이라는 말의 뜻일 것이다. 통속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여러차례 반복되어 쓰이고 있음에도 매번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결과를 내놓는다는 뜻일 것이다. 분명 뻔하고 진부해서 지겨운데 그럼에도 또 매번 보면 재미있다. 역시 액션물의 주인공이라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치명적인 상처도 입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의지로써 그 상처를 딛고 적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을 상처를 입어야 하는 것이고, 치명적일수록 더욱 주위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싸움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을 위한 시련이다. 주인공을 위한 증명이다. 다만 맞는 것이 너무 길었던 탓에 어느새 집중력을 잃고 지겨워하게 된 것이 필자에게도 시련이었다. 피곤했다.

승통 수기(오영수 분)의 대사가 흥미롭다. 지나치게 객관적이다. 마치 어딘가 교육비디오를 보는 듯 설명조로 이루어져 있다. 대장경이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심지어 대장경의 첫머리에 어떤 경전이 나오고, 모두 몇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쇄본의 글자체며 먹색, 종이의 질에 대해서까지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의 행이 모두 25행이라고 한다. 과연 수기법사가 당시 사람이라고 했을 때 제자들에게 대장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런 식으로 말했을까?

그나마 드라마에 몰입하다가도 몰입이 깨지는 부분일 것이다. 객관적이 된다는 것은 대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선다는 것을 뜻한다. 드라마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 그것은 드라마가 된다.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현재 나 자신의 이야기로써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설명조의 대사가 많다는 것은 그런 문제를 갖는다. 그럼에도 설명조가 많은 것은 자신의 드라마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확신이 없으니 자꾸 설명을 하려 들고 그런 가운데 드라마는 당시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TV를 통해 보는 드라마가 된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다. 최충헌(주현 분)의 대사들도 그래서 많은 부분이 설명조다. 나레이션을 최우와 최충헌이 대신한다.

수기와 수법 외에 한결같이 승려들이 입고 있는 회색 승복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고려도경>에 보면 고려의 승려들은 자색 승복을 입었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원래는 검은색 승복이었다. 일본의 승복과 같다. 헌옷이나 버린 천 따위를 모아 가장 값싼 먹물로 물들여 입던 것에서 유래했다. 그것이 고려에 들어 보다 고급스러운 자색으로 발전했고 조선에서는 물빠진 회색이 되었다. 아직 고려 중기이니 승통이라면 자색 승복을 입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물론 <무신>의 배경은 고려가 아니다. 고려의 이름만 빈 다른 시대 다른 나라다.

몽골이 국경을 넘어 고려의 영토로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도, 원래는 몽골군 1만에 동진군 2만이다. 동진은 금에서 떨어져나온 나라로 당시 몽골에 복속하고 있었다. 더구나 당시 고려 조정은 아직 거란군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탓에 몽골군과 동진군이 진격해 들어온 북쪽 변경에 대해 아무런 통제력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고려조정이 몽골군과 처음으로 접촉한 것은 몽골군이 거란군을 강동성으로 몰아넣고 추위로 인해 보급로가 막히면서 고려군에 지원을 요청하면서부터였다.

드라마에서처럼 고려군이 능동적으로 앞으로 나서서 몽골군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일따위 없었다. 도방이 주도적으로 나선 정황도 없었다. 몽골군이 주도했고 고려는 단지 끌려다니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듯 최씨정권은 거란이든 몽골이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격구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정작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사병을 제외한 고려의 국방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몽골과 갈라서고 서로 대립하게 되는 것도 강동성전투가 끝나고 형제지약을 맺고 나서 무려 15년이나 지난 뒤였다. 최충헌이 그 15년, 아니 1년 뒤에나 강동성 전투가 끝이 나니 16년 뒤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금과의 관계에서도 형제의 나라가 되었지만 더 이상의 내정간섭은 없었다. 몽골이 크게 일어나고 있고 그 속을 알지 못하는 것은 있지만 금이나 이제까지의 사대의 예로 보아서 굳이 최충헌이 몽골을 그런 식으로 의식할 까닭이 없다. 하긴 그것이 원래 최우가 몽골에 항전하기로 결심한 이유였다. 내정간섭이야 상관없는데 최씨정권의 기득권을 흔들려 한다는 것. 조만간 지켜보고 있으면 최우가 대몽항쟁을 결심하는 이유가 나올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다.

하여튼 덕분에 거란이 아직 물러나지 않고 몽골마저 동진국과 함께 국경을 넘는 상황에서도 격구나 열고 있는 최씨정권을 너무 미화하고 있다. 아니 미화라기보다는 그것이 미화로 보일 정도로 정상이 아니었다는 뜻일 것이다. 안전한 후방에서 격구나 즐기면서 나라의 일을 논한다. 이보다 더 큰 모순이 어디 있을까. 조충과 김취려의 역할이 안쓰러울 정도다.

어쨌거나 결국은 드라마라는 것일 게다. '역사'드라마가 아니다. 역사'드라마'다. 역사는 단지 모티브일 뿐. 사실관계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드라마로서의 재미만을 추구한다. 통속적이란 것은 그 재미를 위한 가장 쉬운 지름길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통했다. 그래서 사람들도 본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본다.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만족도는 높다.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드라마로서만 보려 노력한다. 이것은 고려가 아니다. 한반도에서 있었던 역사가 아니다. 김준조차 김준이 아니다. 김인준이 아닌 김준이 되는 순간 그는 실제와는 다른 별개의 드라마속 캐릭터가 된다. 고증이란 의미가 없다. 개연성이란 필요없다. 익숙해진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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