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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저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이더냐?"
사람의 목숨을 쾌락의 수단으로 삼는 고려를 과연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2012년 02월 26일 (일) 0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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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저게 바로 우리 고려의 무인정신이야, 상대를 반드시 죽여야 내가 산다는 것!"
"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저런 정신으로 저 드넓은 요동벌판을 휩쓸고 다녔지!"

만일 드라마의 의도가 필자로 하여금 우리역사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대성공이었다 할 수 있다. 심지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저런 고려였으니 망하는 것도 당연하다. 드라마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렇게 다행스러울 수 없었다.

대체로 문명이 발달할수록 생명의 고귀함도 함께 깨달아간다. 천부인권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유의 결과가 아니다.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당장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최씨정권에서만 하더라도 격구장에서 죽어가는 그들이야 말로 고려를 지키고 최씨정권을 지켜야 할 소중한 자원들이 아닌가 말이다.

로마의 경우는 그나마 죄수나 노예를 데려다가 원형경기장에 세웠다. 죄를 지은데 따른 징벌이었고 당시 로마의 노예 가운데는 전쟁포로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로마사회를 유지하는데 있어 그다지 필요치 않은 잉여인력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로마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노예들은 따로 예우하여 부렸다. 그럼에도 당시 로마의 원형경기장은 야만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아니 그런 로마에서조차 노예들의 검투를 보며 로마인의 기상을 말하지는 않았다.

당장 거란이 압록강을 건너와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이었다. 전황이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거란군이 철원까지 밀고 내려왔고 장차 개경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 한 사람의 병사가, 그것도 기병이 주력인 거란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말을 탈 줄 아는 기병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에서 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보며 환호한다.

최충헌(주현 분)은 그럴 수 있다 하겠다. 그는 반역자다. 이의민을 죽이고 권좌에 올랐고, 그 권좌를 지키기 위해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던 친동생 최충수와 외조카 박진재마저 죽이고 있었다. 그에 의해 쫓겨난 왕만 명종과 신종, 희종 셋이나 된다. 드라마에서도 자신을 죽이겠다 나선 승려 800여 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있었다. 최우(정보석 분)와 최향(정성모 분)은 그들의 자식이다. 거란군이 개경을 노리고 사납게 밀고 내려오고 있는 상황에 여전히 사병을 거느리고 후방에서 안전하게 격구대회나 얼고 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고려의 백성들은 다르다. 아니 심지어 그 가운데는 불교의 승려들마저 있었다. 당시 불교가 얼마나 타락해 있는가. 술을 마시는 정도야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불교에서 술을 금하는 것은 술을 마시면 정신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해탈을 위해서는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하며 부단히 정진해야 하는데 술은 그것을 방해한다. 굳이 해탈에 뜻이 없다면야 술 정도는 마실 수 있다.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허용하는 종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다르다.

물론 사명대사도 나라가 위란에 처하자 기꺼이 몸을 일으켜 창칼을 들었다. 윤관이 여진을 정벌할 때도 항마군이라 하여 승려들이 동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설사 출가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나라와 그 구성원들을 외면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이 죽고 죽이는 것을 보며 환호하는 것은 전혀 경우가 다르다 할 것이다. 아무리 불교가 타락했어도 사람의 죽음을 단지 쾌락의 대상으로서만 여기다니.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승려다운 인물이 그런 점에서 수법(강신일 분)이라 할 것이다. 그조차도 맨정신으로는 견디지 못해 끝내 파계하고 술을 마시고 만다. 당장 옆에 중이라고 머리 깎고 승복까지 갖춰입은 김윤후(박해수 분)와 홍지(박동빈 분)조차 사람이 죽는 것을 보며 좋아라 환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무상 김준(김주혁 분)이 다쳤을 때는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면 죽든 살든 한 순간의 유흥거리에 불과하다. 그것이 수법으로 하여금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당시 고려의 현실이었을 것이다.

"저게 어디 개백정들이나 하는 짓이지 사람이 할 짓이더냐. 인간들이 어찌 저런 것을 보고 소리치고 즐거워한단 말인가? 부처님이 참으로 슬퍼하시겠구나."

김윤후는 절대 출가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결코 불법에는 관심이 없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김준을 보고서도 그는 수법과는 달리 그런 김준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그저 그가 보인 뛰어난 무예실력에만 관심을 둔다. 어쩌면 김윤후란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한 것이 아니라 사찰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무력을 갖고자 그를 출가시킨 것이 아닐까. 가짜중이다. 실제 역사속의 김윤후는 어떨지 몰라도 판타지에 불과한 <무신>의 김윤후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며 즐기는 가짜중에 불과하다. 이 얼마나 잔인한 모욕인가.

하긴 사실 그보다 더 화나는 것은 따로 있다. 상업드라마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말초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당연하다. 대중의 욕망과 추구에 봉사하여 그를 충족하는 상업드라마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다만 그럼에도 굳이 저와 같은 잔인한 폭력을 통해서만 그런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성의의 문제다. 노력의 문제다. 과연 다른 가능성은 없었는가.

"태조도 또한 그 선발(選拔)에 참여하여 공을 운행할 때에, 말을 달림이 너무 빨라서 벌써 수양(垂揚)이 되었는지라, 공이 문득 돌에 부딪쳐 놀라 거꾸로 달아[逆走]나 말의 네 발 뒤로 나왔다. 태조는 즉시 위를 쳐다보고 누워 몸을 돌려서 말 꼬리에 부딪쳐 공을 치니, 공이 도로 말 앞 두 발 사이로 나오므로, 다시 쳐서 문밖으로 나가게 하니, 그때 사람이 이를 방미(防尾)라 하였다. 또 공을 운행해 칠 때는 또한 벌써 수양(垂揚)이 되어 공이 다리 기둥[橋柱]에 부딪쳐 말의 왼쪽에 나가므로, 태조는 오른쪽 등자를 벗고 몸을 뒤집어 쳐서 이를 맞히고, 다시 쳐서 문밖으로 나가게 하니, 그 때 사람이 이를 횡방(橫防)이라 하였다."(출전=조선왕조실록http://sillok.history.go.kr/)

조선왕조실록 태조조의 기사다. 고려후기 격구의 장면을 사실감있게 잘 묘사하고 있다.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격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언가 더 화려하고 멋지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전쟁으로 인해 단절되었던 국교가 다시 이어지면서 조선조정은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바로 이 통신사와 함께 거의 반드시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 다름아닌 마상재를 하던 마재인들이었다. 일본과의 교류 과정에서 몇 차례 선보이면서 그에 반한 일본인들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통신사 일행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무로써 한때 조선을 유린한 바 있던 일본이었지만 조선만의 뛰어난 마상기예 앞에서는 그저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격구란 바로 이 마상재의 하나였다. 마상재의 여러 과목 가운데 하나로써 치러지고 있었고, 또한 어떤 이들은 마상재가 고려에서 행해지던 격구에서 나온 것이라 말하기도 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고려말에 행해지던 격구의 모습에서 보듯 결국은 얼마나 말을 자기 몸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그리고 그를 위해 연습하고 훈련하는 종목이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다. 말을 타고 채를 휘둘러 상대를 쓰러뜨리기보다 말 위에서 온갖 기기묘묘한 재주를 부리는 쪽이 얼마나 화려하고 멋스럽겠는가 말이다. 말과 한 몸이 되어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며 그런 가운데 어느새 공을 때려 상대의 문에 넣게 딘다. 원래는 공도 말뚝 위에 멋없게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기생이 공을 들고 나와 멋드러지게 창을 하고 한가운데 던지도록 되어 있었다. 고려와 고려인들의 멋이었던 셈이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에 환호하는 야만적인 잔인성을 지닌 고려인이 아닌 진정 말을 타고 기예를 펼치는 것을 즐길 줄 아는 고려인이었다. 멋과 풍류를 아는 고려인들이었다.

김윤후만이 아니다. 도대체 고려인들에 대해 어디까지 모욕하려 하는 것인가. 바로 그 고려인들이 우리의 조상일 것이다. 그 고려에서 이어진 것이 지금의 우리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 고려가 저리도 야만스러웠다. 무지하고 잔인했다. 당장 거란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도 소중한 자원들을 죽고 죽이는 싸움에 내몰아 환호하며 소모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 대상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노예'만 되었어도 어느 정도 납득은 못해도 이해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예는 사람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조차도 아니었다. 그만한 기량이 있는 이들을 그렇게 낭비하고 만다. 고려에 과연 미래란 있을까?

판타지로 생각하고 보면 편하다. 아니 그렇게 보아야 납득할 수 있다. 역사드라마가 아니다. 단지 고려라고 하는 시대와 그 시대 사람들의 이름만 빌리고 있을 뿐 드라마는 철저히 허구의 시간과 허구의 공간, 허구의 인물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해를 품은 달>은 그나마 허구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되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실재했던 조선에 기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신>은 공간조차 고려가 아닌 고려의 이름을 빈 어는 곳이다. 실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슬플 것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역사와는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다.

따뜻한 소주에 이어 이번엔 백자가 나오고 있다. 당시 백자는 오로지 중국에서밖에는 만들지 못하는 최첨단기술의 산물이었다. 오죽하면 청자는 만드는데 백자를 만들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백토를 발라 분청사기를 만들어 쓰고 있었겠는가. 겉과 속이 모두 하얀 백자는 조선 이후에나 우리역사에 등장하고 있었다. 설마 노예에게 음식을 주는데 그 그릇을 중국에서 수입한 백자로 썼을까? 아마도 백자에 비해 청자가 더 훌륭하고 대단하다고 하는 편견의 산물일 것이다. 어쩐지 청자 하면 귀족이 썼을 것 같고 백자는 평민들이 썼을 것 같다. 조선 이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기는 음양사 최산보의 책상에 놓인 수정구도 오파츠이기는 마찬가지다. 완벽한 구를 이루는 것도 대단한데 그 안에 또다른 구가 있어 무늬까지 그려져 있다. 진짜 음양술을 하는 음양사인 모양이다. 아니면 역시나 판타지라서 시대구분없이 아무것이나 나오는 것이거나. 원래 부적은 수탉의 피에 주사를 섞어서 쓰는데 씨암탉의 피를 쓴다는 점도 신기하다. 소주와 백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격구도 고려의 격구가 아니다. 역사드라마란 단지 페이크에 불가하다.

아무튼 모두의 미움을 받는 찬간지기 난장(고수희 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필자였어도 화가 났을 것이다. 그래도 찬간지기라고 할 일도 많고 책임도 적지 않은데 노비라고 하나 들어온 것이 일은 않고 항상 딴짓에 한눈이다. 모두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손놓고 격구를 구경하고 있지 않나, 더구나 웃어른들이 그리 하란다고 떡하니 상석에서 격구를 구경하고 있다. 굳이 노비가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렇게 한다면 한소리씩 듣지 않을까. 구타가 아직 남아있던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저 정도면 군대에서도 구타사유에 들어갔었다.

난장이 악역이어서라기보다는 월아(홍아름 분)가 너무 눈치없다. 정작 김준에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말하면서 여전히 주방에서 혼자 겉돌고 있다. 간난(조은숙 분)의 도움이 없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못한다. 어린아이와 같다. 절아랫마을에 살면서 사람들이 너무 오냐오냐 곱게만 길렀다. 난장의 폭언과 폭행에 길들여져야 한다. 그래서 노비 생활도 제대로 한다. 다른 곳도 아닌 최씨정권의 핵심 도방에서 노비로 있지만 그만한 눈치는 가져야 한다. 월아의 캐릭터도 문제다. 너무 답답하다.

항상 느끼는 것이다. 어쩌면 홈페이지는 하나의 역설적 의미가 아니었을까. 최씨정권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듯하면서 그러나 실상은 최씨정권의 이면의 모순을 보여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정의사회를 구현하겠다면서도 오히려 더 많은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던 과거의 군사독재정권처럼. 불의한 권력이 말하는 정의란 얼마나 모순되는가. 얼마나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가.

아직은 과정에 있다. 온전히 고려로부터도, 고려의 역사로부터도 자유로워지기 위한. 역사드라마란 페이크다. 역사의 이름을 빈 판타지에 불과하다. 모든 것은 철저히 허구로 이루어진다. 드라마일 뿐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고려라는 이름이 필자를 자꾸 유혹한다. 힘들다. 고려가 부끄럽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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