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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25 08:31

위대한 탄생2 "발군의 이선희조 배수정 구자명, 전은진이 위태롭다!"

오랜 오디션으로 인한 참가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보인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실 어지간한 가수도 새로운 곡을 받아서 일주일만에 연습까지 마치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란 그다지 없다. <나는 가수다>는 매우 특별한 경우였다. 그조차도 데뷔후 최소 수 년 동안 여러 장의 앨범을 내고 수없이 많은 무대에 섰던 베테랑조차 그 타이트한 일정을 버거워하고 있었다.

하기는 <나는 가수다>의 경우에도 그나마 덕분에 한 라운두 두 차례의 경연 가운데 한 번은 2주에 나눠 진행되고 있었다. 한 주짜리 첫번째 경연은 가수 자신이 부르고 싶어하는 곡을, 2주짜리 두번째 경연에서는 원래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아 그 가운데서 선택해서 부르도록 되어 있었다 그만큼 힘들다. 하물며 아직 데뷔하지도 못한 아마추어들이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것이었다.

편곡이야 미리 나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편곡이 나온 것을 받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무가 있으면 안무도 연습해야 한다. 퍼포먼스가 있다면 퍼포먼스의 동선을 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연기도 해야 한다. 더구나 생방송에 오면 참가자들은 합숙소생활을 시작한다. 외부로부터 단절된 채 오로지 음악만을 생각하며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쉽지 않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처음이야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는 생각에 마냥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생소할 것이다. 꿈이기는 하지만 그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집중한 만큼 빠르게 소진되고 만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지친다. 마음이 지치면 다짐도 흐트러진다. 결국 누가 얼마나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가. 누가 더 간절한 바람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매진하는가.

벌써부터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아니 이미 '위대한 캠프'에서부터 하나둘씩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계에 부딪혀 그 순간 좌절하고 있었다. 멘토스쿨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어느새 부딪히고 만 한계로 인해 자기가 가진 바 실력과 가능성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탈락의 쓴 잔을 들이킨 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지난주에도 에릭남은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번주에도 에릭남의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전은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독감으로 사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링거만을 맞고서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듣고 있기가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어느 오디션이든 기대와는 달리 정작 예선을 마치고 생방송 경연에 들어가고 나면 실망스러운 무대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예선에서는 자기가 잘하는 것을 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들만을 어필하려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생방송경연이 시작되면 더 이상 하고 싶은 것만을 할 수는 없다. 하물며 <위대한 탄생>에는 멘토가 존재한다. 멘토들이 그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줄 것이다. 그들이 부를 노래와 그들이 꾸며갈 무대와 그들이 보여주어야 할 것들을 가르쳐줄 것이다. 더욱 참가자의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어느 정도 양해하고 보아주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프로가수의 무대가 아니라 아마추어들의, 그것도 짧은 기간 집중해서 준비한 경연의 무대다.

정서경의 무대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푸니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서경의 음색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푸니타의 목소리는 항상 그녀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러나 녹아들지 않았다. 노래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어 있지 못했다. 정서경은 가사에 대한 확신조차 없어 보였고 푸니타는 엉뚱한 기타로 인해 노래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항상 필자에게 가장 큰 기쁨이었었는데. 여전히 그녀들의 목소리는 훌륭했다.

전은진의 경우 처음 듣는 순간 몸에 이상이 있구나 싶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고음 이전에 목소리에 힘이 없어 소리를 잡아주지 못했다. 숭숭 뚫려 있었다. 그리고 뚫린 곳으로 새어나가고 있었다. 휑하니 비어버린 가운데 흔들리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전은진인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심사위원들의 점수는 그녀의 몸상태를 감안한 어느 정도 연민이 개입한 점수였으리라. 누구보다 매혹적인 목소리의 소유자가 그 강점을 잃어버렸다.

에릭남 또한 많이 지쳐보였었다. 여전히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잘한다. 무대매너도 훌륭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 노래에 그다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노래와 가수가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 그런데도 좋게 들린 것은 에릭남 자신이 가진 가능성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의 에릭남은 빛이 난다. 이제까지 가운데 무대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가장 집중하지 못한 무대였다.

장성재의 경우도 비스트의 'Fiction'을 록으로 편곡해 부르면서 고음에만 집중하는 어색한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고음에서의 폭발력은 훌륭했다. 이제까지의 장성재가 스탠다드와 발라드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면 이번 무대는 거칠고 강한 남자 장성재를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힘있는 고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단지 그 고음을 위한 준비로만 쓰여졌을 뿐이었다. 들리는 것도 없고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충분히 노래를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50kg의 무대는 그야말로 평이했다. 50kg만의 어떤 특별함이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안정적이고 훌륭하지만 50kg만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은 더 노래를 가지고 놀 수 있지 않았을까. 50kg에게 갖는 기대다. 그들에 어울리는 무대를 가지고 놀며 즐기는 그런 무대를 바라게 된다. 그만한 힘이 있다고 믿고 있다. 첫생방송에서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베스트 중의 베스트였다. 그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오디션이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선희조는 그런 점에서 가히 발군이라 할 만했다. 배수정은 탄탄한 기본기로 모두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안정적인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구자명은 백지였다. 하얀 백지 위에 무엇을 그리든 그대로 쭉쭉 빨아들이며 어느새 성큼 자라 있었다. 가장 한결같은 참가자이며 가장 크게 성장한 참가자였을 것이다. 배수정은 굳이 <위대한 탄생>이 아니었어도 좋았고 구자명은 그야말로 <위대한 탄생>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설마 티아라의 '롤리폴리'가 그렇게 힘있는 록으로 재탄생될줄이야. 항상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만드는 구자명이었다. 배수정은 더 말을 더하는 의미가 없다. 그녀는 이미 오디션 레벨이 아니다. 그것을 확인했다.

전은진이 매우 위태롭다. 가장 가능성 높던 참가자였다. 필자 역시 전은진을 무척 유념해 보고 있었다. 매력적이다. 목소리는 물론 외모까지도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도 있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된다. 그러나 오디션에서 이렇게까지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먹히고 만다. 배수정이나 구자명이나 결코 만만한 참가자들이 아니었다. 유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으로서는 배수정과 구자명이 한 발 앞서 나가지 않았는가.

의외로 승부가 빨리 갈리고 있다. 이선희조의 배수정과 구자명, 그리고 나머지다. 에릭남은 예선에서와 같은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50kg역시 많이 평이해졌다. 장성재는 원래 평이함 그 자체가 그의 매력이고 강점이었고, 그에 반해 전은진은 가지고 있단 장점마저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방송이란 알 수 없다. 가혹한 만큼 생존을 위한 조건 또한 특별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살아남은 그들이야 말로 강한 이들이다.

많이 흔들리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정신적인 부담 또한 작지 않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베스트를 보여줄 수 있는 그들이 더욱 대단하다. 피보다 더 진한 꿈이 흐른다. 피보다 더 잔인한 희망이 베여 흐른다. 그러나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안타깝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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